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풍양속까지 바꾼 ‘검은 죽음’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페스트(흑사병) 확진 환자가 발생해 전염을 막기 위한 예방 및 통제 조치를 취했다. 이 같은 보도에 국내에서는 치료·예방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흑사병이란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으로 ‘검은 죽음(black death)’으로 불렸다. 1347년 10월 이탈리아 제노아 선박들이 시칠리에 당도하면서 발생했고, 이듬해 남부 독일로 확산, 영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약 10여년 동안 유럽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천 5백 만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흑사병은 잠복기 이후, 오한, 38도 이상의 발열,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림프선이 붓고 피부에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검은 반점과 검은 색 버짐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치료가 지연되면 패혈증이 진행, 다발 장기부전, 사망에 이르게 된다.
흑사병을 예방하려면 감염된 쥐벼룩이나 야생동물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흑사병 환자 분비물이나 분비물에 오염된 물품 소독이 필요하다. 백신은 예방 효과가 충분하지 못해 일반인에게는 사용하지 않고 노출 위험이 높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만 권고된다.
한편 흑사병으로 인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강박관념은 중세 말기 유럽 각 지역의 미풍양속을 바꿔놓았다. 부모가 감염된 자녀를 내다 버렸고, 역시 자녀들도 병으로 죽은 부모를 버렸다. 심지어 교황의 경우에도 페스트에 감염될 경우에는 종부성사를 받지 못할 정도였다. 종교개혁으로 잘 알려진 루터는 ‘치명적인 흑사병으로부터 도망해야 하는가?’라는 논문을 발표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