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오직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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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승의 러브레터] 달꿈예술학교 근황

▲달꿈학교.

▲달꿈학교.

1. 요한복음 20장에서 최근 유독 제 마음을 사로잡은 한 단어가 있습니다. ‘오직’이라는 부사입니다.

‘오직’이라는 단어는 요한복음 20장을 구성하는 많은 사건과 인물 심리 상태를 한 마디로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영어로 오직은 ‘only’라고만 사용하지 않고, 때로 ‘alone, solely’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즉 단독 혹은 혼자라는 의미이지요.

그런데 국어사전은 이 의미를 굉장히 무게감 있게 이렇게 전달합니다. ‘여러 가지 가운데에서 다른 것은 있을 수 없고 다만’.

‘오직’이라는 단어가 가진 힘은, 하나를 위하여 다른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직’이라는 단어를 만나며, 나는 과연 무엇을 정리하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요한복음 20장은 세 가지 사회 구조와 심리 상태를 소개하며, 당신은 이 중 어디에 속해 있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처음 만난 장면은 빈 무덤을 향하는 제자들의 달음질입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로 손을 잡기는커녕, 누군가는 뒤통수를, 누군가는 뒤따라옴을 느끼며 발검을을 빨리 했건만, 정작 얻어가는 것은 텅 빈 무덤.

다시 돌아가는 발걸음의 공허함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일직선상의 삶의 모습이, 우리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습니다.

시인 박노해는 산길에서 도토리 두알을 주었는데 한 알은 형편없고 한알은 매우 윤이 나 있었다고 합니다. 두개의 도토리를 바라보던 시인이 이렇게 물어봅니다.

‘너희도 필사적으로 경쟁했는가’.

‘내가 더 크고 더 빛나는 존재라고 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싸웠는가 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가’.

도토리에게 물었으나 스스로에게 묻고 있던 박노해 씨는 ‘윤이 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참나무가 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그래서인지 참나무는 들판을 보고 열매맺는 다는 말이 있습니다.

열매맺을 때 먼 들판을 보면서 풍요로운 게절이면 도토리가 조금 열리고, 흉년이 들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말이 있을만큼 참나무는 숲속에서 약 300-400여종의 숲속 생명들의 먹이와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아낌없는 나무입니다.

아주 윤이 나고 큰 도토리는 금새 먹잇감이 되어 사라질 뿐이지만, 보잘 것 없는 작은 도토리가 참나무를 일구니 그 인생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시인은 도토리를 통해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3. 둘째로 만난 사람은 마리아입니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 자신의 가치를 잘못된 방법으로 알고 내달리던 중, 누군가는 빈 무덤에 홀로 되어버린 누군가가 되기도 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살면서도 여전히 혼자이고, 혼자이고 싶어하면서도,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육적인 사랑에 머물러 버렸습니다.

나는 다른 누군가와는 다르다면서, 스스로를 앞세우는 듯 하지만, 늘 눈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결국 예수님이 원하시는 사랑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찾던 그 여인은 그래서 언제나 혼자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막달라 마리아와 거리를 벌리심으로, 그녀의 바른 사랑을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그 여인의 욕망을 정리해주셨습니다.

참된 사랑은 마리아가 원하는 예수의 모습이 아니라, 예수가 원하는 마리아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4. 달꿈예술학교 옆 프란체스코 수도원 수녀님이 성탄을 맞이해 달꿈에게 한편의 시를 보내 주셨습니다.

성탄을 맞이해 달꿈을 오가는 아이들이 문학제에 시를 냈는데, 수녀님도 한 편의 시를 보낸 것입니다.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가 멀리 빈숲으로 휙 던져지듯,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수녀는 가까운 옆집 달꿈에 조심스레 건네준 시에는 씨앗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하나의 씨앗이었다.

내 안에 씨앗처럼 심겨진 내꿈은 어떤 모습으로 싹을 내고 자라고 있을까

나를 내면서 가지신 하나님의 꿈은 지금 여기에서 나의 꿈이 되어 싹을 틔우며

자라나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을까.’

시를 읽으며 자연스레 막달라 마리아의 바람이 떠오르고 예수님의 꿈이 떠오릅니다.

나의 꿈이 하나님의 꿈이 되기를 바라며 기도하고 있는 우리 모습이나, 상대를 보면서도 나의 바람대로 네가 살아주기를 바라, 주님 뜻대로 살아야하는 자기 모습이 상실된 시대.

처음엔 하나의 씨앗이었는데, 그 씨앗 안에 하나님의 꿈이 심겨졌음을 잊어버린 채, 우리는 서로에게 당신 뜻대로가 아니라 내 뜻대로 되옵소서 하고 바래왔던 것이 맞다면, 그래서 우리는 그토록 살아계신 주님이 앞에서 이야기해도 깨닫지 못했던 것이겠지요.

