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애착의 문제가 심리적 허약함을 계속 쌓게 되면 '사랑의 기능'에 장애가 생긴다. 자연스럽게 사람과 관계를 잘 맺고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기능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정서적 기능이다.
사람의 생존에 필수 요소는 두 가지로 함축된다. 육체적으로는 밥이 필요하고 정서적으로는 사랑이 필요하다. 밥을 먹지 않으면 신체적으로 죽게 되고, 정서적으로 사랑이 충족되지 않으면 영혼이 메말라 죽게된다.
이 시대는 밥을 굶는 시대는 아니다. 밥 문제가 해결되지 않던 시절에는 밥을 먹기 위해 정서적 상태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밥벌이를 위해 매진해야 했다. 밥 문제가 해결되자 사람들은 자신의 정서적 결핍을 인식하고 자각하게 되었다. 정확한 원인은 알지 못했어도 정서적 허기가 밀려와 피폐해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절망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나를 사랑해 주지 않아...' '나는 살아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하겠어...' 이런 심리적 주제가 미해결과제 속에서 공허감과 통증을 피워 올리기 시작했다. 사랑이 채워지지 않아 생긴 심리적 정신적 문제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역설적이게도 서로를 찢으며 폭발하기도 한다.
연인관계 혹은 부부관계에서, 자신이 진작 해결하지 못했던 상처와 깊은 결핍의 이슈가 나타나는 순간, 사랑은 너무나 어렵게 느껴지게 된다. 결핍으로 늘 허약했던 자아는 미성숙하고 유치한 모습으로 확장되어, 상대방에게 불가능한 '완벽한 사랑'을 무의식적으로 요구하며 상대방을 지치게 만든다.
무의식에서 요구하는 그 무엇인가가 채워지지 않을 때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짜증과 화가 치밀어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전능자가 되기를 요구한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나의 욕구를 다 알아차리고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을 스스로 밀쳐내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내 표정이나 눈빛만 읽고도 완벽한 해결을 해주고 넘치는 사랑으로 채워주기를 원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말하지 않는 깊은 속마음을 완벽하게 읽어낼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종종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따뜻한 허그를 좋아해요. 사랑한다는 말을 듣기를 원해요. 당신이 표현하지 않으면 나는 당신의 사랑을 느끼지 못해요...."
남편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이고 내가 원하고 말하는 것은 그대로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나 역시 남편의 요구를 듣고 노력한다. 또한 서로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늘 표현한다. 그런 노력이 부부관계를 견고한 사랑으로 묶어준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고 서로에게 환한 웃음을 선물하기도 한다.
사랑이 느껴지지 않으면 관계는 무의미하고 삭막해진다. 모든 관계가 그렇다. 특히 부부관계는 더욱 견고하고 진실한 사랑으로 열매맺어야하는 관계다.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해서 서로에게 표현함으로써 서로 사랑을 주고받아야 한다.
서로 원하는 것을 말하는 대화의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사랑은 늘 어렵고 힘들 것이다. 진솔한 표현은 서로 하지 않으면서 상대의 마음을 추측하고 오해하기 때문에 늘 사랑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고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하루에 몇 번 밥을 먹듯이, 사랑도 매번 먹어야 한다. 일 년에 한번만 밥을 먹고 살 사람은 없지 않은가. 상대방이 어떻게 해줘야 사랑으로 느끼게 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사랑의 5가지 언어]라는 책을 읽어보면 쉽게 설명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남자와 여자는 사랑에 대해 서로 다르게 인식하는 점도 있다. 서로 다름에 대해서도 대화해야 한다.
성경에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강렬한 표현은 인간에게 얼마나 사랑이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랑없이 하는 행위는 '영혼없는 울리는 꽹과리'에 불과하다고 성경은 우리에게 강조하며 가르치고 있다.
만약 옆에 연인이나 아내나 남편이 있다면 자신이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따뜻한 언어로 설명해주길 바란다. 상대방의 이야기도 마음을 다해 경청하길 바란다.
우리는 다 완전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결핍이 있고 상대방의 사랑을 통해 신의 사랑을 배우고 느끼며 채워가는 것이다. 아마 평생 채워가야 할 것이다.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못 느끼고 그저 익숙해지기만 하는 것은 아무런 노력도 안 하는 것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결단하는 것'이다. 거기에 정성과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상처없이 살아온 사람은 없다. 단언컨대 아무도 없다. 다만 치유가 되지 않았을 때는 자신의 상처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심리적 정서적으로 메마른 느낌 속에서 매일 슬퍼하고 외로워하는 것이다.
상처가 만든 결핍을 이기적으로 채우려고 상대방을 착취하거나 일방적인 노력만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그러면 있던 사랑마저 잃게 될 것이다. 청년들 중년들 노년들까지, 사랑 때문에 여전히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많이 본다. 신의 사랑은 절대적이지만 사람의 사랑은 상대적이다. 내가 원하는 만큼 상대도 원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랑이 참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뭔가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부모님의 사랑이 부족했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이제부터 채워가면 된다. 하나님은 사람의 결핍과 상처를 온전히 치유하고 회복하게 하기 위해 결혼제도를 만드셨다. 결혼의 여러 목적 중 중요한 하나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장 가까운 사람 배우자를 통해 이전의 결핍을 채워갈 수 있다. 둘이 함께 노력하며 나아갈 때 상처는 서서히 치유된다.
표현이 부족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꼭 말로 해야 돼?"라고 묻는다면, "반드시 말로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세히 더 자세히 설명하고 따뜻하게 말해주고 안아주어야 사랑이 커진다.
사랑은 결론적으로 어렵지 않다. 목덜미가 아플 정도로 웅크리고 긴장하며 상대가 알아서 나를 온전히 채워주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그냥 말하면 된다.
"당신이 나를 안아주면 나는 사랑으로 느껴요."
"당신이 책임감있게 행동하는 모습이 든든하게 느껴져요."
"당신이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면 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고 느껴요."
"사랑한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내게 사랑을 넘치도록 느끼게 해줘요."
"가끔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고마워요."
"우리가 매일 하는 부드러운 대화가 당신이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으로 느끼게 돼요."
말하는 것이 어려운가. 연습하면 된다. 그리고 사랑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가야 한다.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이 두터운 외투로 몸을 감싸고 다녀야 하는 이 추운 겨울에 더욱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거리마다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따뜻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당신과 내가 사랑으로 더욱 더 채워져서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심리상담학박사
*치유와 따뜻한 동행 www.kclat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