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을 먹이신 다음… 주님의 음성 “내 양을 먹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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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승의 러브레터] 세상의 문제들 5: 매여있음, 참 자유와 꿈의 회복

▲예수님의 선교센터 순례 후 중식으로 베드로 고기가 한 마리씩 나왔다. ⓒ이봉옥 사모

▲예수님의 선교센터 순례 후 중식으로 베드로 고기가 한 마리씩 나왔다. ⓒ이봉옥 사모

1. 요한복음 21장에서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 드디어 대화를 거십니다.

대화 내용은 간단합니다. “네가 나를 이것들보다 더 사랑하니?”

세 번의 질문은 세 번의 사랑의 대화로 마무리됩니다. 문장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안에 담긴 깊은 의미를 찾게 됩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하시니”라고 기록된 이 문장은 사람들이라고도 기록되어 있지만, RSV나 기타 성경은 ‘these’라는 지시대명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주님이 물으시는 겁니다. “얘야. 너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보다 나를 사랑하니? 여기 있는 이 고기잡이 배. 그리고 네가 먹은 물고기, 빵…, 네가 그리워서 도망간 이 바다보다 나를 사랑하니?”

지금까지 기다려주신 예수님께서 느닷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전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애정결핍 환자가 아니란 것은 우리는 다 압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이 질문으로 “너 나를 좀 사랑하라”고 하시는 뜻이 아님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대화에서 아침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신 예수님이 궁극적으로 알려주고자 하시는 것은, 제자들이 결국 사랑의 사람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이 매여 살고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예수님께서 대화 전에 하셨던 행동에 주목해야 합니다.

2. 아침 든든히 먹어라

어린 시절 들었던 소리, 여전히 나이 마흔이 넘어도 듣는 소리입니다. 조금이라도 영양 챙긴다고 식탁 위에 놓인 토마토, 유부초밥 한 덩이, 오이 한 조각. 당근 한 조각…. 하나 하나 어머니의 모습과 같습니다.

차린 밥상 중 하나라도 놓칠까, 잔소리 해가며 결국 당신 밥은 가장 뒤늦게 다 식은 채로 입에 넣는 모습을 보며, 왜 부모님은 자신의 허리가 굽어도 자녀들에 대한 걱정은 오직 ‘밥’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밥의 그늘 이라는 시(강연호)의 일부분이 생각납니다.

“지하보도 만물상
구석에서 늙은 사내
밥을 먹는다
늦은 저녁은 시리다

찬밥에 온도가 있나
밥의 온도야말로
절대적으로 상대적이다

찬밥인데 왜 온도가 있을까.

(중략)

누구인들 뜨신 밥 먹고 싶은 맘 없을까
그러나 구석에서 다 늦은 저녁이 되서야
식다 못해 차디찬 남은 밥 먹는 이유를
어머니에게서 발견합니다.”

밥은 하루의 시작 바로 직전 먹습니다. 부모님은 그래서 늘 “든든히 먹어야 한다” 말씀하십니다.

자녀의 하루를 위해서라면 찬 밥을 먹더라도 희생하는 어머니에게, 밥은 자녀가 제대로 된 일을 행복하게 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밥 걱정은 하지 않게 해주고 싶은 어머니의 꿈입니다.

그래서 그 밥은 자기 자신에게는 결국 아무것도 아닙니다. 똑같은 밥이지만, 온도의 차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 밥입니다.

3. 자녀에게 한 번이라도 따뜻한 밥 먹이기 위해 새벽을 깨워야 했던 어머님처럼, 그래서 찬밥의 온도는 타인에게 따뜻한 밥으로 바뀝니다.

따라서 어머니가 주신 뜨거운 밥을 먹으며, 대신 어머니가 드시는 찬밥을 바라보며 우리는 이제 세상에서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묵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젠가 어버이날 작은 선물과 편지를 드렸습니다. 그때 이런 글을 써드린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 제게는 부모님께 받은 만큼 드릴수 있는 돈도, 두분을 만족시킬 건강도 없어 그것으로 불효해 늘 죄송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저로 인해 조금이라도 존경받으실 수 있는 목사로 살겠습니다.”

