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종교개혁 기념강좌 (1)
서론
10월은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달이다. 매년 이 계절에 즈음하여, 교회를 갱신하려고 노력했던 종교개혁자들의 교훈을 되새겨서, 오늘의 교회를 보다 든든히 세우는 데 기여하기를 소망한다. 이 글에서 필자는 전염병과 관련하여 종교개혁자들의 교훈들을 중심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에 즈음하여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 기독교 교회에 주는 중요한 성경적 교훈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202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는 보이지 않는 전염병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서 불확실성의 시대, 두려움과 공포를 맛보고 있다. 2020년 10월 초까지, 전 세계 213개 국으로 확산되었고, 3천 8백 만 여 명이 확진판정을 받았으며, 1백 7만 명이 넘는 환자들이 사망했다. 한국에서는 2만 4천 여 명이 확진되었고, 430명이 넘게 사망했다.
급속한 확산의 위험에 직면해서, 질병관리본부의 방침에 따라서 한국교회는 한동안 예배당에 모이는 예배를 취소하고 비상수단을 사용해서 온라인 비대면 주일예배를 드려왔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처방이 내려졌는데, 이것은 성도간의 교제와 상호교통을 가장 중요한 성화의 과정으로 삼고 있는 교회에 치명적인 어려움을 초래했다. 결혼, 장례, 각종 기념식, 집회 등이 축소되거나 취소되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여야 하는 성도들은 혼자서 생활하는데 익숙해지게 되었고,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자기중심의 삶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러나 2020년 10월에 접어들면서, 한국교회는 다시 소규모 집회를 중심으로, 모이는 예배를 시도하고 있다. 비록 모든 상황이 우리 교회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고, 성도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지만, 우리는 기독교 역사 속에서 교회가 이러한 고통의 상황을 극복하고 이겨냈음을 기억해야만 한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복음으로 이겨나게 하실 것을 확신한다.
1. 중세 후기에 확산된 흑사병
“죽음의 공포”가 모든 사람들에게 닥친 자연 재해라는 측면에서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사태는 참으로 충격적이요, 공포감을 준다. 필자는 1986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노쓰리지 지진 사건을 체험하였는데, 아무도 모르는 시간에 갑자기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게 됨으로써 전 세계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두려운 질병 앞에서 결국 인간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 가운데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중세 후기 시대에는 지독한 전염병이 널리 확산되었는데, 흑사병(the Black Death, plague) 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죽음을 당했다. 유럽을 오고가는 상선을 통해서 흑사병이 발생한 것은 1330년이라 추정하는데, 그 후로 1347년부터 1351년까지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역사가들은 아마도 유럽 인구의 30-60%를 잃었을 것으로 본다. 그 당시 상황을 이탈리아에서 생생하게 증언하는 기록이 남아있다. 1347년 10월, 이탈리아 제노아 선박들이 시칠리에 당도하면서, 흑사병이 창궐했다. 그 다음 해에는 남부 독일로 퍼져나갔고, 영국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시칠리의 역사가 피아자 (Michele da Piazza)의 증언이다:
이 사건으로 얼마나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지 표현할 단어가 없다. 그 누구도
이 두려운 상황에서 운 좋게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한번 감염이
되면 대부분 즉각 사망했다. 부모들이 자식들을 버렸고, 아내들이 남편들을,
형제들 사이에서도 역시 버렸다. 마지막에는 그 누구든지 감염된 사람에게서
멀리 도망을 치거나, 기피했다. 투라 (Agnolo di Tura)는 자기 자식들 중에서
다섯 명을 직접 매장했다.
1347년부터 확산된 흑사병으로 유럽인구의 약 삼분의 일이 사망했는데, 무려 2천 5백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후로 유럽의 전체 도시와 전 지역으로 확산된 흑사병은 거의 한 세기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 후에도 소규모로, 수시로, 많은 사람들이 흑사병에 목숨을 잃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강박관념은 중세말기 유럽 사람들에게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특히 흑사병은 인간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간주되었다.
중세말기에 유럽 사람들의 의식주 생활환경을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매우 불결하고 위생상태가 열악했다. 또한 보통 사람들은 필요한 기본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였기에, 면역력이 극히 저하되어 있었다. 지저분한 오물들이 뒤섞여 있던 거리와 습기에 가득 차 있던 창고에는 벼룩과 쥐가 들끓었다. 일단 사람에게 병균이 옮겨지게 되면,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로 전염되었다. 무시무시한 치사율을 보이는 이 흑사병에 감염이 되면, 림프선이 부어오르고, 피부에 출혈이 있은 후, 검은 색 반점과 버짐 같은 것이 나타났다. 마지막 단계는 피를 토하고 고열을 이기지 못해서 사망했다. 환자의 몸에서 나오는 땀, 침, 숨, 배설물 등이 결정적으로 병균을 증폭시켰고, 벼룩과 쥐가 다른 곳으로 옮기는 도구가 되었다. 건강한 사람이 박테리아에 감염이 되면, 혈관 속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패혈증으로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