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 ‘주일 영상 예배’ 논쟁 앞서, ‘이웃 사랑과 공동체성’부터

|  

[영상 예배 논쟁에 부쳐 2] 벌써 30년 전 시작됐는데…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성도들. (해당 사진은 본 기고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랑의교회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성도들. (해당 사진은 본 기고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랑의교회

전염병의 위급한 시기, 소모적 논쟁의 전염

코로나19가 한국교회에 영상예배가 옳은가를 묻고 있다. 아니 코로나19라는 위급한 시기에, 한국교회는 소모적 논쟁에 전염됐다.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한 이웃 사랑보다, 영상 예배가 옳으냐 하는 근본주의적 질문으로 뜨거웠다.

안타깝다. 과연 그런 걸 논할 때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될 일인 것을.

영상 예배와 동일 본질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는데

어느 교회의 예배 실황이 공중파를 통해 중계된 것이 이미 30여 년 전이다. 컬러TV가 보급된지 얼마 안 됐을 때다.

상당수 교회당 안에 예배 촬영을 위한 카메라가 설치된 지 이미 오래다. 방송국처럼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일로 예배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이미 많다.

지미집(Jimmy jib) 같은 방송 장비를 갖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교회들이 상당수다. 찬양대를 비추고 반주자의 손가락을 줌인하며 설교자의 모습을 멋지게 보여주는 방송 장비는 그 어떤 방송국만큼이나 고급이다.

한 장소에 모이지 않고 각 격실에서 TV 화면을 통해 예배드리기 시작한 것이 오래 됐다. 목사의 얼굴을 보지 않고 화면에 비친 모습만 보고도 신앙생활을 하는 성도들이 상당수다.

예배당에서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해서, 이른바 ‘가나안 성도’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 지도 오래다.

그러한 방식이 유행처럼 들어올 때는 다들 침묵했다. 그래도 되느냐고 묻지 않았다. 더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장소만 같을 뿐 공동체성이 없는 예배, 함께 예배드리는 이의 이름을 몰라도 되는 예배가 이미 본질상 영상예배다.

2부, 3부도 모자라 7부까지 나뉘어진 예배, 장소만 같을 뿐 공동체성은커녕 시간도 달리 드려지는 예배, 함께 드리는 것 같지만 사실상 함께 드리지 않는 예배가 한국교회에 가득하다.

그러한 예배가 이미 본질상 영상예배다. 그런 식의 예배가 일상화되는 것이야말로 옳지 않다.

예외적인 예배가 일상화된 한국교회

코로나19라는 예외가 오기 전부터, 한국교회는 비정상을 정상화했다. 예외를 규범화했다. 예배의 공동체성은 아주 오래 전에 산산조각났고, 한 장소에서 예배한다는 것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영상으로 드리진 않지만, 영상으로 드린 것과 본질상 같은 예배가 한 교회 건너 한 교회다. 이러한 한국교회가 이 위급한 시기에 영상이냐 아니냐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논쟁거리다. 한국교회의 현주소다.

예배의 공동체성을 물어야 할 때

예배의 본질에 대한 이해 없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예배를 드리지만, 정작 예배의 본질에서 너무나 벗어난 우리는 논쟁할 때가 아니라 고민할 때다.

영상 예배는 예외적인 일이다. 이 예외를 일상화하고 있으면서도, 예외를 논하고 있으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코로나19라는 예외가 하루속히 일상으로 바뀌기를 기도한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 참에 한국교회의 예배도 진정한 일상화를 회복하길 바란다.

공동체성을 잃어버린 예배를 회복하길 바란다. 우리는 지금 영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예배의 공동체성을 물어야 할 때다.

공동체성을 상실했기에, 이 위급한 시기에 이웃의 어려움에 대한 관심보다 영상예배가 옳으냐 그르냐로 논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손재익 목사.

▲손재익 목사.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담임)
『특강 예배모범』(흑곰북스) 저자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견미단X프로라이프

‘견미단X프로라이프’, 미국 투어로 청소년 생명운동 새 장

청소년과 청년들로 구성된 ‘견미단X프로라이프’ 프로젝트가 지난 1월 16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켄터키주와 워싱턴 DC에서 열렸다. 이번 투어는 험블미니스트리(대표 서윤화 목사)가 주최하고, 1776연구소(조평세 박사)가 공동 주관했으며, 사단법인 티움과 유튜브 채…

김진홍 목사(두레수도원 원장)

“청년들 열정·질서에 깜짝… 훈련·조직화하고파”

전국 각지의 애국 단체들 플랫폼 역할 할 것 현 사태 궁극적 책임은 선관위에… 해체해야 선관위 규탄하자 민주당이 발끈? 뭔가 있어 친분 없던 대통령에 성경 전해 준 계기는…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국가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 위한 ‘자유민…

트럼프

美 트럼프, 트랜스젠더 군인 복무 및 입대 금지

생물학적 성 다른 허위의 ‘성 정체성’ 군 복무 필요한 엄격 기준 충족 못해 현재·미래 모든 DEI 프로그램도 종료 ‘그(he)·그녀(she)’ 외 대명사도 금지 여권 내 제3의 성 ‘X’ 선택 섹션 삭제 ‘젠더(Gender)’ 대신 ‘섹스(Sex)’ 사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

생명을 위한 행진 2025

‘친생명’ 트럼프 대통령 “무제한 낙태 권리, 중단시킬 것”

밴스 부통령 직접 집회 참석 낙태 지원단체 자금 제한 및 연방 자금 낙태에 사용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년 1월 열리는 낙태 반대 집회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Life)’ 영상 축사를 통해, ‘낙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

림택권

“지금의 체제 전쟁, 해방 직후부터 시작된 것”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대로 달이 가고 해가 가면 이 육신은 수한을 다 채워 이 땅을 떠나 하늘나라 본향으로 향하겠지만 성경 말씀에 기록된 바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서리라(사 40:8)’는 말씀을 명심해 승리의 길을 가도록 우리…

정주호

“크리스천이라면, 영혼뿐 아니라 육체도 건강해야죠”

“운동을 통해 우리가 실패의 맷집과 마음의 근육을 키우면 인생의 어떤 어려움의 장벽을 만났을 때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치며 뚫고 나갈 힘이 생깁니다. 만약 실패가 두려워 닥친 현실을 피하기만 한다면 다음번에는 더 작은 실패의 상황에도 도망칠 수 있습…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