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우주만물을 ‘어떻게’ 창조하셨나?(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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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윤 박사의 새 창조론 쓰기

▲허정윤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허정윤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7. 생명에 대한 과학의 도전과 한계(4)

(10) 뇌과학(腦科學, brain science): 뇌의 구조와 기능

프랑스의 근대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ogito, ergo Sum)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생각하는 것은 뇌의 정신활동이다. 정신활동은 생명에 필요한 정보를 만들고 활용하는 것이다. 고대인들은 정신이 간이나 심장, 심지어는 생식기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정신이 발생하는 곳이 뇌라고 처음 주장했던 사람은 의술의 시조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였으며, 철학자 플라톤도 같은 생각을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신의 발생기관이 심장이라고 생각했다. 데카르트는 생명의 상징인 '정신의 자리'가 뇌에 있는 송과체(松果體: pineal body, 또는 송과선: pineal gland)라고 보았다. 데카르트에 의하여 '나'는 곧 송과체이고, 몸은 송과체가 움직이는 기계라는 이원론이 성립했다.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보면, 뇌에 있는 송과체는, 그 이름처럼 솔방울 모양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주로 수면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melatonin)을 공급하는 소기관으로 밝혀졌다. 데카르트는 송과체를 잘못 알고 있었으나, 송과체가 들어있는 뇌가 '정신의 자리'인 것은 사실이다.

해부학적으로 뇌의 구조와 기능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두개골 안에 ❶대뇌, ❷뇌간(腦幹), ❸소뇌가 좌우 동형((左右同形)으로 나눠져 있다. 동물 중에서 뇌의 구조가 좌우로 나뉘어 있는 것은 포유류뿐이며, 뇌기능까지 좌우로 나눠진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좌뇌와 우뇌는 뇌량으로 연결되어 있다. 뇌량은 대개 출생 1년 후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여 6세가 되면, 완성된다. ❹뉴런(neuron: 신경세포)으로 구성된 신경망((神經網: neural network)이 뇌에서 몸의 각 기관으로 연결되어 있다. 신경망은 외부의 정보를 뇌로 전달하고, 뇌가 판단한 정보를 다시 각 기관으로 전달한다. 특이하게도 인간의 운동 지령은 대뇌 양쪽에서 나오는데, 좌뇌의 지령이 우반신으로 보내지고, 우뇌의 지령은 좌반신으로 보내진다. 대뇌와 몸의 말초기관을 잇는 신경망이 척수 부분에서 좌우로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❶대뇌는 뇌의 상부에 위치해 있고, 대뇌피질이 인지와 정서, 그리고 판단과 지령을 내리는 등의 정신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대뇌피질은 위에서부터 신피질, 구피질, 고피질의 3개층이 4개의 부분으로 나눠진 구조이다. 4개의 부분은 두정엽이 위에 있고, 측두엽이 좌우로 나눠져 있다. 앞과 뒤는 전두엽과 후두엽으로 나눠진다. 대뇌피질은 몸의 각 기관에서 수집된 정보들을 전달받으면,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서 다시 각 기관에 필요한 정보를 보내는 등의 모든 정신활동의 사령탑 역할을 한다. 그 밑에는 운동을 제어하는 대뇌기저핵이 있고, 대뇌기저핵을 둘러싸고 대뇌변연계가 있다. 대뇌변연계의 해마체가 기억을, 편도체가 감정의 움직임을 담당하고 있다.

❷뇌간은 간뇌, 중뇌, 뇌교, 연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물리적 생명활동을 담당한다. 간뇌(間腦)에는 시상(視床)과 시상하부가 있다. 뇌의 감각기관은 시상을 통해(후각은 바로) 편도체에 연결되어 있고. 시상 밑에 있는 시상하부(視床下部)는 대사기능, 수면, 생식, 체온조절 등에 관여하는 자율신경 작용의 중추를 이룬다. 중뇌는 시각이나 청각 등의 반사운동을 조절한다. 뇌교는 호흡이나 음식 삼킴 등에 관련한 반사운동을 담당한다. 연수는 혈액순환이나 대사의 조절과 관련된다.

❸소뇌는 대뇌의 지시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골격근을 조절한다. 소뇌도 대뇌와 같이 3층의 소뇌피질 구조로 나눠져 있다. 원시소뇌와 고소뇌가 자세유지와 평형감각을 담당하고, 영장류에만 있는 신소뇌는 동작을 섬세하게 조절한다.

❹신경망이 뇌에서 몸의 각 말초부위 사이를 빠짐없이 연결하고 있는데, 뇌에서 척추 끝까지는 중추신경계(中樞神經系)가 뻗어 있다. 중추신경계의 마디에서 뻗어 나온 말초신경계가 신체의 각 말단부위까지 연결되어 있다. 뇌에 있는 말초기관(눈, 코, 귀, 턱, 혀 등)은 주로 뇌신경핵에서 나온 12쌍의 뇌신경이 감각과 운동 신호를 전달한다. 31쌍의 척수신경은 대개 척추에서 뻗어 나오며, 체성신경과 자율신경으로 나눠서 본다.

