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외국인, 이 땅의 나그네에게도 100만원을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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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성 칼럼] 너희도 나그네 되었음이니라

▲국내 체류 난민들이 소외 이웃에게 보낼 마스크를 제작하고 있다. ⓒ글로벌호프

▲국내 체류 난민들이 소외 이웃에게 보낼 마스크를 제작하고 있다. ⓒ글로벌호프

나그네(strangers)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나 삶의 터전이나 나라를 떠나 사는 사람이다. 객(客), 타국인, 외국인, 이방인이라고도 한다.

대한민국 체류 나그네 노동자들은 약 250만 명이다. 대전염병 사태로 다수가 자국으로 돌아갔지만, 아직도 잔류하는 자들이 상당수 있어 보인다. 이들은 힘든 일, 고된 노동,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들을 떠맡아 해왔다. 저임금을 모아 고향의 부모를 부양하고, 처자식을 먹여 살려 왔다.

코로나19가 창궐한 뒤, 나그네들은 거의 고립된 상태이다. 갑자가 일감이 없어져 돈을 벌지도 못한다. 자기 나라에서 출입국을 차단한 탓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이다.

예컨대 거제도 안의 작은 섬에서 일하는 베트남 노동자들은 오갈 데 없어진 ‘이방인’들이다. ‘1박 3식’ 관광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이 섬에는 관광객들이 배를 타고 꾸준히 들어갔지만, 코로나19로 관광객이 끊어지자 펜션과 식당들은 문을 닫아야 할 처지이다.

일이 없으니 수입이 없다. 고국으로 돌아가자니 베트남이 자국민과 외국인 출입을 차단했다. 이 섬의 열댓 명의 나그네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로 고립되어 있다.

우리나라 이곳저곳에는 고립된 나그네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나그네들은 난감한 상황에서 비빌 언덕이 없고, 손을 벌려 도움을 구할 곳도 없다.

가족도 친지도 없고, 은행 대출을 받을 수도 없고, 친구에게서 돈을 융통할 수도 없다. 거제도 장목면기독교연합회, 일부 교회와 목회자들이 부활절에 이들을 방문해 금일봉 찬조금을 전달하기로 한단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나그네로 살며 억울함을 뼈저리게 맛본 민족이다. 조상 아브라함은 평생 나그네로 살았다. 나그네 시절의 아픈 과거를 잊지 않으려고 “나그네를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그 때를 회상하면서, 자기 땅에 들어와 사는 나그네들을 멸시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사랑하며 긍휼을 베풀라고 한다. 이방인과 나그네를 선대하라고 말한다.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라(신 10:19)”.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라. 너희가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은즉 나그네 사정을 아느니라(출 23:9)”.

신약성경도 나그네 선대를 강조한다. 나그네 대접을 잘 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를 대접한 사람도 있었다(히 13:2), “나그네 대접을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히 13:2 공동번역)”라고 한다. “나그네를 따뜻하게 맞이하지 않은 자(마 25:43)”를 경책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코코라19 사태로 정신적·심리적·물질적 피해를 본 전 국민 또는 다수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 100만 원을 제공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 오갈 데 없는 나그네 노동자들에게 우리나라 국민과 동일한 금액의 선물을 주라고 권하고 싶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더 복이 있다.

대한민국은 너그러운 나라, 누구나 가보고 싶은 나라, 살고 싶은 나라, 그리운 나라로 각인될 것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인기있게 팔리고 국가는 점점 부강해질 것이다. 나그네에게 준 금액은 몇천 배, 몇만 배로 불어나 되돌아올 수 있다.

재외 동포들에게도 동일한 금액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주라고 권하고 싶다.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절대 지지를 보내게 될 것이다. 세계가 대한민국의 너그러움에 감탄하고, 우리나라의 세계적 신인도가 높아질 것이다.

외교부가 발표한 재외동포는 749만 3천명(2019년 12월 31일 기준)이다. 외국 시민권자가 약 450만명이고, 나머지는 영주권자, 유학생, 체류자 등이다.

주는 자가 받는 자 보다 복 있다. ‘이삭줍기 법’을 만들어 나그네 외국인들과 재외동포들을 대하면 하나님께서 우리 나라에 복을 내릴 것이다.

이삭줍기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부자가 추수를 할 때 가난한 자들을 배려하여 주워갈 수 있는 이삭이나 곡식의 일부를 남겨두는 풍습이다.

해외 동포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동포법 개정이 필요하다. 나는 1991년경 미국에서 대한민국으로 귀화했다. 오로지 조국에 이바지할 목적이었다.

며칠 전 미국에서 태어나 그곳에 살고 있는 아들들과 딸에게, 그리고 처에게 소량의 방역 마스크를 보내려고 시도했다. 우체국은 그들이 한국 국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우송을 거절했다. 대한민국에 출생신고 호적 기록이 없지 않으나, 동사무소 직원이 일방적으로 말소시켰다.

아버지의 대한민국 귀화 때문에 여러 가지 복지를 완전히 손해본 자식들에게 마스크 한 장 보낼 수 없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쓰라린 기억과 아물지 않는 상처의 나라이다.

▲최덕성 박사. ⓒ크투 DB

▲최덕성 박사. ⓒ크투 DB

선물은 명분이 있을 때 주어야, 받는 사람이 마음을 열고 기뻐한다. 절대 다수의 한국인 디아스포라들은 국내 거주자와 연관되어 있다. 한국은 이미 한인 디아스포라들에게 의료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가 낸 세금을 왜 나그네와 재외동포에게 주어야 하는가 하는 불평보다 대아적 발상으로 접근하면, 대한민국은 세계 일등국가로 각인될 것이고 부국의 시대가 찾아올 것이다.

교회와 기독인은 나그네 선대 의무를 지니고 있다. 위기는 기회이다. 국가나 교회나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는 전례 없는 복음 확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인간 생명의 고귀함, 유한성, 죽음에 대한 두려움, 영생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삶에 대한 고립감과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Lockdown)는 사람들이 복음과 영원한 진리에 귀를 기울일 마음을 준비시킨다.

복음전도에 장애되는 여러 가지를 봉쇄한다. 올림픽, 축구경기, 영화관, 심야유흥업소, 인본주의 사상을 봉쇄한다. 복음과 영생의 도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함께 기도할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어 드리는 것이니 그의 선행을 그에게 갚아 주시리라(잠 19:17)”.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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