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지상사역 가운데 중요한 일 하나가 바로 귀신 쫓아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예수님이 귀신들린 자를 치유해 준 사건들은 공관복음서 여러 곳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막9:14- 29, 마8:28-34, 마12:22-30). 중요한 것은 예수님이 행하신 귀신축출사건의 올바른 이해이다. 그것은 복음 선포활동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이며, 또한 종말론적인 하나님나라가 이 땅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즉 여기 귀신축출은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파되는 곳곳에서 하나님의 영(靈), 즉 예수님의 영(靈)에게, 악한 영들이 자리를 내어주고 쫓겨나는 것을 보여주며, 이 땅에 그리스도의 통치실현을 보여준 것이다. 생각하면, 이제 이러한 일은 곧 지상의 교회에 부여된 복음(진리) 전파의 사명과 과제로 이해되며, 그것은 세상의 악한 영들과 싸워야하는 영적전쟁을 뜻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상의 교회는 땅 위에 예수의 영(靈)이 다스리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평화로운 나라가 임하도록 세상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국가와 정부의 정치권력이 불의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할 책임을 생각하게 된다.
마12:43-45의 성경말씀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일러준 비유인데, 사람에게서 떠났던 더러운 악령(惡靈)이 되돌아와 깨끗하게 수리된 집에 더 악한 일곱 귀신을 데리고 들어와서 거하게 되니, 그 사람의 지금 형편이 이전보다 더 심각(악)해 진 정황을 말해준다. 역시 예수님은 말미에 "이 악한 세대가 또한 이렇게 되리라"고 일러주셨다(45).
우리는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인 여야대립상황을 되돌아보게 된다. 바로 3년 전, 한국정치는 그 당시 대통령을 탄핵하면서까지 우리사회에 만연된 권력남용의 적폐(불의)가 청산되기를 희망하였고, 잘못된 법과 제도들이 개혁되기를 소원하였던 국민의 염원을 수용하였었다. 그 후, 우리 국민은 부패한 정치권력의 악마(불의)를 몰아내고, 자유대한민국의 정의실현을 위한 정치적인 메시아를 기다렸으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매우 유토피아적인 새 대통령의 공약은 우리 국민들에게 감동과 기대를 크게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뜻밖에도 지금 대통령의 모습에서 그러한 공약성취는 더 기대될 수 없는 허구란 의구심의 비판이 연일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 이유는 대통령의 공약(기회평등, 과정공정, 결과정의)을 실제로 주도해야 할, 임명된 법무부장관의 가족과 당사자의 도덕성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통령과 여권정치인들은 그 인물에 대한 무죄와 변호를 주장하고 있지만, 대한민국법의 수장으로서의 인격에 대한 신뢰와 권위가 이미 상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많은 질문을 갖게 해 준다. 국민적인 지탄으로 만신창이가 된 인물을 왜 대통령은 그렇게 붙들고 있는지? 그렇게도 인물이 부재한 것인지? 역시 정치는 참으로 사회의 '필요악(必要惡)'이란 허탈감도 갖게 된다. 그러나 더 염려스러운 것은 장치권의 여야 대립과 국론분열로 인한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겪는 일이 마12:43-45에서 말씀하신 예수님의 비유에 적중되는 느낌 때문이다. 지금의 정치권력다툼의 모습은 마치 더러운 귀신이 나갔다가, 더 악한 일곱 귀신을 데리고 새 집에 들어와서 자리 잡게 됨으로, 그 사람의 지금모습이 이전의 모습보다 더욱 악하게 된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지금 발생된 정치적인 혼란이 3년 전에 겪었던 정치적인 대혼란처럼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 법의 수장을 시급히 교체하고, 정상적인 사법개혁이 이루지게 하며, 더 이상 우리사회의 국론이 분열되지 않고, 더욱 화합과 안정을 찾게 되도록 대통령을 위하여 기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악한 세대가 또한 이렇게 되리라"고 했던 예수님의 비유가 결단코 우리의 정치권과 우리사회에 적중되지 않도록 합심하여 기도하기를 거듭 호소한다. 그리고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과연 어떤 것인지를 국민들에게 밝혀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먼저 정치권에서 많은 대화와 토론을 통한 여야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정일웅 목사(전 총신대학교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