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 창세기 7장 2-3절 Q&A
1. 안타깝게도 그 부분에 관해 성경은 구체적인 설명이 없습니다.
2. ‘정결한(히브리어 타호르)’는 “순수한, 깨끗한, 먹을 수 있는”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홍수 이후 모세가 받은 계명 가운데 먹을 수 있는 정결한 짐승에 관한 규례와 일부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홍수 이전에 정결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에 관한 규례가 없었기에, 무엇으로 짐승을 구분하였는지 성경에서는 전혀 설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3. 또한 암수 일곱이 일곱 쌍을 말하는지, 아니면 세 쌍과 한 마리를 말하는지도 정확하지가 않습니다.
이 구절에 대해 칼빈과 랑게(Lange)는 ‘일곱씩’을 ‘세 쌍과 한 마리’로 본 반면, 70인역(Septuagint)은 ‘일곱 쌍’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우리 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동번역과 표준새번역, 그리고 NIV 번역본(현대인의 성경)은 ‘일곱 쌍’으로 번역하고 있고, 개역성경과 개역개정판은 ‘암수 일곱’이라는 모호한 번역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요.
4. 그런데 공중의 새도 암수 일곱씩(창 7:3)을 취하였습니다.
모세가 하나님께 받은 규례에는 공중의 새 가운데도 부정한 것들이 있었는데, 왜 홍수 이전 노아에게는 이 같은 구별 없이 암수 일곱을 넣으라 했는지 성경은 이 부분에 대한 설명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70인 역이나 사마리아 역본(Samaritan Text)은 ‘정한 새는 암수 일곱씩 부정한 새는 암수 둘씩‘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번역은 7장 2절과 보조를 맞추려는 의역(意譯)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라 보기는 어려운 경우이지요.
창조주 하나님이 말씀하시려는 구체적 의미는 알 수 없지만, ‘유전케(씨가 마르지 않게 지속적으로 살게, 창 7:3)’ 하라는 구절로 보아 홍수 이후에도 생태계를 보존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공중의 새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게 미치고 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줍니다.
5. 어쩌면 정결한 짐승들과 새들을 더 많이 방주에 넣은 것은 홍수 이후 정결한 것들과 조류(鳥類)들이 더 빠른 번식을 하도록 하나님께서 배려하신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온유한 자가 땅을 차지하듯 짐승들도 정결한 짐승들(주로 채식 동물들)이 빠른 번식을 하는 경향이 있고, 먹이사슬의 상층부를 차지하는 거칠고 사나운 육식동물들(일부 공룡, 호랑이, 곰, 사자, 독수리, 매 등)일수록 생태 적응이 쉽지 않고 험악한 조건 속에서 견디기 어려울 뿐 아니라, 결국은 초식동물보다 먼저 멸종해버리는 경향이 강하지요.
한반도에서도 호랑이와 표범과 늑대 등이 사라져 버리고 곰이 멸종 위기에 놓인 이유입니다.
그런 이유로 식용 가능한 정결한 짐승들(주로 채식 동물들)을 더 많이, 그리고 빠르게 번식하도록 조치하여, 인류와 다른 육식 동물의 먹이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하신 하나님의 배려일 수 있습니다.
6. 그리고 아마 홍수 이후 방주에서 나온 노아 가족이 정결한 동물을 제사의 용도로 쓸 목적이 가장 중요한 직접적 이유였을 것입니다(창 8:20-21 참조).
조덕영(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 T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