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알지 못하는 믿음은 삶을 바꾸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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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승의 러브레터] 빈 무덤

▲ⓒ픽사베이

▲ⓒ픽사베이

1. 지난 추석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제때 시간을 기억하고 정확히 휘영청 하늘에 뜬 둥근 달을 학생들과 함께 보면서, 문득 생각이 스칩니다. 참 정직하고 사랑스럽다.

달의 모양은 너무 다양하지만, 그 모습 중 가장 아름다울 때가 보름달입니다. 둥글둥글 그 모습 보면서, 저의 모난 점들이 참 많이 보입니다.

모처럼 어김없이 그 자리에 있는 보름달은 어둠 한복판 외롭게 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제가 서 있는 자리를 바라봅니다.

2. 요한복음 20장을 성도들과 나누었습니다.

배경이 빈 무덤입니다. 빈 무덤을 향하는 향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늘 남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베드로는 사람의 시선에 신경쓰는 사람입니다. 베드로는 나와 주님의 관계가 아니라, 타인을 주님이 더 사랑하는게 신경 쓰입니다.

남을 따라가기에 급급합니다. 그 사람은 요한복음 20장처럼 등 뒤를 좇아가는 사람입니다. 남의 등 뒤를 열심히 좇아가는 사람은 사람을 사랑하기가 힘들겠지요. 직업을 구할수야 있겠지요. 열심히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그 가운데 행복이 있을리 만무합니다.

3. 요한은 어떤가요.

자기를 표현하기에 ‘예수님께 가장 사랑받는 자’라고 자처하는 그는 등 뒤에 따라오는 베드로를 신경쓰지 않습니다.

존 스토트 목사님에 따르면, 성미 급한 베드로보다 요한이 빨리 무덤에 도착한 이유는 단지 ‘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내가 강하고 빠르고 젊다는 이유로 달려가다 보면, 등 뒤에 내가 함께 걸어야 할 지체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요. 함께 걸었던 존재인데, 어느새 뒤쳐져 있음을 모르고 그냥 걸어가고 달려갑니다.

목적지에 먼저 도착할 수야 있겠죠. 그런데 어떡하지요. 아무리 빨리 가도 가 봐야 도착하는 곳이 ‘빈 무덤’이기 때문이예요.

4. 무덤에 도착해 보니, 예수님의 시체가 정말 사라졌습니다.

너무 이상하지요. 그 광경이 얼마나 이상한지, 잘 정리되어 있는 광경을 요한은 세밀하게 그려놓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 부활하신 예수에 대한 충격과 확신에 빠져 동네방네 떠들썩하게 다녀야겠지요. 그런데 이들의 삶은 기묘합니다. 성경은 이렇게 그리네요.

“그들은 성경에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야 하리라 하신 말씀을 아직 알지 못하더라 이에 두 제자가 자기들의 집으로 돌아가니라”.

그저 두 눈으로 보고 사실 확인하고 돌아간 겁니다. 그 두 눈으로 본 너머에 있는 진리를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5, 예배를 드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지적 확신과 강화, 사실 확인을 위해 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아니면 그저 누가 가니까 좇아가는 겁니다. 등 뒤에서 열심히 따라가는 겁니다. 그런데 그 둘 모두, 그저 확인만 하면 끝납니다. 집으로 갑니다.

믿기는 믿는데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믿음은 자기 삶을 바꾸지 못합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공간의 변화만 있을 뿐 삶의 변화는 없습니다.

6. 반면 또 한 명의 인물이 있습니다. 마리아에요. 마리아는 제자들과 다른 한 가지 모습이 있었습니다.

