허정윤 박사의 새 창조론 쓰기
6. 생명에 대한 인간의 도전과 한계(2)
현대 생명과학(life science, biological science)자들은 생명의 기원을 물리적 측면에서 연구하고 있다. 그 방법은 생물을 물질적 상태로 환원하여 인공적으로 다시 조립해 보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과학은 세포와 DNA를 핵심적으로 다룬다. 세포와 DNA 연구는 질병의 진단 및 치료기술을 크게 발전시키는 부수적인 효과도 가져 왔다.
생명과학의 물리적 메커니즘 연구는 의학기술에 주로 응용되어 왔다. 생명의 메커니즘은 수없이 복잡한 구조로 얽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과학자들은 생명의 물리적 메커니즘이나 구조를 새로 발견하면, 마치 생명의 기원을 풀어낸 것처럼 과장하여 사람들을 오해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신진화론에 쉽게 빠져들고, 생명과학자가 마치 신이 된 것처럼 착각한다. 따라서 생명이 신의 창조에 의한 것임을 믿는 기독교인들이라면, 인간이 가짜 신놀이(God playing)를 하는 생명과학의 연구 성과와 그 실상을 분명하게 알고 비판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4) 유전자 편집기술: CRISPR-Cas9
생물의 유전정보를 바꿀 수 있는 유전자 편집(genome-editing) 기술은 유전질환의 치료 등에 쓰일 수 있다. 유전자 편집에는 크게 두 가지 가위 기술이 쓰인다. 유전자를 세포에서 추출해서 유전자 가위로 편집한 뒤 다시 주입하는 ex vivo 방식과 유전자 가위를 세포에 주입해서 표적 부위를 목표하는 대로 편집하는 in vivo 방식이다.
유전자 편집기술은 이제 단순하고 효율성이 높은 CRISPR-Cas9을 유전자 가위로 사용하는 기술이 개발됨으로써 복잡하고 비효율적이었던 1세대 ZEN-Fok1와 2세대 TALEN-Fok2의 기술을 대체하고 있다. CRISPR는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약자이며, 그 의미는 '염기 배열이 앞이나 뒤의 방향으로 같은 구조가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짧은 구간(Palindrome)'이다.
Cas9는 DNA를 자르는 제한효소를 가리킨다. CRISPR-Cas9은 두 개의 말을 합성한 것이다. CRISPR-Cas9 유전자 가위는 2012년에 생체 내의 대장균이 외부 침입 바이러스가 있을 때, 그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면역기능을 연구하면서 개발되었다. 면역은 생물이 한번 침입했던 병원체를 기억하여 방어 시스템을 갖추는 기능을 뜻한다.
면역기능을 갖춘 대장균은 침입한 바이러스의 RNA(또는 DNA)의 CRISPR를 인식하고, Cas9 단백질 가위로 바이러스의 CRISPR 부분을 잘라서 파괴한다. 유전자 편집기술은 대장균의 면역기능인 CRISPR-Cas9의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의도된 표적 부위(CRISPR)를 잘라 내거나, 바꿔치기한다. 잘라낸 곳을 그대로 두거나 원하는 새 DNA로 바꿔 놓으면, DNA는 스스로 자기수선 기능을 발휘하여 잘라진 부위를 다시 연결한다.
과거의 유전자 편집기술은 표적 부위의 DNA서열 9개만 확인하고 잘라버렸던 것에 비교해서, CRISPR-Cas9 기술은 21개를 확인함으로써 그만큼 표적인식의 정확성이 높아지고, 기술의 안전도도 향상되었다.
2015년에는 MIT 연구팀이 Cas9 단백질을 보다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Cpf1을 새로 발견하였고, 2016년에는 UC Berkeley대학 연구팀이 자연 미생물에서 CasX와 CasY를 발견하여 더욱 발전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이 유전자 가위 기술은 계속 발전하면서 유전질환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각종 생물의 품종개량에도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았던 유전자 변형이 생기거나 새로운 유전적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전혀 새로운 생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에는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모든 기술은 양날을 가진 칼과 같다. 기술은 결국 어떤 방향으로 쓰이느냐에 따라서 이로울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다.
어쨌든 생명의 기원을 왜곡하여 창조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스스로 창조자가 되고자 하는 무신진화론자들의 욕망은 기술의 바벨탑을 하늘 높이까지 쌓아올리고 있다. 그런 영향으로 무신진화론을 믿는 자들이 늘어감에도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다는 기독교인들은 무신진화론자들의 바벨탑을 그저 구경만 하고 있다.
