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의 변화된 관점과 사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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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칼럼] 종교개혁 기념강좌 (3)

2.2. 루터의 변화된 관점과 사역들

루터는 이 때를 기점으로 해서, 기독교 교회의 목회자로서 보다 따뜻한 안목을 갖추게 되었다. 아마도 루터의 전 생애에 있어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간이 바로 1527년이었다. 종교개혁의 불씨를 살려내고자 루터는 성경강해와 설교와 논문을 끊임없이 출판했다. 그가 흑사병으로 인한 고통을 체험하기 전까지는 매우 탁월한 학문적인 노력을 기울여서 기독교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매진했던 학자이자 교수였었다. 그러나 이 처절한 아픔과 주검들을 목격한 후에, 루터에게 큰 변화가 왔다. 이제부터 그는 성도들의 영적인 부분을 중요시하게 되었고, 자신이 살고 있던 도시에 대해서 보다 목양적인 심정을 갖게 되었다.

루터는 흑사병을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 재해가 결코 아무런 유익도 없이 그저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하나님께서 자신들에게 채찍을 내리시는 것으로만 그치는 것도 아니요, 시험을 통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이것이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말한다. 만일 하나님께서 그들을
보호하시고자 하신다면, 주님은 의약품이나 우리들의 돌봄이 없이도 그 일을
하실 것이다. 이런 행동은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의약품을 창조했고, 우리가 지성을 갖고서 환자를 지도하고
돌보아주도록 하셨으며, 그런 노력들로 인해서 우리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우리의 믿음과 사랑에 대한 시험이다...
우리의 믿음은 하나님을 향하여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만 하는가를 통해서
드러나고 체험되어지는 것이다. 우리들의 사랑은 우리가 이웃들을 향하여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인식하는 가운데서 드러난다.

2.3. 통속적인 미신들을 깨우치다

루터는 당시 민간인들에게 퍼져있었던 미신들과 신비적인 숭배사상을 깨트리는데 앞장을 섰다. 루터는 이 질병이 확산되어나가도록 가속화시키는 원인 중에 하나가 중세기의 미신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았다. 즉, 다른 사람들에게 병균을 감염시키게 되면, 그 사람 자신은 병에서 나을 수 있다는 헛소문이 퍼져 있었다. 루터는 이러한 황당한 괴담에 맞서서 진실이 아님을 밝혔다. 어떤 이들은 고양이 그림을 붙여 놓았고, 미신적인 부적을 갖고 다니던 자들도 있었다. 이미 중세 후기에 기적에 대한 헛된 소망과 신통력에 대한 기대가 수많은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면죄부가 결코 성경적 진리가 아님을 밝혀낸 바 있듯이, 루터는 신학을 가르치는 학자였기에 그냥 이러한 미신적인 문제에서 뒷전으로 물러나 있을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통당하는 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도움을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루터는 어떻게 흑사병의 상황에서 남을 도울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첫째,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흑사병이 사라진 후에, 루터는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를 교회에 나와서 설교와 성경 말씀을 통해서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둘째, 사랑의 법이 우리에게 절실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을 하라고 명령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때로는 남에게 도움을 주고자 할 때에 우리 자신들에게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 우리 자신의 안전이나 재산에 피해가 가해지지 않는다면, 이웃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루터가 주목했던 성경을 보자; 예수님께서는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지 아니하였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지 않았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지 아니하였고, 병들었을 때와 옥에 갇혔을 때에 돌아보지 않았다”고 비판하셨다 (마 25:42-45).

셋째, 인간의 모든 노력을 다 해서 질병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고난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마태복음 7장에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루터는 실천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째, 루터는 성도들의 희망과 소망을 불러일으키는데 열심을 다했다. 루터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죄를 고백해야 하고, 성례를 받아야 하며, 죽기 전에 이웃과 화해를 해야만 한다고 했다.

루터가 흑사병을 피해서 다른 지역으로 가지를 않고, 죽어가는 영혼들을 위해서 목회적인 도움을 지속적으로 제공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오늘날에도 유효한 교훈이 된다. 이 사건 후에 루터의 유명한 찬송가가 만들어졌다. 지금도 애창되는 바로 그 찬송가, “내주는 강한 성이요, 방패와 병기 되신다” (Ein feste Burg ist unser Gott)는 가사와 곡조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 찬송은 모든 사람들에게 확신을 불어넣었다. 진리에 대한 확신을 잃지 않도록 기도하면서, 순결한 믿음과 열정적인 사랑을 가지고 살면서,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님이 지켜주셔서 그가 오시는 날까지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감사하게도, 인간들은 고통을 경감시키는 다양한 의학지식들과 수많은 치료약과 연구재료들을 개발해 낼 수 있다. 지금 각 나라마다 바이러스의 효력을 약화시키는 치료약들을 개발하고 있고, 백신을 만들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의학적인 노력은 다 합당한 일이다.

예수님께서는 공생애 기간 동안에 여러 차례 고통을 당하는 자들을 도와주시고, 고난을 덜어주고자 노력하셨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죽은 나사로를 살려서, 울고 있던 마리아와 마르다에게 눈물을 그치도록 하신 일이다.

물론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다 없애려고 하신 것은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들에 대해서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초월적인 영역이 있다. 우리는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찾고자 노력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리석은 단순성만으로 우리들의 다양한 문제들을 다 풀어낼 수 없으므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마땅하다.

▲김재성 박사(조직신학,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김재성 박사(조직신학,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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