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칼럼] 비 온 뒤의 산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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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비 온 뒤에는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하늘도 말끔하고, 도로도 씻겨서 말끔하고, 집 벽도, 내려다 보이는 지붕도 씻겨져 말끔합니다. 나무줄기도 말끔하고, 잎도 말끔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도 말끔합니다.

장마 중이라 이러저러한 비 피해 소식도 오갑니다.
이러한 중에 깨끗해짐을 기뻐하는 것이 죄송해지기도 합니다.

비 온 뒤의 산에 가면 만물이 아름답다는 것을 너무 확연히 느끼게 됩니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먼 산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동네 산조차 풀 나무 씻겨진 돌, 모두가 아름답습니다.

비를 좋아합니다.
사방 구적한 것, 옷과 신발 젖는 것, 튀는 흙탕물, 불편한 것도 있습니다. 밤에 내리는 비는 사람을 처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큰 비와 과한 비는 심지어 삶의 근간까지 쓸어가 우리를 비탄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래도 그 비가 주는 씻기움과, 편안해지는 안정의 정서는 꽤 괜찮습니다.

여름의 추억은, 더위의 추억과 비의 추억입니다.
그중 더 깊이 남아 있는 기억은 비와 관련된 것들입니다. 비는 세례처럼 씻겨 맑히우고, 샤워처럼 청량케 하며, 그리움을 떠올려 그윽히 만드는 축복입니다.

비 온 뒤는 가급적 산을 오릅니다.
숨쉬기 편하고, 풀잎에 맺힌 빗방울로 신발을 넘어 바지 깃까지 젖어도, 그 모든 것이 싫지 않고 가슴 편안함과 대화를 주며, 돌멩이들까지 비를 맞으면 편히 이야기합니다.

산에 가다 비를 맞으면 시원합니다.
그 비 그치고 밝음의 햇살 비취면, 빗방울 품은 잎새들의 반짝임은 은총입니다.

삶에도 비가 내립니다.
기다리던 비뿐 아니라, 피하기를 원했던 비까지 내려, 삶이 우중충하고 바닥까지 가라앉을 때 있습니다.
폭우일 수도, 바람 포함해 태풍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많은 물과 바람이 스쳐간 햇빛 찬란한 다음 아침을 기대하며, 웅크려 기다려야 합니다. 씻겨간 자리의 아침은 새로운 세상을 열고, 새로운 빛과 남은 물상의 의연과 빛남을 조명합니다.

비온 후의 산이 아름다운 것처럼, 마음 비 내리고, 슬픔 비 내린 삶의 정경도 씻겨지면 아름답습니다.

사랑하는 성도님들, 요즘 삶이 그렇게 편치 않습니다. 쌓였던 찌기, 지속될 것 같은 어려움에 대한 염려, 삶의 막막함에 대한 허망감, 다 씻어 맑히웁시다. 비온 후의 산이 아름다운 것처럼, 내 삶도, 우리 삶도, 주님 은혜 비 내려 씻어주시면 아름다워집니다.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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