사람들이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 믿음의 이유를 물을 때에 제대로 된 설명을 준비하지 않는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다. 창조자 하나님은 그들의 무지한 믿음을 결코 칭찬하지 않으실 것이다.
(5) 클로닝(cloning): 생명복제
자연에서 일란성 쌍둥이가 태어나는 것과 같이 생명과학은 유전형질이 동일한 생물을 복제할 수 있는 클로닝 기술도 개발했다. 클론(clone)은 쌍둥이를 의미하는 말이었으나, 이제는 클로닝(복제) 기술에 의하여 만들어진 복제물이라는 의미로 바뀌었다.
초기에 클로닝은 무성생식을 하는 원핵생물에게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원핵생물의 DNA를 의도대로 편집하면, DNA가 변형된 원핵생물은 분열생식을 통하여 동일한 유전형질을 가진 클론들을 대량 복제한다. 인슐린 생산용 대장균 클론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성생식을 하는 다세포 생물의 경우에 클로닝 방법은 체세포에 들어 있는 게놈을 이용하므로 기술이 훨씬 까다롭다. 처음 체세포 클로닝 실험은 두 개로 분열한 성게 알의 배아세포를 흔들어 분리해서 배양한 것이었다. 그 결과 완전히 똑 같은 표현형을 가진 두 마리의 성게로 성장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배아세포는 이미 체세포처럼 똑 같은 게놈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로써 생식세포가 아닌 체세포에서 게놈을 뽑아 핵을 제거한 난자에 주입한다면, 생식과정 없이 게놈의 제공자와 동일한 게놈과 표현형을 가진 클론을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이 확립되었다.
게놈 클로닝 기술에 의해 파충류인 개구리 등의 실험을 거쳐 포유류 동물인 복제양 돌리(clone sheep Dolly)가 영국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것은 1996년이었다. 그러나 돌리는 평균수명보다 짧게 살고 2003년에 죽었다. 이에 대해 게놈을 제공한 성체 양의 남은 수명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제기되었다. 최근에는 인간 클론 실험까지 중국 등지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놈 클로닝 기술에서 줄기세포 클로닝 기술이 파생되었다. 줄기 세포는 미분화 단계에서 배아세포처럼 계속 분열하여 몸의 각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세포이다. 생물은 자가 치유능력이 있어서 웬만큼 손상된 세포는 스스로 복구 또는 재생된다.
자가 치유능력의 한계 안에서 암세포 등에 대한 세포치료와 손상된 장기 재생 등에 줄기세포 클로닝 기술이 활용할 수 있다. 회복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난치성 질환이 줄기세포 클로닝 기술에 의하여 개선되는 사례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클로닝 기술은 우수한 형질의 가축들을 복제하여 질 좋은 고기와 우유를 대량생산함으로써 부족한 식량자원을 해결할 수 있고, 멸종된 생물들을 복원할 수도 있다. 클로닝 기술은 의료 및 상업적 가능성과는 별개로 윤리적 면에서 많은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
클론이 만들어지기 전에 어떤 형질의 클론이 얼마만큼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어떤 특성을 가진 인간의 클론이 대량으로 만들어진다면, 그것들에 의해 인류의 미래가 좌우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 우수한 클로닝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 그룹이 미래의 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목적대로 대량생산한 클론을 지배하면, 그들은 클론들에게 신이 되지 않겠는가?.
(6) 합성생명
무신진화론자들은 지구에서 최초의 생명발생이 신의 개입 없이 물질의 화학작용에 의한 것이며, 지구 위에 살았거나 살고 있는 모든 생물은 그것에서 진화한 자손들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지구의 생물은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물질에서 '저절로 우연히' 발생되었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생명을 합성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그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미국의 유전학자인 크레이그 벤터(J. Craig Venter)이다. 2010년에 벤터의 연구소(JCVI)는 소에게 늑막폐렴을 일으키는 원핵생물 미코플라즈마 미코이데스(mycoplasma mycoides, 소폐역균)의 게놈을 DNA 합성기 등을 이용해 화학 물질로 만든 인공게놈 JCVI-syn1.0로 복제했다.
