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가을철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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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쏜살같고 흐르는 물(流水) 같다. 쉼 없이 계속 흘러간다. 그래서 아껴 써야 한다. 주자(朱子)의 권학시를 보자.

“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조그만 시간인들 가벼이 여길쏘냐?/ 뜰 앞의 풀들이 봄꿈을 깨기도 전에/ 계단 아래 오동잎은 가을 소리를 내는구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감을 알려주고 있다. 중국의 도연명(陶淵明)도 비슷한 시를 지었다.

“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 及時當勉勵/ 歲月不待人”(인생에 청년의 때가 두 번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도 두 번 오지 않는다/ 그러니 때에 맞춰 열심히 살아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가을이 되면, 세월 가는 것을 더 느끼게 된다. 뜨거운 여름에 혼미하고 바쁘다가도 가을철의 결실과 추수와 단풍을 보면 약간 철학적인 사색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윤동주(尹東柱) 시인은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이하 생략).

고은(高銀) 시인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란 시를 썼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헤매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이제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를 찾아보자. “가을이 봄보다 아릅답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투명한 가을의 분위기는 정(情)을 느끼게 하며 친근감을 주고 청명(淸明)한 가을하늘을 향해 해맑게 핀 코스모스(cosmos)를 보면 정녕 가을은 봄보다 아름답다.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가을이라는 계절 속에 다른 때보다 더 많이 생각(思索)이 스며들기 때문일 게다. 꽃이 할 일은 그곳이 어느 곳이든 뿌리를 내려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어느 곳이든 발이 닿는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여 자기 이름(사명)의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것이다.

이름 모를 들꽃들도 우리에게 깨우침을 주는데 천하보다 귀중한 우리들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자연은 불평하지 않는다. 자연은 인내하기 때문이다. 자연은 거만하지 않다. 자연은 진실하기 때문이다. 자연은 목적 없이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가을은 온 산하에 수많은 단풍들로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 우리는 겸손한 자세로 단풍 한 잎을 보면서 삶의 소박한 진리를 알아낸다면 참 좋겠다. 우리들은 확실히 가을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미래도 좀 더 멀리 내다보게 되고 오늘의 내 모습도 세심히 살펴보게 되며 다른 이의 삶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맑은 하늘을 보고 진실을 생각하면서 더 투명해지고 싶어지는 때도 바로 가을이다.

가을이 되어 이렇게 생각이 깊어지면 우리는 그 생각의 틈새에서 사랑을 느끼게 된다.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외로움을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랑을 생각하게 된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며 인생의 무상함도 느낀다.

인간의 연약함을 알게 될 때 우리는 하나님의 무한함에 의존하게 된다. 맑고 투명한 하늘을 볼 때, 우리는 진실의 문을 열고 사랑이라는 손님을 맞이하게 된다. 가을은 우리를 외롭게 만든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마지막 남은 잎새’를 상상하게 된다. 그 잎마저 떨어지는 날 우리는 드디어 하늘을 바라본다. 가을은 왠지 쓸쓸하고 수많은 그리움들을 생각나게 한다.

생명의 유한함을 깨닫는 순간 우리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이렇게 연약한 우리들의 모습을 추슬러 일으켜 세우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눈을 들어 하나님을 바라보며 우리 서로가 더욱 뜨겁게 사랑하는 것뿐이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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