5. 회복된 막달라 마리아가 되어 훌훌 털고 빈 무덤을 떠나버립니다. 이제 그녀는 무덤에 머무를 필요가 없습니다.

무덤은 부활하신 예수가 잠시 머물던 곳이요. 자기 못난 자아가 묻혀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여기저기 예수를 만난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 누군가에게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옆집 개똥이도 예수님을 만났고 뒷집 철수네도 예수를 만났다는데, 왜 나에게는 오지 않는가?”

작은 의심은 두려움으로 확장되어, 마음 속 굳게 문을 잠근 채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합니다. 불신의 벽을 높인 순간, 도마에게 찾아오신 예수님의 구멍난 손이 저와 여러분에게 다가와. 말씀하십니다.

“네 손을 내밀어 내 구멍난 손으로… 네 손가락으로 내 구멍난 옆구리에 넣어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그 분의 구멍난 몸과 손을 보는 순간, 도마는 그 구멍이 자기 믿음의 구멍임을 깨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전히 부활 이후에도 그분의 소망. 그분의 꿈은 바로 오직 하나… 그 단 한가지였음을 발견합니다.

그 분은 당신이 죽고 내가 사는 것이 소원입니다.

6. 왜 그다지도 주님의 소원은 믿음 하나였을까에 대해, 요한 사도는 요한복음 20장 30-31절은 맺음말로 이유를 제시합니다.

“예수께서 제자들 앞에서 이 책에 기록되지 아니한 다른 표적도 많이 행하셨으나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여행지를 여행하며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을 기록하는 시대, 자신이 느낀 것을 유튜브라는 전 세계 미디어 매체를 통해 홍보하는 시대의 우리를 통해 요한을 본다면,

살아계신 예수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고 가장 사랑받았던 제자라고 자부하던 요한이 쓰고 싶은 것은 얼마나 많았을까. 그가 본 것은 얼마나 많았을까…, 그가 느낀 것은 얼마나 많았을까.

그러나 그는 ‘오직!’ 이것을 기록한 이유는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 이고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었습니다.

2천년 전 요한 한 사람의 꿈은 바로 오늘 우리가 예수를 믿는 것 한 가지, 그리고 왜 그렇게까지 애타게 믿어야 하는지, 그 이유 역시 우리가 살기 위해서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다른 말로 우리가 여전히 죽은 자의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분명히 풍요로운데, 크고 화려한데, 그 삶이 윤기나는 도토리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오직 참나무가 되기 위해 던져짐을 각오하고 정리하지 못하는 도토리 말입니다.

7. 사랑하는 여러분. 요한 사도는 수많은 글을 쓰고 싶었어도, 오직 우리를 살리실 주님을 말하기 위해 only, 하나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직 생명만을 말하기 위해, 그는 오직, solely, alone, 단독자가 되었습니다.

오직 살아있음이 중요함을 알려주기 위해, 그는 ‘여러 가지 가운데서 다른 것은 있을 수 없고 다만 한 가지’만을 말하고자 다른 모든 것을 버려야 했습니다. 정리하는 삶은 곧 자기 자신을 기꺼이 던지는 삶입니다.

8. 달꿈예술학교가 되기 전, 2014년 전신인 꿈트리는 2011년부터 해 오던 문화사역의 결과, 지역의 관심과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는 단체로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뮤지컬을 여기에서 하고 싶어요’라는 ‘오직’ 한 청소년의 꿈을 만나게 되면서, 다른 모든 것을 기꺼이 정리하였습니다. 만났던 많은 아이들에게도 여기보다 나은 곳을 추천하며, 적절한 곳으로 보내며 이별했습니다.

한 생명을 위해서는 어떤 제도도, 어떤 계획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임을, 우리 모두는 물론 청소년도 깨달았습니다.

나아가 그 뒤를 이은 또 다른 청소년을 만나면서 급기야 달꿈예술학교가 세워져, ‘한 명을 위한 모두’라는 가치관이 확립되었습니다.

한 생명의 가치, 한 사람의 꿈은 돈과 제도로 규정지을 수도, 비교할 수도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따라서 학교를 운영하며, 저는 우리가 만든 어떤 제도와 형식과 시스템도 학생 한 명보다 귀하지 않음을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그것은 달꿈예술학교가 제도와 규칙, 시스템과 세상을 닮은 구조에 갇힌 죽은 학교가 아니라, 살아있는 학교가 되어, 살아있는 생명을 살리는 사명을 다하기 위함입니다.

그것은 또한 한 학생에게만 머물지 않습니다. 그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세상의 논리와 규칙으로 규정지을 수 없습니다.