그리고 유사 세균인 미코플라즈마 카프리콜룸(Mycoplasma capricolum)의 살아있는 세포막에 JCVI-syn1.0을 이식하고, 그것의 생명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면서 곧 수십 억 마리로 번식했다고 발표했다. 즉 M. 미코이데스의 인공게놈이 M. 카프리콜룸의 껍질을 입고 살아 있는 생명체로 변한 것이다. JCVI는 이것이 완전한 첫 합성생명체를 '창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JCVI-syn1.0를 완전한 합성생명체라고 말한 것은 과장이었다. 왜냐하면 JCVI-syn1.0은 소폐역균의 유전자 901개를 인공적으로 복제하여 살아있는 M. 카프리콜룸의 세포막에 이식한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언론이 JCVI의 주장대로 보도한 영향으로 일반인들은 생명이 인공적으로 합성될 수 있다고 오해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로마가톨릭이 그것은 '창조'가 아니라고 항의하고, 미국에서는 생명윤리 심사제도를 만들게 되었다. 결국 나중에는 반합성(semi synthetic) 생명체라고 고쳐 불렀다.
JCVI는 이어서 최소의 유전자로 합성 생명체를 만들기 위하여 JCVI-syn1.0에서 471개의 필수 유전자와 483,000개의 DNA를 선택해서 JCVI-syn2.0를 설계했으나, 실험에서 실패했다. JCVI는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여 유전자와 DNA를 생명기능에 필수적인 것과 비필수적인 것으로 재분류했다.
그리하여 유전자 2개를 추가한 473개와 531,000개의 DNA를 골라 JCVI-syn3.0를 다시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추가된 2개의 유전자 가운데 하나는 단백질 생산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필수유전자의 발현을 통제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었고, 또 하나는 개별적으로 삭제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불필요한 것으로 오인되었지만, 전체적 생명기능의 조절에 필요한 것이었다.
결국 JCVI-sym3.0은 JCVI-syn1.0에서 생명기능에 필수적 요소가 아닌 유전자 428개를 빼고 만들었다. JCVI-syn3.0 유전자 수는 473개로 만들어졌으므로 현재 자연계에서 유전자 수가 가장 적은 미코플라즈마 제니탈륨(Mycoplasma genitalium)의 525개보다 적다.
2016년 JCVI는 박테리아에 이식한 인공게놈 JCVI-syn3.0을 배지에 넣었다. 배지에 영양소를 공급하자, JCVI-syn3.0의 생명기능(단백질 합성, DNA 복제 등)이 작동되는 사실이 관찰되었다. 인간의 설계도에 의하여 최소의 생명기능을 가진 '미니멀 세포'(minimal cell)가 탄생한 것이다. 벤터는 '미니멀 세포'는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인공 원핵생물이며, 완전히 새로운 인공종(artificial species)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JCVI-syn3.0의 인공게놈을 살펴보면, 그것은 JCVI가 살아 있는 소폐역균의 원본 유전자 지도에서 생명기능에 필수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선택해서 재설계한 것을 게놈을 빼낸 박테리아 세포막에 이식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JCVI-syn3.0의 인공게놈을 새로운 인공종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다. 더욱이 JCVI는 필수 유전자로 선택한 471개 가운데서 149개는 다른 생물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지만, 나머지 것들이 생명기능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아직까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공표했다.
이와 같이 살아있는 생물의 세포막 안에 기존의 게놈을 복제한 인공게놈을 이식한 것을 새로운 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결국 인간의 최첨단 과학기술에 의하여 만들어진 합성생명 실험은 물질과 생명 사이에는 인간이 이을 수 없는 불연속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J. 크레이그 벤터는 그의 저서 『인공생명의 탄생, Life at the Speed of Light』 (2013) 11장에서 '생물학적 순간이동' 구상을 제안하고 있다. 어떤 생물의 디지털화된 게놈 정보를 양자 컴퓨터로 전송하면, 원격지에서는 정보를 수신하여 3D 프린터에서 그 생물을 복제해낼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생물의 디지털화된 생명정보의 정확성이 100% 확인된 것이어야 하고, 양자컴퓨터도 양자통신 네트워크도 개발되어야 하는 미해결의 문제가 가로막고 있다. 더욱이 생체정보를 3D프린터로 재생할 복잡한 생체의 원료를 어떻게 배합해야 하는지를 아직 모른다.
결국 언젠가 벤터의 순간이동 생물을 실험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에서 생명기능이 작동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이다. 그런 기술이 현실화한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생체정보를 이용해서 생명체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를 통째로 분해하여 전송하는 기술도 가능하지 않을까? 만약 인간에게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인간은 신(神)놀이가 아니라 사실상 신이 된다.
인간이 과연 신의 기술을 복제하면 신이 될 수가 있을까? SF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는 이미 인간이 신이 된 스토리가 보편적 소재가 되고 있다. 그것이 무신진화론자들의 최종적인 야망이라면, 창조자 하나님을 부정하는 무신진화론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고, 비판도 하지 못하는 기독교인들이 뱉어내는 믿음의 고백은 그냥 습관적으로 허공에 던지는 무지의 말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