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창조 해석에 뛰어든 과학… 문제는 더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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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 창세기 1장,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4)

▲ⓒ픽사베이

▲ⓒ픽사베이

창세기 1장이 과학을 만났을 때
근대 과학이 ‘창조’ 해석에 가져온 딜레마

근대 과학의 등장

인류 역사 속에 파편적인 과학적 사고가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날 진정한 근대과학은 16세기 서양에서 본격적으로 그 출발을 알렸다. 16 세기 유럽은 걸출한 인물과 학자들이 배출된 시대였다.

대륙에서는 먼저 15세기 태어나 16세기에 주로 활약한 종교 쪽의 코페르니쿠스(1473-1543)와 마르틴 루터(1483-1546), 그리고 16세기에 태어나 활동한 요한 칼빈(1509-1564)이 있었다.

이후 이탈리아에서는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가 태어났고, 독일에서는 천문학자 케플러(1571-1630), 16세기 후반에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활발히 활동한 합리주의(rationalism)자 데카르트(1596-1650)가 태어났다. 영국에서는 진정한 근대과학의 원조인 경험주의자(empiricism)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이 등장했다.

과학혁명의 시조 베이컨

베이컨은 영국의 철학자, 과학자로 ‘과학혁명의 시조’라 불린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을 했듯이, 그는 경험주의자로서 학문에 대한 굉장한 열정을 지닌 사람이었다.

좀 더 극찬한다면 데카르트는 유럽 대륙(합리론)을, 베이컨은 영국(경험론)을 대표하는 새로운 철학과 새로운 과학 방법의 길을 연 근대 철학과 근대 과학의 개척자들이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엘리자베스 1세의 국새관이자 대법관인 니콜라스 베이컨의 아들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칼리지에서 공부했다. 프랑스 유학을 거쳐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밑에서 국회의원, 제임스 1세 시절에 사법장관과 아버지와 같은 국새관(Lord Privy Seal)을 지낼 만큼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었다. 반면 그는 뇌물 수뢰 혐의로 부침을 겪기도 한다.

베이컨의 경험론

본래 경험론은 앎의 문제를 다루는 인식론(Theory of knowledge)의 문제로, 고대의 경험론은 존재론적 측면이 강했다. 따라서 통상적 경험론은 근대 이후의 인식론 차원의 경험론을 말한다.

근대 과학은 귀납을 통해 이론적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고, 이후 사회과학에도 적용되는 철학이다. 한때 국내에서 ‘귀납적 성경 해석’이 큰 유행을 탔던 적이 있었다. 이렇게 귀납적 경험론은 논리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장점도 가진 방법론이다.

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저서 『오르가눔(Organum)』을 대신하고자, ‘학문 대혁신’을 위한 전 6부작을 계획하였으나 실현된 것은 3부작뿐이었다.

제1부 『학문의 진보(1605)』를 거쳐, 1620년 역작인 『노붐 오르가눔』(Novum Organum, 신기관)을 집필해 귀납법을 제시, 경험론(empiricism) 철학의 효시가 되었다. 즉 베이컨은 이 책에서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근거는 오직 경험뿐이라는 인식론을 전개한다.

베이컨은 과거의 궤변과 오류는 네 가지 종류의 우상 탓이라고 보았다. 이를 위해 책의 1부에서 인간이 버리고 고쳐야할 우상(Idol)을 제시하고, 2부에서는 우상에서 벗어나는 과학적 방법론으로 귀납을 제시했다.

베이컨의 귀납법

베이컨은 이런 우상들을 버리기 위해, 귀납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사실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즉 이를 위해 첫째 발견 목록을 작성하는 단계가 있다. 어떤 현상에 대한 법칙을 발견하려면, 실험과 관찰로 그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를 목록에 쓴다. 둘째 작성한 목록을 바탕으로 제거 목록을 작성하는 일이다.

세 번째 단계는 목록의 내용을 토대로 가설을 작성하는 일이다. 가설을 작성하는 것은 실험과 관찰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여기에는 반드시 인간의 이성을 사용해야 한다.

