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마종기 시인의 “바람의 말”이라는 시중 구절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요즘 자꾸 생각되고, 또 생각에 빠지게 되는 것은,
“의미화”, “가치평가”,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등의 다소 사색적이고 사고 지향적 단어와 문구입니다.
누구나 어떤 시점에서 그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제 의미 있는 남은 삶의 기간을 인위적으로 생각하고,
또 계획과 준비와 실행, 또는 가지고 있는 것의 점검과, 정리하고 보완해야 할 것들의 목록을 헤아립니다.
삶은 흘러왔고, 또 흘러갈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한 가지 꼭 잊지 말자고 부탁했고, 또 제 스스로에게도 부탁했습니다.
“사람 죽으면 그것으로 끝은 아니다.”
그런 마음 가지고 우리는 우리 삶의 순간과 영원을 교직하며,
지금의 순간 속에 영원을 살고, 그 영원을 현재 순간에 이룸으로, 우리의 순간을 영원화 시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가슴에 품고 사는 우리라면,
그 사실을 말로 꺼내기조차 부끄러워도, 그래도 우리는 그것에 코 박고 죽고 얼굴 묻고 사는 사람입니다.
우리에게 순간과 영원은 동일 언어입니다.
요즘은 자꾸 판단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것이 옳고, 저것이 옳고,
내가 옳고, 당신이 옳고,
더 나아가 그 옳고 그름의 기준이 내 기준 하에서 정해지고,
더 나가면 내 정서에서 기준이 이루어지는 삶의 비극조차 진설됩니다.
누군가 떠난 뒤에도 정오에 대한 평가는 따르고,
또 그것을 우리는 역사의식이라 생각하며 의식하고 살아가려 합니다.
그러나 요즘 자꾸 마음 기울어지는 것은,
진정한 역사의 평가와 의식이란, 더 큰 규모와 더 먼 산의 품 안에서 이루어짐입니다.
평가의 기준과 선이, 실줄 같은 단칼에 자르는 예리한 선이 아니라,
스펙트럼이 넓은 하나님의 거대한 은혜의 품 안에서 이루어짐이라 느껴집니다.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좀 더 마음 편안하고, 좀 더 푸근하고, 좀 더 그윽한 향이 있는 삶이 되기 바라나,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산 길 걷고, 먼 산과 하늘 바라보며, 묵상 속에 하늘빛 구하면, 한 줄기 바람으로 은혜 임하심.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