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주, 김종서, 남은, 조광조, 김상헌, 3학사… 애국시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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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칼럼] 선조들의 애국시

역사 공부를 해 보면 예나 지금이나 국가를 위해 한 목숨을 바쳐가며 우국충정으로 살았던 의사, 지사, 열사들이 있었다.

지금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바치는 충신 애국자들이 필요하다.

조상들의 애국심을 시문학 작품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이런 애국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①포은 정몽주가 고려 왕조를 위해 지녔던 단심가를 읽어보자.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 가실 줄이 이시랴(차신사료사료: 此身死了死了/ 일백번갱사료: 一百番更死了/ 백골위진토: 白骨爲塵土/ 혼백유야무: 魂魄有也無/ 향주일편단심: 向主一片丹心/ 영유개리여지: 寧油改理與之)”.

이후 정몽주는 이방원의 하수인 조영규에 의하여 개성 선죽교에서 피살되었다.

신념과 확신은 인간 존재의 의미요, 가치다. 이런 생애를 두고 공자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고 일렀다.

이런 정몽주를 길러낸 그의 어머니 생각도 이렇게 전해오고 있다.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성낸 까마귀 흰빛을 새올세라./청강에 잇것 씻은 몸을 더러할까 하노라.”

②세종 때, 육진을 개척하고 문무를 겸비해 세종의 총애를 받았던 김종서(金宗瑞)의 호기가(豪氣歌)도 애국시 중에 하나다.

“삭풍(朔風)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明月)은 눈 속에 찬 데/ 만리변성(萬里邊城)에 일장검 짚고 서서/긴 파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장백산(長白山)에 기를 꽂고 두만강에 말을 씻겨/ 서근 저 선비야 우리 아니 사나희냐/엇덧타 인각화상(麟閣畫像)을 누구 몬져 하리요”.

③남이(南怡/ 1441-1468) 장군은 선조 3년에 무과에 급제하여 28세에 병조판서(현재의 국방부 장관)에 오른 청년 무관이었지만, 유자광(柳子光) 등의 반대파가 모략하여 여진 토벌 때 지은 시 중 ‘미평국(未平國)’을 ‘미득국(未得國)’으로 위조해 반역 죄인으로 몰려 주살 당했다.

그의 시는 다음과 같다. “백두산 돌이 다 닳도록 칼을 갈아 둘러메고(白頭山石磨刀盡)/ 두만강 물이 마르도록 말을 살찌게 먹여 타고(頭滿江水飮馬無)/ 남아로서 20세에 나라를 평정시키지 못하면(男兒二十未平國)/ 후세에 어느 누가 대장부라 일컬으리오(後世誰稱大丈夫)”.

④정암 조광조(趙光祖)는 진사시, 장원 알성시 급제 후 성균관 전적, 부제학, 대제학 등을 지내면서 급진적 개혁을 추진하다 훈구파인 남곤, 심정 등의 무고로 기묘사화 때 사사(賜死) 당했다. 우국충정이 눈물겹도록 진하다.

“임금을 어버이처럼 섬겼고(愛君如愛父), 나라를 내 집처럼 근심하였네.(憂國如憂家) 밝은 해가 세상을 굽어보니(白日臨下土) 붉은 충정을 밝게 밝게 비추리라(昭昭照丹忠)”.

사약 사발을 들고 온 의금부도사 앞에서 이런 시를 쓸 수 있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⑤청음 김상헌(金尙憲)은 1570년에 태어나 병자호란 때 최명길 등 주화론자에 맞서 척화론을 주장하며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는 두 왕자와 홍익한, 오달제, 윤집 등 3학사의 극한 상황을 바라보며 청나라로 잡혀갔다. 그때 쓴 글이 이러하다.

“임금의 욕됨이 극한에 이르렀는데/ 신하의 죽음이 어찌 이리 더딘가/ 목숨을 버리고 의(義)를 취한다 하더니 바로 지금이 그때인가 하노라.”

또 “임금을 모시고 투항하는 건 내 진실로 부끄럽네/ 한 칼로 인(仁)을 얻으리니 죽음은 집에 돌아가는 듯 여겨지네”라고 하면서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는 시를 남겨놓고 떠났다.

뒤에 노구를 이끌고 풀려나 귀국했지만, 학기산 골짜기에 목석헌(木石軒)이라는 초옥을 짓고 은거하면서 끝까지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끝까지 항복하지 않은 3학사(홍익한, 오달제, 윤집)들은 한 관 속에 넣어 톱으로 켜서 죽였다고 한다.

선조들 중에는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러한 희생을 감수했던 자가 있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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