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독교인’ 황교안 대표의 ‘금식’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자유한국당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자유한국당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황교안 대표의 단식이 6일째 이어지고 있다. 그는 단식 사흘 째이던 지난 22일 자신의 SNS에 "지켜야 할 가치를 잃은 삶은 죽음이기에, 죽어서 사는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지켜야 할 가치"란 대체 무엇일까? 그는 왜 단식을 할까?

스스로 몇 가지를 언급하지만 결국 '자유민주주의'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가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22일)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 자유와 민주와 정의가 비로소 살아 숨쉴 미래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26일)이라는 그의 말에서 분명히 알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자유주의+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다. 자유주의는 주로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경제 분야(혹은 자본주의)에서, 민주주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을 투표로 선출하는 대의정치에서 구체화 된다. 그리고 후자는 북한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적어도 형식적으로나마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가 가지고 있는 정치체제다.

문제는 자유주의다. 흔히 이것을 자본주의와 짝짓지만, 사실 그보다 더 본질적인 사상이다. 국가와 같은 거대한 집단 앞에서 개인의 고유한 자유를 희생시키지 않으려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그리고 이는 종교개혁을 통해 발아(發芽)했으며, 무엇보다 종교의 자유를 위해 꼭 있어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늘날 '정교분리' 원칙 역시 이런 사상에 기초해 있다고 봐야 한다.

인류의 역사는 이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역시 내전(內戰)에 준하는 이념 대립을 거쳐, 끝내 그런 가치 위에서 건국됐고, 우리의 근대사에서 기독교는 눈부신 발자취를 남겼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덕이다. 특히 이른바 '김일성 수령주의' 혹은 '주체사상'의 북한을 이웃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그런 자유민주주의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문재인 정부가 과연 그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무산되긴 했지만 개헌 논의에서 불거졌던 '자유 삭제' 논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을 부인하는 듯한 태도, 한미동맹의 이완, 최근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으며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했던 조국 전 장관 사태, 그리고 얼마 전 '강제북송' 의혹 등이 그런 불안을 키운다. 그래서 황 대표는 "자유민주주의가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고 판단했던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대한민국 정치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유민주주의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그의 단식을 하나님 앞에서 하는 '금식'으로 보는 이유다. 황 대표는 소금조차 입에 대지 않고 오직 물만 마신다고 한다. 정치적 행동이라기보다, 나약한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며 그저 하늘을 움직이려는, 신앙의 발로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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