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합과 유디스, 신천지… 선의의 거짓말, 성경에서 허용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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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성 칼럼] 미모의 여인 유디스의 선의의 거짓말

▲안젤리아 왕(중국계 예술단 션원 무용수). ⓒ유튜브

▲안젤리아 왕(중국계 예술단 션원 무용수). ⓒ유튜브

악성 코로나19 ‘덕분에’ 로마가톨릭교회가 성경에 포함시키는 위경 <유디스(Judith, B.C. 100경 추정)>를 정독했다. 왜 신학자가 위경을 읽느냐고 따질 독자가 있을 법하다. 나는 소설도 읽고, 무신론자의 글도 읽고, 기독교 신앙에 역행하는 사상가들의 책도 읽는다.

히브리인 여자 한 명이 느부갓네살 왕국의 군대장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잘라 그 머리를 유대 성읍에 걸었다. 놀란 모압 장수 아키오르가 그 대범한 행동과 이스라엘의 역전승에 감동받아, 그 자리에서 할례를 받고 이스라엘 민족의 한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유디스>의 주인공 유디스는 미모의 여인이다. 지략, 계략, 거짓말 모략의 달인이다. 부자 과부이다. 여리고 성의 여인 라합처럼, 거짓말 계략과 속임수로 이스라엘에게 통쾌한 역전 승리를 안겨주었다.

유디스의 속임수, 모략, 거짓말은 제9계명(출 20:16, 골 3:9)에 저촉된다. 그러나 유대인은 유디스를 영웅으로 떠받든다. 로마가톨릭교회는 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거룩한 책, 곧 ‘성경’에 포함시킨다.

<유디스>는 유디스의 하나님에 대한 신뢰, 간절한 기도, 일사각오, 과감한 도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동적인 총 16장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지혜, 모략, 거짓말은 막장 드라마이다. 극적 반전, 위기 탈출의 지략, 여장부의 영웅담은 흥미진진하다. 룻과 에스더 이야기만큼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유디스>는 아시리아의 왕 느부갓네살이 홀로페르네스 장군을 보내어 팔레스타인을 토벌하려 할 때 주인공 유디스(주딧)가 벌인 이야기를 배경 삼고 있다. 아시리아 군대가 유다의 베툴리아를 포위하고 있을 때, 아키오르라는 모압인 장군이 홀로페르네스에게 유대인을 공격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충고한다.

베툴리아의 히브리인들은 고립된 채 물과 식량 부족의 심각한 위기를 직면했다. 유디스는 히브리인들을 살리려고 도주한 것처럼 가장하여, 포위된 성을 떠나 적장 홀로페르네스에게 가서 그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거짓말을 진짜 처럼 꾸며댔다.

장군의 막사로 초대받은 유디스는 파티가 끝나고 적장이 술에 취해 잠에 떨어져 있을 때, 그의 목을 베고 머리를 부대에 넣어 베툴리아로 가져간다. 지도자를 잃은 아시리아군을 제압한 유대인의 승리 이야기가 계속된다.

유디스의 행동은 우리에게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 선한 의도를 가진 거짓말은 정당한가? 적을 물리칠 목적의 위장, 모략, 속임수, 계책은 허용적인가? 목적이 선하면 수단은 무엇이든 정당화되는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위기를 모면하려는 거짓말이나 악의가 아닌 선의의 거짓말을 해도 무방한가? 유대인은 자기 민족을 이롭게 하는 선의의 거짓말과 모략을 정당화하는가? 미모의 여인이라면 거짓말을 해도 용납된다는 말인가?

성경에 나오는 믿음의 사람들은 거짓말을 마다하지 않았다. 선지자도, 기녀도 거짓말을 했다. 아브라함, 이삭, 라합, 예레미아, 엘리사, 예후는 거짓말을 했다. 다윗은 여러차례 거짓말을 했다.

성경은 거짓말을 한 여리고 기녀 라합의 일련의 행위를 칭찬한다. 거짓말로 자기 국가를 몰락시키고 이스라엘 승리에 일조한 것을 칭찬한다. 라합은 구원자 반열에 까지 올랐다.

라합에 대한 칭찬은 그의 거짓말에 대한 칭찬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칭찬받은 그 사건의 핵심에는 속임수, 모략, 거짓말이 내재되어 있다.

하나님은 왕 예후가 바알 선지자들을 도륙한 과정에서 거짓말한 사건을 기녀 라합에게 보상을 해 준 사건과 관련해 매우 기쁘다고 칭찬한다.

제9계명은 ①이웃을 해할 목적으로 거짓증언하지 말라 ②사실을 말하라고 가르친다. 이 계명 안에 선의의 거짓말이 용납될 여지가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성경 전체의 가르침을 조망하면 선의든 악의든, 상황과 맥락과 무관하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잘못이다. 형제의 목숨을 구하는 경우와 같은 중대한 경우의 선의의 거짓말조차 이 계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위장술(camouplage), 모략(strategy), 속임수(trickery), 사기(fraud), 기만(cheating)은 모두 거짓말 범주에 속하는 정당하지 않은 수법들이다.

유대 역사가는 유디스와 기생 라합을 높이 평가한다. 그들이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본다. 성경은 라합을 여러 번 칭찬한다. 예수님의 족보에도 등장시킨다.

그러나 여리고 왕으로 관점으로 보면 그는 반민족 행위자이며, 국가 반역 행위자이며, 기회주의적인 반역자이다.

성경은 라합이 칭찬받을 만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내뱉은 거짓말을 탓하지 않을 뿐, 그의 거짓말을 칭찬하거나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라합의 거짓말은 제9계명에 명백히 저촉된다. 하나님은 거짓말을 미워한다.

