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가을 애가(愛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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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구름 높이 미소짓고, 미풍 한 자락 스치는 새벽 미명은 시원(始原)의 숨결로 다가와 호흡 간에 생명 있음을 일깨운다. 일생이 소중하기에 하루 한 날 지나는 소리 애달프다. 가을이다.

초록 숲 지는 소리, 먹장 가슴 여닫는 소리, 작은 빛 모으는 별들의 옹기함지 소리, 만산홍엽 그리는 화가들의 오색 비비는 소리, 시골길 걸으며 바라본 산야의 느린 거동 눕는 소리, 평소에 듣지 못하던 소리들이 들린다.

새벽 미명에 하늘을 우러르면 누군가 다가올 것 같은 공허에 귀를 곧추세운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바람뿐이다. 이내 사라지는 몽환 같은 어제의 기억들은 이제 덧없는 회환인걸. 애수가 되어 사라지는 찬바람 한 자락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살아오면서 사랑을 하거나 이별을 한 문신 자국인 걸.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온몸으로 부둥킨 시간을 지나왔어. 죽을 것 같은 별리의 아픔 또한 지나칠 수 없었지. 사랑도 이별도 아닌 애증의 혼란함으로 서성이던 그해, 가을이면 더 많이 아플 거라고 소리쳐도 사랑과 이별은 언제나 주위를 맴돌고 있지. 이런 편지를 써 보는 밤을 맞는 건 분명 가을이잖아.

미치도록 서러운 이별과 청초한 샘물 같은 사랑은,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는 망부석과 새로운 둥지를 찾은 환희의 동행을 모두 끌어안은 채 부표처럼 떠다니는 계절이다. 사랑하기 위해, 다시 사랑하기 위해, 진정한 사랑을 위해 몸부림치는 가을이다.

사랑.
독처하는 것이 안타까운 아담에게 돕는 배필 하와를 피조해주신 하나님의 사랑의 섭리가 인간의 사랑의 근원이다. 자신보다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존재와 동행하는 기쁨은 천지를 다 얻는 것보다 귀한 사랑의 동력이다. 그러므로 인생은 사랑으로 존립될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

사랑.
그러므로 생명 있는 인간은 모두 사랑을 열망한다. 사랑은 본능이고 생명이자 존립 이유이며, 목숨을 버릴지라도 기꺼이 수용할 가치이다. 사랑은 용기 있는 자들의 호흡이고 더없는 희열이며, 무조건의 수용이고 동행이며 숭고한 희생을 감수케 한다.

사랑.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사랑의 미명 아래 만났다가 헤어지는 별리의 세상이 되었다. 이혼, 재혼, 삼혼, 졸혼(卒婚), 황혼이혼, 별거, 법적인 서류만 부부이고 이미 이혼한 상태로 공존하는 한 지붕 두 가족의 불협화음이 세상을 가득 메운 별리의 세상이 되었다.

사랑.
그래도 사랑을 한다. 미치도록 쓰리고 아픈 상처 위에도 사랑은 피어난다. 사랑으로 병들고 사랑으로 치유하면서 사랑은 깊어간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이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참된 본능이다. 하나님께서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 생령(生靈)이 된 창조 섭리 과정에 내포된 본질이다.

사랑.
그래서 사랑은 생명 있는 한 갈구하는 동력이고, 어떤 장애도 극복할 수 있는 열망으로 포용하는 본능적 충족이다. 그래서 기꺼이 희생하고 사랑한다.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공감하는 것이다. 사랑은 사랑 그 자리에 함께 존재하는 동행이다. 어떠한 환경일지라도 사랑의 소중한 가치를 찾는 사람만이 사랑의 자리에 서게 되고, 사랑은 언제나 변함없는 기쁨의 열매를 제공한다.

사랑.
지금 사랑을 지으신 분이 사랑으로 다가온다. 너무 늦으면 안 돼. 너무 멀어지면 안 돼. 부르는 소리 듣지 못했다고 변명해도 소용없어.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면서 영원한 생명을 주신 그분의 가슴 저민 사랑 고백 앞에 가슴을 열어야 할 가을이다.

아, 사랑이여!
큰 소리 외치고 싶은, 가슴 시린 가을이다.

하민국 목사
웨민총회신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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