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윤 치유칼럼] 마음의 단열재 보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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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윤 박사

▲강지윤 박사

아주 어릴 적 예닐곱살 무렵까지 내가 살았던 집은 작은 마당과 툇마루가 있는 기와집이었다. 전통한옥은 아니었지만 지붕에 기와를 올려 지은 집이었고 어렸을 때 살았던 집 중에 제일 좋은 집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집은 단열제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아서 여름에는 더웠고 겨울에는 너무 추웠다. 그 당시의 집들은 단열재 없이 지어져서 우풍이 너무 심했었다. 방바닥은 뜨거워도 입김이 날 정도로 공기는 차갑고 추웠다. 마음이 추웠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몸은 더 춥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추위를 엄청 타는 아이였다. 나의 아버지는 어린 내게 겨울이면 열 겹이나 되는 옷을 껴입히셨다. 생추위를 견뎌야 할 어린 딸이 조금이라도 추위를 덜 느끼고 떨지않게 하려는 내 아버지식의 사랑이었다. 걷기도 힘들 정도로 겹겹이 껴입었던 탓에 겨울이면 내 조그만 몸은 늘 뒤뚱거리며 걸었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추위에 몹시 약한 체질이 된 것 같다.

그후 오랜 시간을 건너와 나이를 먹고 체질이 조금 변화될 때까지 나는 내복을 두 개씩 껴입었고 겨울철엔 눈만 내놓고 꽁꽁 싸매고 다닐 정도로 추위를 많이 탔다. 겨울이 좋았지만 겨울의 추위는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리고 추위에 오래 노출되어 있으면 괜히 눈물이 났다. 외로움과 슬픔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와 엉엉 울기도 했었다. 추위와 외로움과 슬픔은 언제나 한꺼번에 어린 내 마음을 헤집어놓곤 했었기 때문이리라.

단열되지 않은 추위는 몸을 지나 영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단열이 되지 않은 집, 단열이 되지 않았던 환경, 찬바람에 그대로 노출되었던 시골의 삶은 마음조차 허약하게 만들었다.

겨울이 되면 상담실에 온 내담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박사님, 제 마음은 너무 춥고 외로워요. 겨울이 되면 더 외로워지고 제 곁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우울해져요...."

단열재 없던 추운 시간들 속에서 그저 견디며 살아온 가엾은 사람들은 우울증이나 불안증, 공황장애를 앓게 되었다. 그런 질병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오다 어느 날 죽고 싶을 정도의 통증을 느끼게 되는 사람도 많다.

우리나라는 심리상담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다. 혹자는 20년 이상 뒤쳐져있다고 했다. 아직도 마음의 질병을 모르거나 마음도 치료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의 단열재는 무엇인가. 어린 시절 부모의 돌봄과 사랑이 단열재가 되어준다. 만약 그 부모의 돌봄과 사랑이 결핍되어 있다면 단열재 없는 부실한 집에서 살을 에는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살아온 것이다. 그 추위에도 살아남아 지금도 살기위해 노력하는 당신은 대단하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마음에 단열재를 불어넣어야 한다.

지금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옆에서 사랑해주고 돌봐준다면 그것은 최고의 단열재가 되어줄 것이다.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다해도, 자기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기존중감을 가지게 되면 그 또한 단열재가 된다.

나의 영혼과 육체를 구원하기 위해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오셨다. 이 성탄의 계절에 자신이 얼마나 귀중하고 존귀한 존재인지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메마른 영혼과 상처받은 마음에 최고의 단열재가 되어주신다. 나 역시 그 사랑으로 최고의 단열재로 만든 새로운 집을 지을 수 있었다.

세상의 삶은 고단하고 고통의 연속이다. 고통 없이 살아갈 수 없다. 고통이 모두 없어져야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고통 속에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고통 속에서도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

언젠가 이 모든 지상에서의 고통이 끝날 것이다. 영원히 고통 없는 곳으로 가기까지 우리는 고통 속에서도 기뻐하며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다.

다만 이 깊고 강렬한 추위를 막아줄 마음의 단열재를 보강하고 추위를 막아줄 따스한 기운이 감싸도록 마음을 열고 치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욱 사랑하고 더욱 기뻐하고 더욱 감사하며 자존감을 높여가야 한다.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심리상담학 박사
*치유와 따뜻한 동행 www.kclat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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