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칼럼] 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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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비가 온다. 장마비다. 눈앞에 없는 것이 눈에 보인다.
장독대 독들 위에 비가 떨어져 청명한 소리와 씻김의 청량을 준다.

집집마다 있는 조그만 꽃밭 위에 비가 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 꽃잎에 맺힌 빗 방울.
비내려 적셔진 꽃밭 흙의 편안함과 푸근함.

나팔꽃, 분꽃, 사르비아, 맨드라미, 채송화, 꽃호박, 금잔화, 해바라기, 집집 마당마다 심겨져 있는 평범한 꽃들이 눈에 보인다.

소설 속의 비의 의미는 대개는 욕망이나,
오늘 새벽의 비는 그리움이고 애잔함이며 인생에 대한 푸근함이다. 빗소리가 더 깊어지고, 가깝게 귀를 스치고 마음을 스친다.

잦았다, 격했다, 비도 리듬과 박자를 타고 내린다.
자연의 모든 섭리는 일정함을 느끼게 한다. 삶도, 마음도, 사랑도, 일도, 힘도, 기쁨도, 슬픔도, 박자와 리듬을 가진다.

당김음과 스타카토는 아직도 재미있다.
삶에서도 아이의 천진함이 포함된 장난은 재미있다. 삶이 지친 노동이 아니라 놀이로 사는 은총의 축복으로 누려지기를...

비가 마음을 적신다. 편안히 잠들고 싶다.
그러나 기도의 자리 일어서면 또, 무엇인가 열심히 움직일 것을 안다.

삶이란 바람의 무게가 얹혀져 방향이 정해지고,
모든 힘이 쏟아지고 격량으로 흐르나 후회하기 싫어 의미를 부여하는, 역사로 쌓여가는 한 권의 책. 오늘도 생각과 기도, 그 결과로 이루어지는 행위의 정형이 또 한 페이지를 이루리라.

어제 늦게 자 피곤하나 느낌은 좋다.
피곤은 오전까지고, 점심때가 되면 희석되어 풀린다. 삶의 복원력의 위대함은 어느 곳에도 적용된다.

자연의 힘과, 사랑의 힘, 긍휼의 힘을 믿는다.
주님의 마음과 은혜를 믿으며, 내게도 있기를 구하나 초라한 기도일 뿐이다. 그래도, 그 처량한 초라함을 못 벗어나도, 꾸역이 가는 것이 길.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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