우리가 선의의 거짓말을 경계하지 않으면, 사회 기강이 허물어진다. 한두 번 사실이 아닌 말을 하면 습관적이 된다. 거짓말을 반복하고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을 정도로 무디어 지면 사회는 점차 서로를 믿을 수 없는. 불신감이 팽배한 공동체로 변해 간다.

코로나19 처럼, 악성 거짓말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악의의 거짓말은 두말 할 나위가 없고, 선의의 거짓말은 십계명의 제9계명을 어기는 일이다.

난처한 처지에서 위기를 모면하려는 면피용 거짓말이 가장 흔한 듯하다. 체면이 깎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체면용 거짓말, 타인을 기분좋게 해 주려는 칭찬 거짓말,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는 아부성 거짓말, 과대포장 거짓말, 들통나는 것을 감추려고 하는 거짓말 등 선의의 거짓말이 성행한다.

가짜 뉴스, 정확하지 않은 낭설을 퍼뜨림,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카더라’ 방송도 거짓말에 해당한다. 상인들이 고객들에게 상품을 공짜로 주는 것처럼 느끼도록 하거나, 손해 보면서 판다고 하거나, ‘두 번 다시 없는 가격’이라고 선전하며 판매하는 행위는 대부분 거짓말이다. ‘반값 할인’이라는 상품 선전은 대부분 제 값을 받는 속임수이다.

코로나19가 노출시킨 신천지 사단의 핵심전략은 위장술, 거짓말, 기만 포교로 알려지고 있다. 자기 정체를 숨기고 상대방을 품어주고 답답한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이단 교리를 쇠뇌시켜 영혼을 낚는 이른바 ‘모략전도’이다.

타 교회와 교회당을 빼앗는 ‘산옮기기’와 위장센터, 문화활동으로 가장한 이단 교리 공부방 등 운영으로 집단의 규모를 키워왔다.

신천지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 이단은 거짓 논리로 위장술, 거짓 모략, 거짓말을 정당화한다고 한다.

‘전도는 사탄과의 전쟁이다.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자면 모략을 쓸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모략의 신이다. 모략을 사용하여 싸우라고 한다. 타인을 천국으로 인도할 선한 목적의 모략, 선의의 거짓말이므로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모략전도는 사탄을 이기는 전술이라고 한단다.

페이스북에 종종 등장하는 ‘산옮기기 전략’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위장과 거짓말로 타 교회를 빼앗는 방법을 노골적으로 가르친다.

거짓말을 정당화하는 종교단체는 우리 사회의 기강과 질서와 신뢰감을 저하시키거나 무너뜨리는 막대한 사회악이다. 서울시는 ‘공익 저해’를 근거로 이 단체의 법인 등록을 취소시켰다고 한다. 속임수와 거짓말 정당화는 사회 기강을 무너뜨리는 악이다.

신천지는 모략전도의 근거를 성경에서 찾는다. 핵심 성경 구절은 “그러나 나의 거짓말로 하나님의 참 되심이 더 풍성하여 그의 영광이 되었으면 어찌 나도 죄인처럼 심판을 받으리요(롬 3:7)”라고 한다.

하나님의 참되심을 드러내는 일이면 거짓말해도 무방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가르친다고 한다.

이 성경 구절의 전후 문맥을 살펴보면, 바울은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고 생각함을 지적한다. 선한 목적이면 악한 수단을 동원해도 정당하다고 말하지만 옳지 않다.

하나님은 불의한 분이 아니라고 질책한다. 하나님은 목적이 선하면 수단이 악해도 무방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짓논리, 비논리, 오류추리에 기초한 주장은 정당하지 않다. 타 교회의 재물과 신도들을 앗아 가는 교주의 '추수꾼 이론'은 제8계명, 제9계명, 제10계명에 위반된다.

이단 집단의 모략전도와 위장술은 선의가 아니라 불순한 의도를 가진 범죄 그 자체이다. 이웃을 해하려는 의도를 가진 거짓 행위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재산을 낚아채고 삶을 망가뜨리고 영혼을 지옥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모략 행위를 정당화 할 성경적 윤리적 논리적 근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교회가 신천지를 이단이라 규정하고 정죄한 까닭은 복음을 왜곡하고, 성경을 억지로 해석하며, 역사적 기독교를 해롭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단체의 교주가 서울, 부산, 광주 등에서 가르친 유튜브 동영상 강연들을 주의 깊게 시청했다. 상당히 긴 분량이었다. 앞뒤가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주장과 근거가 일치하지 않는 강의를 듣는 데는 극도의 인내가 필요했다.

강의의 핵심은 ‘추수 이론’ 설명이었다. 기존 교회는 추수밭이고, 추수꾼들이 그 밭에 들어가서 이미 익어 있는 열매를 가져와야 하는 의무를 가졌다고 본다. 도저히 성립될 수 없는 거짓 이론에 수만 명 관중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오류 추리, 억지 주장, 논점 일탈, 상징적 해석, 주장과 근거의 불일치는 초등학생 수준이면 충분히 판별할 수 있을 정도이다. 모략이라는 용어로 포장된 추수이론은 속임수를 정당화 하는 악의 거짓말이다.

모략은 깊은 물과 같다(잠 20:5). 하나님의 모략은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다(시 33:11). 주님의 모략은 기묘하다(사 28:29).

성경은 ‘거짓말 모략’을 꾸짖는다. “평안히 사는 자들을 거짓말로 모략(시 35:20)”하는 행위를 악으로 규정한다. ”네 이웃을 해하려고 거짓 증거를 하지 말라(출 20:16)”고 명한다.

▲최덕성 박사. ⓒ크투 DB

▲최덕성 박사. ⓒ크투 DB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교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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