연습실과 작은 공연을 위한 꿈방. 선생님과 학생들의 쉼터이면서 게스트룸으로 이용 되는 다방은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미술실과 사무실로 이용되는 달방. 공부와 묵상할 때 사용되는 리방 등은 학교가 해당 공간의 스케줄이 없으면 조건 없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쿰 카페는 주어진 조건에서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지역 주민들의 쉼터이자 마을과 학교의 소통공간이면서 학교가 자립하기 위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9. 얼마 전 서울시에서 비인가 대안학교를 위한 후원이 내년부터 가능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예전부터 논의되었던 것이 이제야 제도화된 것입니다. 인가받지 않은 학교들은 정부의 고정적인 커리큘럼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커리큘럼을 만들기 때문에 인가를 받지 않는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원을 받지 못하니,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그 길이 열린 것입니다. 하지만 문의 결과 이런 답변을 들었습니다.

정규 교과과정에서 기독교에 대한 내용이나 예배 강요가 없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 말은 적절히 행정에서 삭제하고 지원을 신청하고, 가르칠 때는 알아서 잘 버무려서 하면 된다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그래서 너무 쉽게 결정했습니다. 그런 돈이면 안 받는 게 우리가 사는 길입니다. 그런 지원으로 아무리 좋은 선생님을 데리고 온다 한들, 그 결정 자체만으로 교육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네, 여전히 궁핍하겠지요. 풍요롭고 큰 도토리가 될 수는 있으나, 세상의 먹잇감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길일 뿐입니다.

그래서 보잘 것 없이 작은 도토리가 되어, 숲속으로 뛰어들려 합니다. 달꿈에는 그런 도토리가 되겠다고 결심해 자기를 던지고 있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계시니까요.

▲학교에 대해 쓴 초등학생의 시.

▲학교에 대해 쓴 초등학생의 시.

10. 왜냐하면 달꿈예술학교는 살아있어야 합니다. 규칙과 원칙, 행정과 제도 돈의 유혹 앞에 생명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가지 가운데 다른 것은 있을 수 없고, 다만 ‘생명’을 선택할 것입니다.

오늘은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달꿈예술학교에 보내온 시를 소개합니다.

‘달꿈학교에 대해서

이 좁은 도시안의 달꿈예술학교 예술과 예의를 배울수 있는 공간

놀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카페라는 것. 우리 엄마 아빠께서 좋아하시는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음료를 만들어주신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 세상의 하나뿐인 특별하고 소중한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다.

(이 초등학교 3학년 아이는 달꿈학교를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다고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우리 동네는 놀이터가 없어서, 우리동네가 좋지만 심심했었다.

하지만 달꿈학교가 생기고 목사님과 우정이 언니, 지현쌤, 혜은쌤, 다운쌤, 집사님들과 영수쌤, 최의성 쌤도 만나고 나서부터

재미있고 즐거운 수업도 하고 놀이도 하며 내가 조금 더 똑똑해지고 활발해진 느낌이 든다.

나도 성인이 되어서 꼭 달꿈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으로 봉사를 하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피아노를 잘 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달꿈학교를 표현하기를 놀이터요, 교육공간이요, 카페요, 많은 만남이 있는 곳이요, 그래서 동네를 사랑하게 해주는 통로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피아노를 잘 칩니다. 그런데 그 피아노를 잘 치는 것을 통해 이 학교에서 봉사하기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잘하고 계십니까?)

그러나.. 이 어린이의 마지막 한 문장이 제 심금을 울렸습니다.

‘내가 봉사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성인이 될 때까지, 달꿈학교가 그대로 이곳에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학교에 대해 쓴 초등학생의 시.

▲학교에 대해 쓴 초등학생의 시.

11. 이 편지를 나누는데, 옆에 있던 졸업생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요 목사님. 졸업한 저랑 지금 입학한 친구 한 명이 살아있을거니까요.”

눈물이 핑 돕니다. 내 인생을 던지기를 잘했다. 정리하기를 잘했다.

달꿈예술학교가 죽은 학교가 아닌, 살아있는 학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더불어 여전히 지하에서 인테리어 하나 하기도 급급하고, 매주 식사비 5만원으로 70명의 끼니를 해결하는 생명샘교회도, 그리고 오직 참나무가 되기 위해 기꺼이 자기를 던지는 이 땅의 모든 눈물나게 살아있는 교회에 성탄을 맞아 인사드립니다.

여러분, 풍요로움에 속아 자기를 던지지 못하는 도토리가 되지 마세요. 여러분의 꿈은 참나무가 아니던가요.

‘오직’ 우리를 위하여 여러가지 것들을 포기하고, ‘다만!’ 말구유를 택하시고 십자가로 자기를 던지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하며.

오직 크리스마스!

류한승 목사(생명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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