11절 말씀을 보면, 마리아는 울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리아는 눈물 흘리고 있었습니다. 정말 슬픈겁니다. 가슴이 뜨거웠습니다.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눈물이 사라지지 않았던 마리아는 놀랍게도 ‘빈 무덤’에 끝까지 서 있습니다. 바로 그 눈물의 마리아가 빈 무덤에 서 있었을 때 빈 무덤이 예수로 채워지는 역사가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감정이 편안할 때만 예배드리려 합니다. 감정이 침울하고 눈물샘이 터져 나오는 그 상태에서는 예배를 오히려 멀리 합니다. 그런데 빈 무덤에서 울고 있는 상태를 경험한 사람은 주님이 예비된 사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8. 마리아는 어떻게 그렇게 울면서도 빈 무덤에 외롭고 아픈 마음으로 있을 수 있었을까요?

13절 하반절에 천사들이 물어볼 때, 마리아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제가 알지 못합니다.”

제자들은 같은 광경을 보고 상황 파악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예수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이 상황을 파악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들의 앎은 자신의 삶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9. 나는 잘 모르겠다… 잘 모른다… 라고 울먹이며 대답하는 여인을 향해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16절이에요. “마리아야 하시거늘”.

기가 막힌 대목입니다. 단 한 마디의 음성입니다.

여자는 예수님을 사랑한다면서, 그의 얼굴도 형체도 모두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저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빈 무덤, 난 모르겠다”고 되뇌이는 그 여인을 향해 예수님은 “마리아야” 이름을 불러 주십니다. 그 여인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

“나는 모르겠다”고 고백하는 여인을 향해 “마리아야” 한 마디 음성이, 그 여인을 빈 무덤에서부터 부활의 전달자로 바꾸어줍니다.

10. 사랑하는 여러분. 혹시 여러분은 어떤 길을 걷고 계십니까.

계속 남들 등 뒤를 좇아가는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있지 않나요. 그래서 남들 등 뒤는 잘 쫓아가지만, 주님이 계신 빈 무덤은 버리는 것은 아닌가요.

지적으로 왕성해지고 더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홀로 정신없이 달려가는 것은 아닌가요. 그러다 보니 가슴의 뜨거움이 사라지고 눈물도 사라진 채 외로워진 것은 아닌가요.

왜 뒤돌아 열심히 내 뒤를 좇는 연약한 지체의 손을 잡아줄 생각이 나지 않을까요.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을 외치던 우리가 차가운 머리가 가슴까지 차갑게 한 것은 아닌가요.

11. 마리아가 주님을 만날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이유.

빈 무덤에 홀로 서서 나는 잘 모르겠다… 울고 있을 때, 거침없이 몰려드는 주님의 사랑이 그 여인을 회복시켰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높아지려 합니다. 높은 곳을 좋아합니다. 전망대의 꼭대기를 사랑합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땅 위 작은 것들의 소중함이 사라집니다. 아니, 마리아가 주님을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또 하나 있습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여전히 가장 낮은 곳에서 이 여인을 위해 수의를 정리정돈하고 온 몸으로 안아줄 준비를 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정신없이 사실 확인을 하고 돌아가는 요한과 베드로가 아닌 지금 하염없이 밀려내려오는 슬픔으로 가득한 채

나는 잘 모르겠다고 외치는 여인을 위해 여전히 가장 낮은 빈 무덤에 자리하고 계셨습니다.

12. 이정하 시인의 ‘낮은 곳으로’라는 시를 참 좋아합니다. 이번 주일에는 교우들과 이 시를 나누었습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고 말입니다. 왜 그다지도 낮은 곳이 좋을까요.

시인의 고백이 이렇습니다.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젖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13. 주님의 마음이 이와 같습니다.

낮은 곳을 사랑하시는 그 분은, 여전히 낮은 곳에서 눈물로 서 있는 여러분을 위해 서 계십니다.

십자가의 고통에서 해방되시고도 여전히 텅 빈 마음으로 서글피 울며 있었던 이 시대 보편적 여인, 마리아의 슬픔을 안아주시기 위해 텅 빈 무덤 안에 자신의 몸을 감싸던 수의를 벗고, 온전히 비우신 그분께서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류한승 목사(생명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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