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하나님의 통치는 구호나 선포로 임하지 않는다!
기독교 반사회적 종교로 인식… 성경적 기독교, 배타적 종교 아냐
하나님 통치 유일한 통로, 기독교인 선하고, 의롭고, 거룩한 ‘일상’
대변인 내정자 신앙 열정보다, 다음 세대 교회교육 실패 더 커보여
최근 국민의힘 주성은 청년 대변인 내정자가 ‘하나님 통치가 임하는 나라’라는 문구를 자신의 포스터에 넣은 일이 문제가 되었다.
jtbc 뉴스는 이것을 “기독교 강경 세력을 대변하는 듯한 슬로건”이라 평가했고, 민주당은 “헌법상 기본 원리와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는 표현”이라는 논평을 냈다. 국민의 힘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주성은 대변인의 내정을 철회하였다.
본 사건은 한국 사회가 기독교에 대해 가지는 편견을 보여주는 동시에, 일부 기독교인들의 복음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여실히 드러내었다.
먼저 jtbc와 민주당의 논평은 기독교에 대한 한국 사회 일반의 편견을 여실히 보여준다.
언제부터인가 일반인들에게 기독교는 배타적이며 반사회적인 종교로 인식되고 있다. 기독교 복음, 즉 하나님의 통치가 인간의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하고 시민적 자유를 파괴할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하나님의 통치’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가장 잘 대변하고 보호한다. 하나님은 그의 백성에게 ‘다른 사람’들도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을 존중할 것을 명하신다. 즉 성경은 이방인들이 ‘다른 모습 그대로’ 존재할 권리를 인정한다.
‘배타적’이라는 말이 타인들의 존재 권리를 인정하지 않음을 의미한다면, 성경적 기독교는 절대로 배타적인 종교가 아니다.
또한 하나님의 법은 정의와 사랑, 생명 등 하나님의 성품을 구현한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통치는 한국의 헌법적 가치는 물론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통치’라는 말이 일반인들에게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선언으로 들리는 이유는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다고 주장하는 한국 기독교인들이 그분의 성품을 대표하는 일에 실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기독교 청년들을 포함한 한국의 일부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의 통치가 한국 땅에 임하는 방식을 크게 오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님의 통치가 한국 땅에 임한다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가치, 즉 정의와 사랑과 생명으로 한국의 사회 문화가 변화된다는 뜻이다.
이런 하나님의 통치는 구호나 선언으로 임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과 물질로 강제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통치를 받는 백성들의 향기와 빛에 세상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때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의 선하고, 의롭고, 거룩한 일상이 하나님의 통치가 이 땅에 구현되는 유일한 통로인 것이다.
유대인들은 이것을 ‘키두쉬 하셈’, 즉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기심을 받게 되는 인간의 삶”이라 부른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주기도문에서 이 ‘키두쉬 하셈’과 하나님 나라의 도래가 연결되어 나타나는 것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
주성은 대변인 내정자가 자신을 소개하는 포스터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나라’라는 슬로건을 넣은 사건에서 대변인 내정자의 신앙의 열정보다, 다음 세대를 향한 교회 교육의 실패가 더 크게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구원 박사
서울대 철학과를 거쳐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 학위를, 시카고대학 고대근동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일반인과 평신도에게 구약 성경과 고대 근동 문화를 가르치고 소개하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에 관련된 영문 및 우리말 단행본과 논문도 다수 출간했다. 저서로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통독 주석 시리즈 《사무엘상》, 《사무엘하》, 《김구원 교수의 구약 꿀팁》, 《가장 아름다운 노래: 아가서 이야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맥스 디몬트의 《책의 민족》, 요람 하조니의 《구약 성서로 철학하기》, 프리처드의 《고대 근동 문학 선집(공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