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선택에 앞서… 정체성과 책임, ‘남자 구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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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91] 진정한 ‘남자 구실’이란 무엇일까?

▲ⓒ김재욱

▲ⓒ김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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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디에서나 자기 자리와 역할과 본분을 알고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무조건 넘치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조연은 조연의 자리에서 빛을 발해야지, 주연처럼 연기하면 안 된다.

무조건 낮추고 겸손하기만 한 것도 미덕이 아니다. 왕은 왕처럼 행동해야지, 카리스마와 위엄이 없으면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남자는 자기 위치와 역할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성경적으로는 가정과 여자의 머리와 주인이 돼야 하지만, 그것을 권리로 알고 방종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 책임으로 알고 한없이 부드럽고 관대하며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자기 위치와 역할을 모르면 무언가에 미달되거나 불필요한 일에 힘을 쏟을 수 있다.

그러면 여러 가지 덕목 중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배우자와 가족 부양의 책임이다. 남자가 여자를 벌어서 먹여야 한다고 하면, 요즘 맞벌이도 많고 여자가 더 벌기도 하는 세상이니 시대에 뒤떨어지는 이야기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금전의 액수 문제나 노동량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에게 최종 책임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쟁이 나서 피난길에 올랐다 치면 남자가 죽기 살기로 먹을 것을 구해야지, 위험한 곳에 여자를 내보내선 안 되는 것 아니겠는가. 구걸을 해도 자기가 직접 해야지, 여자를 앞세우면 안 된다.

내가 아는 한 여성은 결혼 몇 년 후 이혼했는데,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남편이 돈 벌 궁리를 안 해서였다. 함께 유학 생활 중인데 늘 게임에 빠져 있고, 여자가 알바를 하다 끝내 생활비가 똑 떨어지면 참다 못해 또 여자가 나서서, 돈을 꾸어 근근이 살다가 메꾸곤 했단다.

이런 남자는 정말 문제다. 그런데도 시댁에선 아들만 감싸고…. 이혼은 예견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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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땀이 흘러야 식물을 먹는 존재가 아담이다. 이 책임을 해산의 고통까지 겪어야 하는 이브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

밖에서 아무리 돈을 잘 쓰는 멋진 사람도 자기 집을 챙기지 않으면 진짜 좋은 사람이 아니다. 돈 잘 버는 남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가족 부양에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애쓰는 자세가 중요하다.

아는 목사님이 혼기가 찬 딸과 이야기가 오가는 청년에 대해 내게 물은 적이 있다. 그 청년의 직업은 배우였고, 당시 성경공부 등으로 교류하던 모임의 멤버였는데, 요즘 TV에 자주 안 나오는 것 같아서 벌이가 좀 어떤지 궁금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 목사님을 좀 오해했다. 먼저 신앙에 대해 물을 줄 알았는데, 수입에 대해 묻는 것이 의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목사님은 일단 자기 딸을 잘 책임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 집 딸은 아주 좋은 외국회사에 다니니 돈 걱정할 수준이 아니었는데도, 아빠 입장에서 사윗감으로 우선 보는 것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가,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것이라고.

물론 신앙과 다른 요소들이 안 되면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소용이 없겠지만, 다른 것을 다 잘해도 부양 의지나 능력이 떨어지면 이야기의 진전은 어렵다는 얘기였다.

결과적으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당시 그 청년은 평소에도 착실히 활동하며 자기 구실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아는 만큼 설명한 적이 있다.

남자는 신앙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 없다. 아내를 앞세워 돈을 융통하게 하고 자기는 교회에서 기도만 하는 사람은 신앙이 좋은 게 아니라,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다.

가정은 교회보다 먼저 세워진, 더 중요한 공동체다. 또한 신앙생활은 말 그대로 신앙인의 ‘생활’이며, 이 ‘생활’은 기도와 성경공부와 헌금과 교회 출석보다 훨씬 더 넓고 근본적인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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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말하지만 돈을 많이 잘 벌어오는 사람이 좋은 남편이라는 뜻이 아니다. 돈의 액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대한 문제일 수밖에 없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고 책임감이다.

또한 남자의 책임은 돈으로만 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주고, 연인이나 배우자가 먹을 욕을 대신 먹더라도 방어해주며, 힘든 순간에 함께하는 것 모두를 포함한다.

모든 사랑이 그렇겠지만, 특히 남자는 자신을 불살라 여자를 떠받치는 사람이다. 아무리 페미니즘이 세상에서 힘을 얻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가끔 특정한 여성을 보면, 만나는 남자마다 경제활동에 소극적인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여자가 경제적 능력이 있거나 생활력이 강해서, 남자의 의지가 느슨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개 외벌이하는 집 남자들을 보면 함부로 품속의 사직서를 내던지지 못하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력질주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여자가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거나 사업체를 운영하면 남자는 그만큼 삶에 ‘배수진’을 치지 않는다. 누울 자리 보고 다리를 뻗는 당연한 원리다.

그런 남자들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다만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의지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바가지를 긁지 않거나 알아서 헤쳐가는 여자, 지나치게 능력 있는 여성들은 때로 남자를 바보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누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집 사람들을 부양하지 아니하면 그는 믿음을 부인한 자요 불신자보다 나쁜 자니라(딤전 5:8)”.

사도 바울이 디모데에게 남긴 이 말씀이 특별한 이유는 이례적으로 가족 부양의 의무를 말씀한다는 점도 있지만, 책임감과 의지가 없는 자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는 점 때문이다. 가족을 챙기지 않으면 믿음을 저버린 자, 불신자만도 못한 자라니 말이다.

크리스천 남성들은 이 말씀을 새기고, 여성들은 이 문제에 대한 개념이 흐릿한 남자들을 걸러야 한다. 흔히 말하는 ‘남자 구실’은 신체적 문제가 아닌, 남자로서의 정체성과 책임에 대한 정확한 문제의식이라 할 것이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30여 종
www.woogy6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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