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와 교회 6] 섭리를 조심스레 묻다
코로나19가 막 시작되던 1월 중순, 일부 설교자들은 “중국 공산당이 기독교를 핍박해서 일어난 전염병”이라며 중국 심판론을 앞다투어 말했다.
2월 말, 신천지에서 대량 확진자가 나오자 자신이 대단한 선지자인양 신천지 심판론을 말했다. 이후 부산, 수원, 서울, 부여 등지의 정통 교회에서도 연달아 터지자 그런 말이 쏙 들어갔다.
3월 말인 지금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더 이상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우리는 분명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믿는다. 하나님께서 허락지 않으시면, 하늘의 나는 새 한 마리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마 10:29). 이 믿음은 섭리 자체에 대한 믿음이지, 하나님의 뜻을 얼마든지 쉽게 해석할 수 있음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하나님의 뜻에 대해 늘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를 다 알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의 뜻을 너무 일찍 발설(?)해 버린 이들은 지나치게 성급했고 미숙했다.
나는 하나님의 섭리를 우리가 쉽게 알 수 없음을 전제하면서, 그럼에도 이 시점에 확실히 알 수 있는 한 가지를 매우 조심스럽게 말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사는 2020년은 인류가 상당한 과학과 기술 발전을 이룬 시대다. 웬만한 암은 다 고치고, 사람이 우주를 비행하며, AI가 이세돌 9단을 이기는 시대다.
모든 사람들마다 손 안에 전화기를 들고 있음은 물론, 그 안에는 온갖 다양한 기능이 있어서 말 그대로 ‘스마트폰’이다. 모든 것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다. 그래서 사람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시대다. 사람에게 능치 못한 일이 없을 것이라 착각하기 쉬운 때다.
이런 시대에 교회가 이렇게 몇 주간이나 함께 모이지 못할 줄 누가 알았을까? 2.5μm인 초미세먼지보다도 훨씬 작은 0.1μm(마이크로미터)의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올림픽이 연기되고, 세계 주가가 폭락하고, 이탈리아에서 1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오고, 초강대국인 미국조차 속수무책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웬만한 질병은 다 치료하는 시대지만,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 누가 알았을까?
하나님은 이러한 시기에 인류의 교만함을 철저히 꺾으시는 것 같다. 인간이 아무리 뛰어나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시는 것 같다. 828미터 짜리 건물(부르즈 칼리파)을 지을 수는 있어도, 0.1 마이크로미터의 바이러스는 통제하지 못하는 게 사람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시는 것 같다.
사람에게는 능치 못한 일이 많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것 같다. 오직 하나님만이 능치 못한 일이 없으신 유일한 분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시는 것 같다.
1900년대 초반, 인류는 자신만만했다. 과학이 한창 발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간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착각했다. 하지만 1·2차 세계대전은 인류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보여주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인 듯하다. 인류는 하나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님을, 우리 모두가 몸소 깨닫게 되는 시점이다. 하나님이 코로나19를 통해 교훈하시는 가장 분명한 사실은 인류로 하여금 겸손하라는 것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많은 것을 여전히 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은 전능하지 않다. 전능할 수 없다. 연약하다. 비참하다. 인생이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존재다.
앞서 말한 것처럼 코로나19 초기에 중국 심판론을 비롯한 각종 심판론을 말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로부터 불과 두 달도 안 된 지금, 중국과 우한은 다 끝났다.
다른 곳의 피해가 더 극심해지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은 물론 미국이 특히 그렇다. 미국의 피해는 앞으로 더 커질 듯 보인다.
그렇다면, 한때 중국 심판론을 말했던 이들은 자신들의 판단이 성급했고 미숙했다고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사죄를 구하든지, 아니면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에 대해서도 해석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정직하다.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담임)
『특강 예배모범』(흑곰북스)
『설교, 어떻게 들을 것인가?』(좋은씨앗)
『성화, 이미와 아직의 은혜』(좋은씨앗)
외 다수 기독서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