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하고 기다릴 줄 아는 공동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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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승의 러브레터] 우리에게 결핍된 것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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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나님은 공간과 시간을 만드셨습니다.

사람은 공간을 지배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 사람에게 주어진 것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주어진 시간에 무엇을 준비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공간이 달라집니다.

누군가는 허름한 판자집에 살아도 활짝 웃으며 사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더 좋은 집, 더 좋은 환경에 있어도 지옥 같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사람들은 공간을 찾아다니다가 시간을 놓칩니다. 뒤늦게 깨닫는 것은, 참된 공간은 시간이 만든다는 것입니다. 참된 공간은 마음이 만든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2.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한 시간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시간을 통해 사람은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성장의 중요성은 예수님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완전한 하나님이신 예수님을 완전한 사람의 모습으로 이 땅에 보내심으로, 사람인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대로 보여주셨습니다.

저와 여러분도 자신의 성장 단계, 공동체의 성장 모태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어머니, 그리고 가장 비루한 침대가 그의 첫 삶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완전히 성장한 성인의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시간을 통해 내가 어떤 성장 과정을 거치는가는 자신의 영적인 상태와 공동체의 영적인 상태를 가늠할 중요한 저울이 됩니다.

3. 사람은 누구나 태아의 시기를 거칩니다. 태아의 시기는 10개월을 그냥 가만히 엄마, 아빠의 안에 있는 것입니다.

답답하다고 뛰쳐나오지 않습니다. 내 원대로 주어지지 않는다고 엄마 뱃속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주어져도, 주변이 온통 깜깜해도 태아는 믿어야 합니다.

보이지 않지만 날 위해 살아가는 엄마가 있구나. 날 위해 엄마는 일도 하지 못하는구나. 다 알 수는 없지만 인내하고 기다리는 태아는, 언젠가 세상의 밝은 빛을 봅니다.

이처럼 우리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그 분을 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그 분 안에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 분을 볼 수 없지만, 하나님 안에 그 분의 섭리 안에 있음을 믿는 자라면 언젠가 빛을 보게 됩니다.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시 37:5)”.

내 맘대로, 내 뜻대로 안 된다고 뛰쳐 나가는 사람은 매번 그 삶이 똑같이 반복될 뿐입니다.

공동체에서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공동체는 가장 먼저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음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계획을 세우기보다, 순종하는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공동체는 서로 관계를 위해 그 사람 안에 있을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부터 시작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오래 있었더니, 자세히 좀 보았더니 흉이 좀 보이고, 나와 안 맞는 것들이 생겨난다고 뛰쳐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오래 참고 기다리는 사람만, 관계에 있어 빛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인내하고 기다릴 줄 아는 단계이십니까. 여러분의 공동체는 인내하고 기다릴 줄 아는 공동체인가요.

4. 사람은 어린아이 시기를 거칩니다. 아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놀이입니다.

놀이는 ‘일’과 대립되는 활동입니다. 일은 목적과 강제성이 있는 반면, 놀이는 에너지와 자발성이 있어 아이들에게는 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긴장상태와 두려움, 불안, 공격성 평가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놀이 평가와 놀이 치료가 있습니다.

스스로가 행복해지기 위해 ‘잘 놀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잘 놀지 못하면, 자신의 놀지 못함을 타인에게 투사해 ‘잘 노는’ 사람을 비판합니다.

공동체가 어린아이같다는 것은, 규칙보다 존재가 귀한 것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은 존재를 귀하게 여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 시기 중요한 것은 함께 노는 사람에 대한 자신의 취향이 아닌, 그저 ‘누구와도 함께 노는 것’이 귀합니다.

<우리들>이라는 영화는 왕따 문제를 다룬 영화입니다. 아이들인데도 친한 친구와 다투고 따돌리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의 동생에게 김밥을 싸주며, 어린 동생과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이번에 나도 같이 때렸는데 연호가 나 때려서 나도 쫓아가서 확 때렸어.”

누나가 이 이야기를 듣고 묻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동생이 대답합니다. “연호가 나 여기 팍 떄렸어. 그래서 같이 누웠어. 그리고 나가서 놀았어.”

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어 묻습니다. “윤, 너 바보야? 더 때려야지. 걔가 다시 때렸다며? 그럼 더 때렸어야지.”

그런데 동생이 너무나 태연하게 대답합니다. “연호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그러면, 언제 놀아? 난 그냥 놀고 싶은데….”

우리는 서로 관계에 대해, 이런 것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요? 규칙과 원칙을 앞세우다가, 서로 함께 있고 서로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 겁니다.

여러분의 영적인 상태는 어떠세요? 잘 노는 상태이신가요?

그런데 교회 안에서의 영적 상태 점검은 달라야 합니다. 여러분의 영적 상태는 “누구와도” 잘 노는 상태이신가요, 아니면 그저 한두 명 친한 사람과만 잘 노는 상태인가요?

끼리끼리 친한 것은 왕따 문화와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나한테만 맞는 사람과만 놀거야. 다른 사람 필요없어.’ 그래서 공동체가 되지 않습니다.

나한테 상처준 사람, 나를 때린 사람. 나를 미워하는 사람. 좀 못생긴 사람.
그 사람과도 그냥 놀고 싶은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나’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의 날 기념예배에서 말씀을 전한 류한승 목사 ⓒ미주 기독일보

▲장애인의 날 기념예배에서 말씀을 전한 류한승 목사 ⓒ미주 기독일보

5. 제게는 여러 단톡방이 있습니다. 단톡방에서는 말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장 많은 다툼이 나는 단톡방은, 아이러니하게도 신학교 혹은 목회자들의 방입니다. 자신과 생각이 조금 다르면 가르치려 듭니다. 상대를 아이 취급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아이처럼 누려야 할, 함께 더불어 노는 삶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자신에게는 아이가 결핍되어 있습니다.

같이 신학공부를 하고 같이 목회를 하는 서로가 하나 되지 못한다면, 우리가 말하는 ‘사랑’은 무슨 사랑인지, 되짚어 보게 됩니다.

오늘 사랑의 편지는 이 두 단계만 살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적어도 청년을 넘어선 사람들이니까, 이 두 단계의 결핍이 있다면 다시 돌아보시고 점검하여, 모태 시기와 어린아이 시기의 성장 단계를 점검해 볼 수 있는 귀한 한 주가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류한승 목사(생명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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