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더함 목사의 플러스통신] 곶자왈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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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곶자왈도립공원 속 나무와 덩쿨이 뒤엉킨 모습. ⓒ도립공원 홈페이지 캡처

▲제주 곶자왈도립공원 속 나무와 덩쿨이 뒤엉킨 모습. ⓒ도립공원 홈페이지 캡처

제주도는 오랜 전 바다 밑의 붉은 용암이 용솟음쳐 오르다 지금으로부터 약 1천년 전에 마지막 용암 활동을 뒤로 하고 대지를 이루고 섬이 되었다.

처음 이 대지는 검은 빛의 돌 투성이였다. 그러나 세월과 함께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빛이 더해져 숲들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제주 사람들은 그들이 터 잡아 살아온 돌무더기 틈 사이로 뿌리를 내린 모든 식물들, 즉 소나무와 자왈(가시나무)과 종가시와 가마시와 신갈과 졸참과 갈참과 상수리나무들과 그 사이로 비집고 자리 잡은 각종 풀들과 새와 동물들과 함께 하나의 색다른 세상을 일구었다. 그리고 그 푸른 삶의 터전을 곶자왈이라 불렀다.

한 마디로 제주도의 전체 지형은 해안지대에서 시작해 산지를 따라 오르면 목장과 차밭과 감귤밭들이 우거지고, 그 너머로 오름(기생화산)을 거쳐 정상을 바라보면 마음 좋은 할망처럼 하얀 눈을 뒤집어 쓴 한라산이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눈에 들어온다. 이 사이 우거진 숲 지대인 곶자왈은 제주도 사람들에겐 삶의 보금자리요 희망이 되었다.

그러므로 제주도 사람들과 곶자왈은 천생연분의 관계다. 곶자왈을 생략하고 제주도를 말할 수 없다. 곶은 ‘숲’을 뜻하고 자왈은 ‘가시’를 뜻한다. 숲의 나무와 가시가 공존하는 세상이다.

제주도 서남부에 위치한 곶자왈 한 켠을 매입해 아버지와 함께 ‘환상숲’을 일구고 직접 숲 해설가로 나서고 있는 이지영 씨는 “숲에는 갈등하는 식물들로 서로 죽이고 싸우며 생성과 명멸을 거듭하지만, 끝내는 공존이 있다”고 설명한다.

실례로 그녀는 소나무와 가시나무의 공존을 이야기했다. 소나무는 서서히 가시나무에 의해 말라 죽어가지만, 그 자신은 솔방울을 맺는 마지막 순간까지 처절하게 몸부림치다 바닥으로 쓰러지고 끝내 흙이 되어 모든 식물의 자연 토양이 되어 공존의 희생물이 된다는 것이다.

또 곶자왈은 열대지방의 북방 한계식물과 한대 지방의 남방 한계식물이 서로 만나 공존하는 곳으로, 전 세계에 걸쳐 제주도에서만 발견되는 신비로운 현상이라고 했다. 이 작은 멘트 하나에 세상의 모든 진리와 이치가 다 담겨 있는 듯하다.

환상숲을 내려오면서, 주님의 말씀이 자연히 떠올랐다. 주님은 십자가를 지시기 전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실상을 말하노니 내가 떠나 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 내가 떠나가지 아니하면 보혜사가 너희에게로 오시지 아니할 것이요 가면 내가 그를 너희에게로 보내리니(요 16:7)”라고 말씀하셨다.

말씀대로 주님은 우리의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 곶자왈 소나무처럼 자신의 몸을 희생하셨다. 과연 주님의 단번에 드린 희생제사가 없었다면, 구원받을 백성이 한 사람이라도 생길 수 있었을까? 나아가 주님의 희생은 바로 부활로 이어졌다. 이것이 우리에게 베푸신 지상 최대 은혜의 선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사회는 곶자왈의 정신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과연 우리 사회에는 공동체를 위한 희생이 있는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하고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아랫사람을 깔보거나 핍박하고,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비판하는 염치없는 사람들의 반칙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를 보면서, 곶자왈을 다시 바라본다.

그리고 곶자왈에서 빗겨선 어느 교회의 종탑에 세워진 십자가를 바라본다. 과연 우리의 교회는 이 사회의 갈등해소를 위해 어떤 희생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고민해 본다.

곶자왈은 제주를 특징하는 이름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아직 곶자왈처럼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문명이라는 침략자는 푸른 숲의 곶자왈을 훼손해 가는 중이다.

▲최더함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최더함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제 제주도에는 4개의 곶자왈이 남았을 뿐이다. 그러자 뜻있는 사람들이 ‘곶자왈 지키기’에 나섰다. 2015년 결성된 (사)곶자왈사람들이 그들이다.

김호철 상임대표는 “곶자왈은 작은 제주”라고 하면서 “중간산 오름 너머로 보이던 한라산이 곶자왈을 훼손하며 들어선 드높은 건물들로 인해 가려지는 실정”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한다.

만약 우리가 곶자왈을 잃어버린다면 이는 제주도 사람들만의 아픔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손실이요 아픔이요 고통이 될 것이다. 곶자왈 정신이 사라진, 페이브먼트에 뒤덮인 흑갈색의 무심한 도시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곶자왈을 지킵시다. 이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격려합시다. 도와줍시다.

최더함(Th. D. 개혁신학포럼 책임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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