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사랑아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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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림자 비켜 낙엽 구르는 바람 한 자락, 가을 깊어가는 소리다.

초록 숲 깊은 그 자리에 원색의 낙엽이 쌓인다. 고즈넉한 시골길 걸으면 하늘 높고 개울 깊은 해질녘 풍경이 정겹다 못해 코끝을 울리는 서글픔으로 다가온다. 사랑이 그리운 계절이다. 사랑을 기억해내고 싶은 가을이다. 영원한 사랑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가을이다.

“믿음 소망 사랑은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전 13:13)”.

사랑이 있는 세상이기에 아름다운 소망으로 존립한다.

그래서 사랑을 잃어버린 세월은 서러움이다. 사랑은 먼 기억의 아련함 또는 가슴 벅찬 공감의 동반이다. 사랑은 항상 강직한 절개로 사랑의 그 자리에 서 있는데, 우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사랑을 의식하지 못한 채 무감각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사랑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걸까.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느낄 겨를도 없이 숨가쁘게 살아가는 이유가 사랑의 가치보다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먹는 즐거움, 깊은 잠의 평안, 소통의 만남, 즐기고 있는 취미, 평안의 미래를 위한 노력, 변화를 두려워하는 미련, 못난 애증, 모두 우리의 사랑을 약화시키는 요인들이다.

순백의 사랑이 우리 곁에 다가왔는데, 우리는 귀를 틀어막고 두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다. 고귀한 사랑이 허상의 가치에 덮여 있는 세상이다.

사랑으로 걸을 때 비로소 보이고 들리는 숭고함으로 가득한 세상이다. 사랑 안에서 비로소 소중한 인생이다.

사랑은 곧 생명이고 존립 이유이며, 창조 섭리 중 가장 숭고한 가치이다.

사랑을 느낄 때, 비로소 사랑의 가치를 깨닫는다. 우리는 사랑을 찾고, 그 사랑을 찾으면 기꺼이 종속된다. 사랑은 양방의 종속을 매개로 하나다. 사랑을 받을 때 인생은 행복하다.

사랑은 쟁취하는 열망으로 열매를 맺고, 열매를 맺기 위해 인고를 요구하며, 감성의 가장 숭고한 환희를 동력으로 모든 가치를 포용한다.

아담이 독처(獨處)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시고 돕는 배필을 지으신 하나님이 사랑의 근원이다. 그래서 인생은 사랑을 열망한다.

사랑하고 싶다.
올 가을엔 사랑하고 싶다. 반드시 사랑을 찾고 싶다. 영원불변 그 사랑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가을 한날, 평생의 사랑을 만나서 사랑의 광활함과 푸근함에 노곤해지고 싶다.

“내가 밤에 침상에서 마음으로 사랑하는 자를 찾았노라 찾아도 찾아내지 못하였노라 이에 내가 일어나서 성안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사랑하는 자를 거리에서나 큰길에서나 찾으리라 하고 찾으나 만나지 못하였노라(아 3:1-2)”.

누구를 사랑할 것인가?
부유한 자, 권력 있는 자, 명예로운 자, 품위 있는 자, 슬기로운 자, 지고지순한 자, 용감한 자, 다정다감한 자, 우직한 자, 사람은 많으나 사랑은 찾을 수 없다. 어려운 환경을 일심으로 헤쳐나갈 사랑은 더욱 찾기 힘들다. 절개를 지켜낼 사랑은 이제 요원한 세상이 되었다.

다가올 환란을 극복할 사랑은 없다. 목숨 바쳐 나를 지켜줄 사랑이 사무치게 그리운 가을이다. 하나님의 사랑을 배신한 자들이 심판을 받아야 할 그날이 도래하고 있다.

“그날에는 아이 밴 자들과 젖먹이는 자에게 화가 있으리로다(막 13:17)”.

참혹하고 참혹한,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날에는 사람들이 죽기를 구하여도 얻지 못하고 죽고 싶으나 죽음이 저희를 피하리로다(계 9:6)”.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견디지 못할 환란의 날이다.
천만다행으로, 목숨 걸고 나를 지켜줄 그 사랑이 지금 전심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이제 그으가 내민 손을 잡으면 사랑의 주인공이 되는 가을 한날이다.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아 2:10)”.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를 귀히 여기는 사랑이 부른다.

“귀한 자의 딸아…(아 7:1)”.

보잘 것 없고 흠 많은 나를 어여삐 여기는 그 사랑이 지금 나를 부른다.

“나의 사랑 너는 어여쁘고 아무 흠이 없구나(아 4:7)”.

반푼이 같은 나를 특별하게 여기는 사랑이, 강하고 든든한 두 팔로 붙잡는다.

“내 사랑하는 자는 희고도 붉어 많은 사람 가운데에 뛰어나구나(아 4:10)”.

상처뿐인 지난날을 순백으로 덮어주며 새 옷을 든 사랑이 나를 안는다. 갈등과 대립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던 나를 평생의 반려자로 삼으려는 사랑이 나를 안는다.

“그가 왼팔로 내 머리를 고이고 오른팔로 나를 안는구나(아 2:6)”.

임마누엘.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

“내 사랑하는 자는 내게 속하였고 나는 그에게 속하였도다(아 2:16)”.

사랑아, 사랑아, 내 사랑아.
사랑의 주인공이 된 오늘의 인생들이여, 꿈결 같은 가을 한 날이어라.

웨민총회신학 하민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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