대뇌의 지시를 받는 체성신경은 몸의 말초기관을 연결하여 운동을 담당하는 운동신경과 감각을 전달하는 감각신경 두 가지가 있다. 대뇌의 지시를 받지 않는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어 심장이나 소화기관 등에 서로 상반(촉진과 억제)되는 기능을 전달하여 각 기관들의 상태를 조절한다. 교감신경은 척추의 중앙 부분에서, 부교감신경은 뇌간과 척추 하부에서 뻗어 나온다.

 신경망은 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정신활동을 담당한다. 정신은 마음이나 의식, 또는 영혼 등으로도 표현하지만, 물리적으로는 하나의 정보로 본다. 어쨌든 정신은 인간의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신경망에 있는 각 뉴런에는 외부의 정보를 수집하는 짧은 수상돌기와 뉴런과 뉴런 사이에 정보를 전달하는 축색돌기라는 두 가지 신경돌기가 있다. 외부의 정보는 수상돌기에서 전기적 자극으로 변환되고, 전류의 형태로 말초신경 뉴런에 전달된다. 말초신경 뉴런과 중추신경 뉴런 사이에는 정보를 전달하는 긴 축색돌기가 연결한다. 축색돌기는 원형질 신경섬유 다발로 되어 있으며, 뉴런을 연결하는 가늘고 긴 전선이다.

모든 신경돌기 말단에는 시냅스(synapse)라는 소포체가 뉴런과 연접하고 있다. 시냅스 소포체는 정보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을 갖추고 있으며, 뉴런과의 사이에는 '나트륨 이온 채널'이라는 아주 미세한 틈이 있다. 시냅스가 정보의 내용에 맞는 신경전달물질을 선택하여 '나트륨 이온 채널'에 방출하면, 나트륨 이온과 신경전달물질의 화학작용에 의해 '나트륨 이온 채널'에서 전류가 발생한다. 여기에서 뉴런은 전기적 신호로 바뀐 정보를 수용체를 통해 받아들이고, 다시 축색돌기 시냅스를 통해 다음 뉴런에게 전달한다. 정보는 뉴런들을 연결하는 신경망을 따라 대뇌피질까지 릴레이식으로 전달된다.

결국 정신활동은 생명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고 새로운 정보를 만들고 전달하기 위해 전기적 신호-화학적 신호-전기적 신호의 과정을 반복하는 신경망의 정보처리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경망은 뇌 속에만 1,000억 개 이상의 뉴런을 가지고 있으며, 각 뉴런은 대개 1개의 축색돌기와 몇 10개에서 약 10만 개까지의 수상돌기를 가지고 있다.

(11) 신경생물학의 과제: NCC는 진화된 것인가?

정신을 물리적 측면인 과학의 영역에 처음 끌어들인 사람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이어서 『정신과 물질』을 연구했던 슈뢰딩거이다. 그러나 그는 생명체의 두 가지 표상(表象)인 물질과 정신의 연결점을 찾지 못했다. DNA 공동발견자 프랜시스 크릭에 의하면, 정신은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동일한 주파수로 동시에 진동하는 현상이다. 크릭은 생명과 정신의 물리적 메커니즘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도 결국 정신과 물질의 연결고리를 찾는 일에 성공하지 못했다.

크릭은 다만 '의식의 신경 상관물'(NCC: Neural Correlates of Consciousness)을 발견하는 것이 의식탐구의 지름길이라고 제안했다. 크릭은 '의식의 신경 상관물'을 발견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크리스토프 코흐(Christof Koch)가 크릭의 유업을 계승했다. 코흐는 인공지능을 연구했던 물리학자였으나, 크릭이 공동 연구자로 영입했던 인물이다.

한편 제럴드 에델만(Gerald Edelman)은 신경다윈주의(neural Darwinism) 이론을 내놓았다. 에델만에 의하면 뉴런의 집단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사고 기능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되었고, 누구도 똑 같은 뉴런들을 가지고 있지 않다. 1972년 노벨상을 받은 에델만은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 Bright air, brilliant fire on the matter of the mind』(1992)를 출판했다. 에델먼은 서울에서 '브레인 파워(지식 창조의 힘), 뇌'를 주제로 열린 '월드 사이언스 포럼 2008'에서 기조강연을 하기도 했다.