네 번째 단계는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다. 가설을 바탕으로 실험을 반복하여 가설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여기서 오류가 나타난다면 그 가설은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

베이컨은 자신의 저술에서 정리한 귀납법이 올바른 과학적 방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식의 유용성과 실천적인 적용에 지나치리만큼 집착한 탓에, 실제 과학 법칙이 발견되는 과정의 복잡성을 인식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또한 베이컨의 결정적 약점은 과학적 방법을 추구하면서도, 베이컨 스스로 수학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수학에 탁월한 합리주의자 데카르트가 등장하기까지, 경험론은 일정한 한계를 가진 방법론으로 남는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되는 논리학에서 귀납법의 위상을 확고히 했으며, 과학적 세계관과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베이컨의 저작은 완벽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다방면에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베이컨은 『새로운 아틀란티스(The New Atlantis, 1623)』를 통해, 새로운 아틀란티스(호주 대륙의 남쪽 바다에 위치)에서 사람들이 과학적 방법(귀납적인 방법)으로 생산 증가를 꾀하고 플라톤의 정치 이념을 실행하려는 가상의 공동체를 묘사한다.

또 문명은 과학을 통해 진보하므로 학문을 연구하는 자연 과학 단체(대학)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 구상은 훗날 영국 왕립학회와 프랑스 과학아카데미로 실현됐고, 이는 과학 혁명의 요람이 되었다. 즉 16세기에 이미 베이컨은 오늘날의 자연과학대학 설립 구상의 선구자가 된 셈이다.

창세기 ‘창조’ 계시와 근대 과학의 조우

이렇게 근대 과학이 시작되면서, 성경 해석은 또 다른 변혁기를 맞이하게 된다. 과연 지난 수천 년 동안 자연과학적인 방법론 없이 해석되어 왔던 창세기 ‘창조’ 계시가, 과연 베이컨과 데카르트 이후 과학의 귀납법과 합리론을 가지고 창세기 ‘창조’ 계시를 과학의 눈으로 수정하여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에 무지했던 베이컨 이전의 성경 해석은 인류의 오점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인가? 초월을 내재의 학문인 과학의 눈으로 해석하는 것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도대체 자연과학의 시대가 도래 하면서 ‘창조’ 해석에는 어떤 문제점들이 노정(露呈) 되었다는 것일까? 이런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다.

근대 과학이 점점 더 고도화되면서, ‘창조’는 먼저 물리학과 천문학의 우주생성론과 우주기원론 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과학자들은 알게 되었다.

일명 ‘코페르니쿠스적 우회 사건’은 바로 천체를 보는 시각에 있어 로마 교황청과 자연과학이 균열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 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또한 윌리엄 스미스나 제임스 허튼 등을 통해 영국에서 시작된 근대 지질학은 격변과 동일과정설이라는 지질학 용어를 통해 지구의 지층과 층서에 대해 설명이 가능해지면서, 창세기 창조 사건과 대홍수에 대해서도 과학적 언급이 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생물학과 화학은 인간과 생물의 존재와 분류가 창세기 1장의 ‘종류대로’ 동식물 창조와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을 닮은 인간의 특별한 창조에 대한 설명에 과학적 기여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과학적 제사장이나 과학 선지자적인 우월감을 충분히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신학을 평가절하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신학과 과학의 조우

그 유용성 여부를 떠나, 이렇게 필연적으로 신학의 해석이 자연과학의 해석 방식과 조우하는 일이 발생하게 됐다. 이 역사적 조우는 성경 창세기 해석의 다양성을 가져온 반면, 새로운 혼돈을 야기시킨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즉 접근 방식이 다른 신학과 자연 과학이라는 두 학문이 ‘창조’라는 초월 계시 사건의 해석을 가지고 만날 때, 서로 다양한 융합이 이루어졌다. 그것은 갈등, 독립, 대화, 통합, 대조, 접촉, 확증, 공명, 서로 보완, 공생 등 관련 학자들조차 일치되지 않는 다양한 조합을 제안하였다.

포스트모던 신학자 테드 피터스는 과학주의, 과학제국주의, 교회권위주의, 과학적 창조론(일명 창조과학), 두 언어 모델, 가설적 조화, 윤리적 중첩, 뉴에이지 영성 등 8가지 입장을 논증하기도 했다.

과학이 성경과 ‘창조’의 해석에 뛰어들었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초월과 내재 사이를 오고가며 해석에 있어 복잡성만 더욱 심화되었을 뿐이다. 분명 딜레마다.

▲조덕영 박사

▲조덕영 박사

조덕영(창조신학연구소 소장, 평택대 <과학과 신학> 교수, 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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