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교회로 가는 길’만 행복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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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승의 러브레터] 말에 담긴 인생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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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자와 말에는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소통하고 자신의 생각을 담기 위해 그림이나 글로 표현하고 대화해왔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만히 단어를 들여다 보면, 역사가 보이고 세상이 보입니다.

2. 몇 주간 ‘사람’이라는 단어를 묵상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사람을 합치면 삶이 됩니다. 그리고 삶을 나누면 사람이 됩니다.

각자의 삶을 나누고 살아가는 것이 참된 사람이 되는 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 그것이 진짜 사람 되는 길입니다.

3. 사람들은 자기 몸처럼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나를 먼저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우선순위에 대한 말씀이 아닙니다.

이 말씀은 ‘A=B’라는, 등호에 대한 말씀입니다. 즉 A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B와 같음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공식은 ‘A=?’ 라는 물음표 속에 대한 해답을, ‘A=A’라는 말도 안되는 공식으로 마무리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4.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을 자기의 방법대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상대적 기준에서 불만족할 뿐, 누구나 자기가 살아가는 방식이 있습니다. 바로 자기에게 적용하고 있는 방식 그대로 누군가를 똑같이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기가 완전히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5. 단어를 다시 들여다 봅니다.

‘나와 너’라는 단어를 완전히 합쳐봅시다. 그러면 ‘내’가 됩니다. 완전한 내가 되지 못했던 것, 그것은 바로 나와 너가 같아져야 함을 몰랐던 것입니다.

6. 놀라운 사실은 너와 나가 하나 되면, 저절로 우리라는 단어도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좋은 공동체, 아니 행복한 공동체가 되지 못했던 이유는 저절로 밝혀집니다.

행복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너보다, 정확히 말하면 그 너와 하나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7. 우리나라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나와 너를 자꾸 분리하는 것입니다.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같아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럼에도 아이들을 이상한 모양으로 같아지게 만들려 애를 씁니다. 여성이 남성이 서로를 혐오하면서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지만, 더욱 불편해지는 세상의 이유.

젊은이들은 이전 세대의 노년을 두고 우리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고, 노년은 젊은이들을 보고 지혜롭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세대, 그래서 뭔가 자기를 찾을 것 같지만 더욱 불행해지는 시대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부모가 자녀를 자기 방식대로, 자녀도 부모를 자기 삶의 방식대로만 이끌려고 합니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나, 너는 너, 우리는 사라진 채, 자기 자신도 사라진 시대입니다.

8. 어제는 제가 참 좋아하고 사랑하는 박지범 목사님께서 저희 교회에서 설교해주셨습니다.

박 목사님은 브라질에서, 미국에서 수십 년을 사역하면서 깨달으신 단 한 가지 명제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문제보다 존재가 귀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의 문제가 아무리 커도 존재보다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여러분. 존재가 귀합니다. 그 존재의 귀함을 깨닫는다는 것은, 하나님과 나와 존재가 같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너와 나의 존재가 같다는 것입니다. ‘A=B’입니다. 그래서 ‘B=C’가 됩니다. 결국 모두가 같아지는 것, 그것이 하나님 나라입니다.

9. 가끔 아이들이 사용하는 말과 글이 상처가 된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면, 글도 말도 결국 그 사람의 삶이 보이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향해 아픈 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아픈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타인을 깎아내리고 분리시켜야 행복해진다고 생각하십니까? 아픈 삶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그를 부정시키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를 먼저 존중해 주고 수용해 주는 것입니다. 안아줌입니다.

그냥 그대로 안아주면 그로 인해 아팠던 나의 아픔이 치유되고, 그 사람은 자신의 사랑으로 인해 채움받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같아질 수 있고, 우리라는 공동체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10. 좋은 목사가 되고 좋은 교사가 된다는 것, 그 출발점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에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서로 빈정거리고 깎아내리는 관계가 아니라, 그를 완전히 수용해 주고 존중해 줌에 있습니다.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어떤 결함이 있어도 그냥 그대로 내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보다 나은 내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11. 2020년이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의 표어는 잠언 4징 26절입니다. ”네 발이 행할 길을 평탄하게 하여 네 모든 길을 든든히 하라”.

우리가 행복해지는 것은 단지 교회로 오는 길만이어서는 안 됩니다. 여행을 가는 길만 행복하다는 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여행을 가는 길 외에 모든 길이 불행한 것이니까요.

한 사람을 만나는 길만 행복하다면, 모든 길 위의 불행의 무게를 아직 모르는 것입니다.

우리 모든 길이 행복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네 발이 행할 길이 평탄해지는 것’입니다.

평탄하게 한다는 것을 영어 성경은 ‘make level’로 표현했습니다. 수평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수평은 바로 같음입니다. ‘너와 나’, 걷는 길이 같아지는 것.

2020년에는 나와 너가 하나 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걷는 모든 길이 완전한 행복의 길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류한승 목사(생명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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