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교도, 고난과 핍박 속에서도 열망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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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칼럼] 청교도에게서 답을 찾다 (11)

▲김재성 박사(조직신학,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김재성 박사(조직신학,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청교도 사상은 고난과 핍박당하는 정서 속에서 강렬한 열망으로 빚어진 피와 땀의 열매이다. 청교도 연구자로 알려진 패커 박사는 청교도 신학이 경건의 생활화를 위해서 실천적인 교리를 구축하려 했던 것을 지적했는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배경과 이유들 중에 가장 주목할 요소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려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러한 특징이 갖춰지게 되었다.

영국의 종교개혁은 갑작스러운 국왕의 죽음들로 인해서 촉발된 경우가 많았기에 우발적인 성격과 위로부터 아래로 강요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처음에는 반가톨릭주의에서 시작했지만, 헨리 8세의 변칙적인 이혼과정에서 빚어진 사건들로부터 토마스 보스톤의 재판과 미국으로 건너가서 요나단 에드워즈의 대각성운동까지를 계산하면 거의 이백년의 혼란기에 청교도 운동이 전개되었다. 영국에 있는 교회는 주류가 국가교회, 즉 성공회체제 (Anglican Church)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처럼 복잡한 전환과정에서 등장한 청교도들은 교회의 영적인 갱신과 신학적인 성숙을 간절히 염원했다. 국가교회 체제를 거부하던 청교도들의 의식 저변에는 로마 가톨릭의 경건과는 전혀 다른 정서가 기억 속에 강하게 담겨 있었다.

메리 여왕의 재위 기간 동안에 (1553-1558) 살해당한 순교자들이 무려 7천명에 달했다. 이들에 대한 존경심을 안고, 박해를 피해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트라스부르크, 제네바 등으로 피신을 갔던 성직자들만 오백여명에 이르렀고, 성도들도 수없이 건너갔다. 이들은 먼저 희생을 당한 순교자들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폭스의 『순교사화』 (John Foxe, Actes and Monuments, 1536)는 모든 청교도들의 신앙형성에 있어서 로마 가톨릭이 어떤 집단이라는 것을 각인시켜 주었다.

청교도 운동의 전야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다섯 사람의 대표적인 순교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들이 남긴 순교자로서 헌신은 모든 청교도의 가슴에 깊이 남았고, 이들 선구자들의 신학사상이 차지하는 영향력으로 영국 교회가 세워졌기에 결코 가볍게 지나칠 부분이 아니다.

▲영어 번역 성경의 선구자, 틴데일.

▲영어 번역 성경의 선구자, 틴데일.

윌리엄 틴데일 (William Tyndale, 1494-1536)은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이 큰 성경번역가로서, 메리 여왕의 박해로 순교한 초기 영국 종교개혁의 선구자였다.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졸업한 후, 독일로 향하여 비텐베르크 대학교에서 루터를 만나서 큰 영향을 받았다. 루터가 이미 독일어 번역성경을 출간했기에, 틴데일도 역시 성경의 가르침을 영국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번역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영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개신교 성도들의 망명 본거지인 앤트워프를 근거지로 삼고 성경번역에 몰두했다. 틴데일은 친구처럼 접근한 영국 정부의 관리 헨리 필립스의 배신으로 빌보아 성에 투옥되었고, 앤트워프에서 화형을 당했다. 그가 처형을 당한 지 1년 후, 헨리 8세는 성경번역작업을 허락했다.

존 프리츠(John Frith, 1503-1533)

영국에서 기독교 인문주의 운동이 왕성했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하는 동안에 유럽 종교개혁자들의 글을 읽게 되었는데, 이단으로 정죄를 당해서 간신히 유럽으로 피신했다. 한편 반종교개혁의 기수이던 스테픈 가디너(Stephen Gardiner)가 그 당시 교수단의 일원이었다. 프리스는 유럽 대륙으로 건너가서 틴데일을 만나서 구약성경의 번역을 도왔다.
1531년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프리츠는 또 다시 토마스 모어의 박해로 인해서 체포되었다. 지역 목회자의 도움으로 다시 석방되어 유럽으로 건너갔다. 영국의 상황이 호전되었다는 소식에 종교개혁의 열망을 품고 귀국했으나 또 다시 체포되었다. 1533년 7월 4일, 사형을 당했다. 그의 죄목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가톨릭 교회가 가르치는 연옥을 부인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찬시에 그리스도께서 육체적으로 임재하신다는 것을 부인한다는 것이다. 프리츠의 성찬론은 스위스 종교개혁자들, 츠빙글리, 외콜람파디우스, 피터 마터 버미글리가 주장했던 것들이다. 토머스 크랜머가 그의 석방을 위해 힘썼는데, 훗날 프리츠와 똑같은 성찬론을 표명하기에 이른다.

로버트 반즈(Robert Barnes, 1495–1540)

영국 케임브리지 어거스틴파 수도회의 수사였다. 벨지움 루뱅대학으로 공부를 하러 가서, 루터의 종교개혁을 받아들였다. 케임브리지 수도회로 돌아온 후, 1525년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설교를 통해서 교회의 계급구조에 대한 반발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이단으로 판결을 받기 전에 공개적으로 참회를 하였기에 석방될 수 있었다. 다시 유럽으로 피신하여 『오늘날 교황주의자들이 대담하게 비난하는 교부들의 명언들』을 비텐베르크에서 출판했다. 반즈는 헨리 8세의 이혼문제를 자문하기 위해서 루터의 편지를 갖고 영국으로 귀환했는데, 그 편지에는 왕이 기대했던 해답이 들어있지 않았다. 루터는 영국왕의 이혼보다는 구약시대의 족장들처럼 여러 왕비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권했다. 국왕의 편에 서서 클레베의 앤과의 결혼을 정당화하는 일에 헌신하기도 했으나, 1539년 헨리 왕은 『6개 조항』을 선포했다. 철저하게 로마 가톨릭의 성례전을 주지시키는 내용들이었다. 이를 거역한 죄로 토마스 가라드, 윌리엄 제롬과 함께 사형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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