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인내(忍耐), 참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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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는 속담을 많이 외웠다. 공부하는 일이 고단할 때마다 격려 차원에서 말하고 들었던 말이다.

나는 대학생 때 책상앞에 “위인이 달한 높은 봉우리는 일약 하룻밤 사이에 올라간 것이 아니다. 남들이 잠자고 있는 동안에도 한걸음 한걸음 애써서 기어 올라간 것이다”라고 써 있는 액자를 걸어놓고 살았다. 성경도 인내를 성령의 9가지 열매(갈 5:22)중 하나로 소개한다.

우리말 성경은 인내를 ‘오래 참음(long suffering)’으로 표현하고 있다. 신약성경에만 23번이나 언급되어있다. “인내로 영혼을 얻는다(눅 21:19)”, “인내로 연단을 이룬다(롬 5:4)”.

믿음의 역사+사랑의 수고+소망의 인내(살전 1:3) 하나님의 사랑+그리스도의 인내(살후 3:5) 신앙인이 따라야 할 바로 의, 경건, 믿음, 사랑, 인내, 온유의 6덕목을 제시했다.(딤전 6:11)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약1:4), 인내하는 사람이 복되다(약 5:11),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더하라(벧후 1:6), 하나님이 두아디라 교회의 사업과 사랑과 믿음과 섬김과 인내를 기억하신다고 기록돼 있다(계 2:19).

불교에서도 인내를 소중한 인품으로 강조하고 있다. 종원스님은 참아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 바 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는 속담이 있다. “참을 인(忍)자 3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도 있다. 이는 모든 욕되는 일과 어렵고 고통스러운 말을 참아내면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의 생김새를 보라. 참을 인(忍)자는 마음 심(心)자 위에 칼 도(刀)자가 있는 모양이다. 여기서의 마음(心)은 우리 인간의 마음, 불교에서 말하는 탐·진·치(貪·嗔·恥)의 삼독심(三毒心)을 말한다.

무서운 삼독심을 억제하고 조절하려면 날카로운 칼날밑에다 놓아 수시로 그 싹을 잘라내야 한다는 뜻이다. 날카로운 칼날 밑에다 놓아야 삼독심의 불길을 잡을 수 있다는 뜻이 참을 인(忍)자인 것이다.

항상 의식적으로 억제하고 싹을 잘라내야 삼독심이 인격을 지배할 수 없게 된다. 탐욕을 참지 않으면 이 세상은 무법천지 정글이 되고 말 것이다. 어리석은 치심을 방치하면 시기, 질투, 살인과 방화 온갖 죄업(罪業)이 만연하여 세상이 문란해지고 살기 무서운곳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인간들이 오랫동안 살아본 경험을 살려 인간의 마땅한 도리(道理)를 제정해 놓게 되었으니, 이게 바로 삼강오륜이나 오상(五常, 仁義禮智信/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 광명지심)으로 규정해 놓은 것이다. 현대 사회에 와서는 보다 광범위하게. 보다 자세하게 법률로 만들고 사회질서의 기준으로 만든 것이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고해(苦海)를 ‘사바세계’라고 부르는데 ‘사바’란 감인(堪忍)이란 뜻이다. 부처님은 사바세계의 고통을 종합해 여덟가지로 정리해 놨다.

①태어나는 고통(生) ②늙어가는 고통(老) ③병들어 아픈고통(病) ④죽어가는 고통(死) ⑤구하여도 얻지 못하는 고통(求不得苦) ⑥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고통(愛別離苦) ⑦원망스럽고 미워하는 사람과 같이 살아야하는 고통(怨憎會苦) ⑧색수상행식의 오온이 치성함으로써 일어나는 고통(五陰盛苦)이다.

이 ‘8고(苦)’는 빈부귀천, 영웅호걸 누구나 겪는 보편적 고통인 것이다. 따라서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십년등하고, 삼일마두영(十年燈下苦, 三日馬頭榮/ 십 년 동안 등불 아래서 공부하는 고생을 해야, 삼일 동안 말머리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이란 말이 생겼고, “백인당중 유태화”(白忍堂中 有泰和/ 백 번 참는 집안에는 항상 행복이 깃든다)”란 말도 전해오고 있다.

참는 사람에게는 성공이 오고 그 가정에는 화목과 평화가 깃든다. 참는 몸이 편안하다. 하고 싶은대로 살고 뱉고 싶은대로 말하면, 결코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없다. 결국 ‘인내’는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커다란 덕목이 되는 것이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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