4. 요한복음 21장으로 다시 돌아가 봅니다.

밤새도록 일하고 있는 베드로와 제자들은 결국 세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 제자들을 향해 예수님이 찾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향해 “쓸데 없는 짓거리 하지 말고 돌아와”라고 말하지 않으시고, “얘들아, 아침밥 먹자”고 하십니다.

지켜보니 육지 위에 예수님은 숯불을 피우시고, 생선과 빵까지 굽고 계셨습니다. 밤새도록 일하시고는 아침밥까지 준비하신 것입니다.

자녀들이 늘 그렇듯 찔리는 것이 있으면 침묵으로 저항하는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예수님은 그 침묵을 함부로 깨지 않으십니다. 빵을 나르고, 생선도 구워 직접 하나 하나 가져다 주십니다.

5. 요한복음 21장은 예수님이 식사를 하셨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그저 제자들을 먹인 것입니다. 15절을 보면 예수님은 제자들이 다 먹기를 기다리셨습니다. 그저 보기만 해도 배부르셨던 겁니다.

예수님에게서 진심이 느껴집니다.
“밥 잘 먹고 다녀.”
“이제 나 없다고 아침밥 굶지 마.”

제자들이 늘 무엇에 목마른지 알고 계셨던 주님은, 당신이 허기져도 먹지 않습니다. 당신의 밥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자들의 배가 차기만을 기다리십니다. 마치 자녀들의 따뜻한 밥을 위해 부모가 찬밥을 먹듯이 말입니다.

6. 그리고 예수님께서 드디어 대화를 걸어주셨던 것입니다.

배가 찬 제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너희를 얽매던 고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아니라, 진짜 사랑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 대화의 마지막은 우리가 생각 못하는 문장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면 나한테도 고기 좀 다오” 같은 상호주의도 아닙니다. “사랑한다면 이리와서 안아다오” 같은 감정론자의 대화도 아닙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대화를 마치십니다.

“내 양을 먹이라.”

7. 육신의 부모에게, 자녀만큼은 밥 걱정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아니, 밥 먹을 걱정 때문에 자신의 오늘 하루를 망치지 않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부모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은 차디찬 밥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영적 부모이신 주님은 우리에게 밥 걱정한다고 정말 좇아야 할 꿈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십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사람을 사랑하는 것. 그것을 위해 주님은 당신의 몸을 밥으로 주셨습니다.

그래서 빵과 포도주를 나누며 “이것이 나의 몸, 이것이 나의 피”라고 하셨습니다.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 가운데서 예수님을 차가운 밥, 차디찬 온도를 발견한다면, 우리 역시 찬 밥 먹는 것정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뜨거운 밥을 먹이기 위해서라면 말입니다.

이제는 세상의 것을 추구하는 삶에서 자유해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꿈’입니다.

8. 사랑하는 여러분, 세상의 시험이 늘 우리에게 있습니다. 여러가지 시험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매이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을 매이게 하는 것들은 대부분 ‘밥 걱정’ 아닌가요? 여러분을 매이게 하는 것들은 대부분 금방 사라질 ‘사람 걱정’ 아닌가요?

그것은 여러분에게 참되고 소중한 ‘꿈’을 사라지게 합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사랑’이 사라지게 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자유해지시기 바랍니다. 참된 자유는 여러분의 먹고 마심에서, 식은 주님의 몸을 발견하는 것에 있습니다.

꿈과 소망이 회복되기를, 그러기 위해 참된 자유함을 찾아가기를, 우리의 자유함을 찾아주시기 위해 매임당하시고 구속당하신 예수님의 식은 밥을 발견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류한승 목사(생명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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