신경생물학에 의하면 대뇌에 있는 대뇌피질이 하부 쪽에서부터 고피질, 구피질 그리고 신피질이 차례로 층을 이루고 있는 것에 대하여 진화되었다고 설명한다. 말하자면 고피질은 파충류 시기까지 형성된 것으로 식욕이나 성욕 등 본능적인 욕구를 담당하고 있으며, 구피질은 초기 포유류 시대에 형성된 것으로 공포와 분노 등 원시적인 감정을 지배하고 있고, 신포유류 즉 영장류에게만 있는 신피질은 영장류시대에 형성된 것이므로 언어적 표현, 추론, 판단 등 고도의 지적 활동과 복잡한 감정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뇌에서 골격근 운동을 담당하는 소뇌피질의 3층 구조도 대뇌와 같은 시기에 원시소뇌, 구소뇌, 신소뇌로 진화된 것이다. 따라서 진화론적 관점에 의하면, 대뇌에 신피질이 담당하는 지적 활동과 복잡한 감정처리에 뛰어난 사람일수록 더 많이 진화되었고, 또한 소뇌의 신피질이 담당하는 섬세한 작업이나 운동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이 진화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뇌에 신피질은 진화되었는데 소뇌에 신피질은 전혀 진화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거나, 또는 그 반대로 보이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부모와 자손들 사이에서 대뇌와 소뇌가 담당하는 기능적 특성들이 발현되는 표현형을 비교해보면, 어긋나거나, 불균형적이거나, 불연속적인 경우들이 오히려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 인간의 뇌 기능의 표현형은 현대 진화론자들이 집단유전학을 빌려 주장하는 것과 같은 진화의 동력 즉 선택압에 의한 진화론적 변이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현상들은 잠재되어 있던 먼 조상의 유전형질이 멘델의 유전법칙에 의하여 발현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진화론자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스티븐 호킹과 함께 블랙홀 연구에 참여했던 영국의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는 1995년에 '인간 가치'를 주제로 다룬 케임브리지 대학 태너 강연회 자료를 『우주 양자 마음, The Large, The Small And The Human Mind』라는 이름으로 출판했다. 펜로즈에 의하면 우주의 모든 것이 물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지만, 의식은 양자역학적 방식으로 발생하므로 수학적 공리를 바탕으로 하는 사고방식으로는 감히 이해할 수 없다.

펜로즈의 주장에 동의하여 미국의 마취과 의사 스튜어트 하메로프(Dr. Surart Hameroff)가 공동연구자가 되었다. 그들은 양자정보처리 이론과 양자중력 이론을 결합하여 만든 '조화로운 객관적 오그라듦'(Orch OR: Orchestrated Objective Reduction)이 뉴런 내부에 있는 미세소관에서 '양자의식'을 발생하게 만든다고 제안했다. 미세소관은 단백질로 만들어진 아주 작은 관으로 뉴런을 비롯한 거의 모든 세포 안에서 골격 역할을 하는 소기관이다. 그러나 Orch OR이 실제로 발생하는 현상은 아직까지 관측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양자의식'이 인간의 사후에도 존재할 것이라고 보았다.

코흐는 크릭의 사후(2004)에 미국 앨런뇌과학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코흐는 『의식의 탐구-신경생물학적 접근, The Quest for Consciousness: A Neurobiological Approach』(2006)과 『의식-현대과학의 최전선에서 탐구한 의식의 기원과 본질, Consciousness-Confessios of a Reductionist』(2012) 등 신경생물학 연구에 관련된 책들을 출판했다. 특히 뒤의 책은 로마가톨릭교회의 신자였던 그가 환원주의자로 전환하게 된 과정을 서술한 자서전이다. 코흐는 우리나라의 '2015년 A. I. 콘퍼런스'에 참석해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의식과 다르므로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인간의 정신을 옹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코흐의 의식에는 어느 시인이 읊었던 만질 수 없는 '빛나는 무(無)'가 신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어릴 적 다니던 로마가톨릭교회마저 떠났다.

신경생물학의 원조 크릭은 몸의 유전정보인 DNA를 발견했지만, DNA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신의 유전정보로 추정되는 NCC 발견에는 실패했다. 크릭의 후계자 코흐는 그에게 남겨진 과제인 NCC의 실마리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성과는 아직 별로 없다. 크릭-코흐의 NCC 지지자와 펜로즈-하메로프의 '양자의식' 지지자들은 의식의 문제를 놓고 서로 비판과 논쟁을 주고받고 있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이론일 뿐, 실체를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다. 코흐에 의하면 DNA가 만들어낸 몸은 그저 '좀비'(Zombie)와 같은 것이나, DNA에 의하여 '좀비' 안에 만들어진 NCC는 그런 '좀비'를 정밀하게 조종하고 있다. NCC의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결국 DNA를 가진 신경망 뉴런들의 총체적 메커니즘 안에 존재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무신진화론자들이 주도하는 신경생물학에서 NCC는 신의 창조를 믿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안겨준다. DNA가 '신의 언어'로 설계된 몸의 유전정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무신진화론자였던 프란시스 콜린스와 그의 지지자들이 유신론자로 전환했던 사실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DNA보다 훨씬 더 복잡한 NCC가 결국 '신의 언어'로 설계된 정신의 유전정보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을 때, 남아 있는 무신론자들이 모두 유신론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는가? (계속)

허정윤(Ph. D. 역사신학, 케리그마신학연구원, djtelco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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