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윤 치유칼럼] 우울한 겨울소나타를 바다로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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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윤 박사

▲강지윤 박사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아름다운 바다를 본다. 푸르게 일렁이며 포말을 만드는 파도에 찌든 마음을 씻어낸다. 설레는 마음을 누르며 바다 옆 카페에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아름다운 소나타를 듣는다. 끝도 없는 수평선 너머엔 연푸른 하늘이 설레고 있다.

늘 마주하는 아픈 이들을 걱정하며 이국땅처럼 먼 곳에 있더라도, 나는 그들을 한순간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내 일상에서 아픈 이들과 연결되어 온 삶은 너무나 당연해서 어느 곳에서도 이 무거움이 조금도 낯설지가 않다.

그리고 지금, 그들과 이 아름다운 풍경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아름다운 풍경은 치유적이다. 때때로 수많은 걱정과 염려에 찌든 마음을 파도에 씻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들은 쌓인 통증을 치유하고 행복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염려한다고해서 아무 것도 변하지 않지만, 나도 모르게 마음을 누르는 무거운 돌들이 어느새 하나 둘 쌓여 있었나보다. 수많은 복잡한 생각들이 얽혀 바다로 오고 싶었다. 창조주가 만드신 바다는 너무나 치유적이어서 단숨에 나의 아픔과 염려가 파도소리와 함께 날아가고 만다.

어제까지의 치유가 있었더라도, 오늘 하루치의 상처가 쌓여 우리는 아파한다. 그 상처가 모이고 모이면 또다시 마음을 힘들게 하는 우울이나 불안으로 번지게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만큼 연약한 존재들이다. 연약하지 않은 척 아무리 애써도 우리는 연약하다. 그래서 의지할 대상이 필요하다. 그 대상은 사람과 주님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처가 되어줘야 하고 절대적인 신을 의지해야만 계속해서 불안을 내려놓을 수 있다.

"왜 기도해도 제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나요?"
"왜 이렇게 아픈데 저를 빨리 치유해 주시지 않나요?"

내가 늘 듣는 말이다. 아픈 사람에게는 1초가 하루 같고 일년 같다. 그래서 그 심정을 이해하고 이해한다. 믿음을 가지기도 힘들 것이다. 그래서 더욱 괴로운 것이다.

내가 한 기도를 언젠가 반드시 들어주시리라는 믿음으로 기도하는 것. 당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해도, 내 기도를 듣고 계신다는 믿음. 그 믿음이 우리를 살린다. 그래서 그들 대신 내가 믿음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 줄 때가 있다.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자기자신을 포기하고 싶어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당신이 치유된다는 사실을 굳게 믿습니다.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믿고 있어요!"
 
아침저녁으로 갑자기 찾아온 추위가 겨울이 가까웠음을 말해주고 있다. 겨울이 가까울수록 더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우울증이 좋아졌다가도 다시 시작되는 사람들도 있다. 

일조량이 줄어들고 기온이 낮아질수록 피로와 무기력증과 우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몸의 컨디션 저하 뿐만아니라 마음이 무거워지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쉽게 우울해지고 삶의 의욕이 사라지고 열정도 다 사라져버린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늦가을부터 겨울을 지나는 동안 계절성 기분장애를 심하게 앓는 사람들이 있다. 여자들 뿐 아니라 남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매일 복잡한 심경의 변화를 겪을 수 있다.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삶 속에서, 또한 각자의 직장에서의 힘든 상황 속에서 수많은 종류의 고통이 생기게 되고 마음이 힘들 수 있다.

그렇게 생긴 크고 작은 스트레스는 세로토닌이 줄어든 추운 계절에는 더욱 크게 작용하여 큰 우울과 불안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불행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나만 이상한가?" "나는 멘탈이 약해서 문제야."

이렇게 자책하며 스스로를 비난하면 더 우울해질 수 있다. 멘탈이 약하지 않더라도, 열심히 살아오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가 그렇게 만들 수도 있다.

찬바람이 끊임없이 자잘한 파도를 만드는 늦가을의 바다가 너무 우울하다고 말하는 사람, 그 바닷가에서의 음악조차 쓸쓸하게 느껴지는 사람, 홀로 바닷가를 거닐며 한없이 외롭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 우울한 겨울소나타를 바다 위로 날려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짧은 시간이라도 반짝이는 햇살 아래를 거닐며 햇볕을 쬐라고 하고 싶다. 늦은 시간까지 핸드폰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성경의 시편을 소리내어 읽고 일찍 잠을 청하고 충분히 잠을 자는 것도 필요하다.

수면이 부족하면 우울한 사람은 더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햇볕을 쬐며 가벼운 산책을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자신을 보살펴주는 방법이다. 

병적으로 우울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우울한 생각이 몰려든다면 가까운 공원이나 강가나 바다로 나가보자.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 자잘한 아픔 가득한 마음을 치유하고 몸의 무력감을 떨쳐버리길 바란다. 그리하여 가을과 겨울의 새로운 계절에 찾아오는 행복감과 은총을 넘치도록 누리게 되길 바란다.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치유와 따뜻한 동행 www.kclat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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