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사용하는 것이지, 사랑하고 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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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승의 러브레터] 세상의 문제들 10: 채움 vs 비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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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족함

이 세상의 문제를 요한복음 21장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예수와 함께 있었던 소박하고 아름다운 시골 갈릴리가 같은 장소이나 황제의 이름 디베랴로 바뀐 곳, 그러나 여전히 그곳에 또 예수님은 찾아가셨습니다. 그러므로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예수와 함께인가 아닌가가 중요합니다.

요한복음 21장에 오면 마지막 문장을 만납니다. 그런데 이 마지막 문장이 참으로 큰 깨달음을 줍니다.

요한이 마지막 복음서의 결론을 내리기를 예수님의 행적이 너무 많아 모든 책에 다 써도 부족했다….

“예수께서 행하신 일이 이 외에도 많으니 만일 낱낱이 기록된다면 이 세상이라도 이 기록된 책을 두기에 부족할줄 아노라(요 21:25)”.

‘부족함’. 부족하구나…, 그분을 담기에는 세상이라는 그릇이 부족하다는 것처럼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2. 채움

요한은 다른 세 명, 마태와 마가, 누가와 달리, 스스로 예수님이 가장 사랑했던 제자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까요. 얼마나 하고 싶은 사역도 많았을까요? 그런 요한이 보기에 예수님에 대해 쓸 것들이 너무나도 넘쳐납니다. 쓰고 싶은 것이 무궁무진한 것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어머니를 평생 봉양하는 것이 젊은 시절과 중년 시절 사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요한은 그만큼을 비워뒀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무리 채워도 하나님을 채우기에는 ‘부족해’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단어 앞에서 한동안 묵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채움’을 갈구하는 세상 속에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3. 좀비 현상

“Not In my backyard.”

님비 현상. 요즘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나오는 사회 문제입니다. 더러운 것을 멀리 하는 세상, 남 비판은 잘하면서 자기 비판은 못하는 사회 문제.

그런데 여러분 님비보다 무서운 게, 좀비입니다. 저는 좀비 영화 포스터만 봐도 참 서글픕니다.

좀비의 특징이 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픕니다. 채우고 채우고는데 채워지지 않는 존재론적 서글픔이 그들에게 있습니다.

먹고 먹어야 하는데, 실제론 죽은 존재. 그런데도 자신이 죽은지도 모른 채, 먹기 위해 삽니다. 그러다 결국 자기 가족과 친구도 분별 못하는 존재.

님비 현상, ‘가까이 오지 마’를 가져오게 만든 현상이 ‘좀비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

문득 생각이 듭니다. 교회는 님비인가, 좀비인가? 물론 둘 다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교회는 ‘십자가’이니까요.

4. 공허함

세상이 말씀으로 채워지기 전의 상태입니다.

혼돈과 공허는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공허함을 자주 느낍니다. 그래서 그런지 ‘연극이 끝난 뒤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017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메릴 스트립은 “누구 누구에게 감사합니다”라는 식상한 멘트 대신, “배우의 유일한 일은 타인의 삶에 들어가 어떤 느낌인지를 전달해주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수상 소감에서 배우의 가장 중요한 직무가 뭔지를 되새기고 있습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수많은 배우들이 관객의 호응을 받고 같이 연습하면서 느낀 전우애, 연극과 영화를 찍으면서 느꼈던 열정과 분위기에만 현혹되기 쉽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상을 받고 관객의 환호성에 이끌리는 배우는 언제나 연극이 끝나면 공허해집니다. 배우이고 연기자이면서도 늘 배고플 수밖에 없습니다. 배고프면 언젠가 타인을 먹을 겁니다. 그런데 자신이 죽어감을 모릅니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입니다. ‘100만원이면 괜찮아’ 하면서 자족했던 사람이 한순간에 자족을 잃으면 200만원이 되도 만족하지 못한 채, 300만원, 400만원이 되도 부족함을 느낍니다. 더 많이 채우려 하지만 늘 부족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범사에 감사함이 있어야 합니다. 범사에 감사함의 다른 말은 ‘자족'입니다.

내게 있는 것으로 감사하고, 내게 있는 것으로 시작하고, 내게 있는 것으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것. 그래서 늘 들어내고 비워가는 그리스도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5. 말세의 징조: 사랑

누구나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사랑이 무엇인지를 잘 모릅니다.

사랑한다면서 타인을 소유하려 하고, 지시하려 하고, 지적하려 합니다. 어느새 사랑이라는 이유로 뜯어먹으려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채우려고 사는 존재라면, 타인에게는 폭력성을 자신에게는 공허감을 쌓아갈 뿐입니다. 타인은 화평과 평등의 대상이지, 결코 소유의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만물은 사랑의 대상이지 소유하기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디모데후서는 말세의 징조를 잘못된 사랑의 19가지 증상으로 표현합니다. 그 중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바로 자기를 사랑하고 돈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돈은 사용하는 것이지, 사랑하고 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6. 멈춤 없이는 바른 일을 구현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세상의 첫번째 문제였습니다.

코로나19 시대가 되면서 여러 가지 것들이 어쩔 수 없이 멈추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이 되어서도, 생각보다 멈춤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여전히 달리기만 반복하려 합니다. 예전 좀비 영화의 좀비들은 걸었는데, 요즘 좀비들은 뛰고 또 뜁니다. 점점 영악해져 갑니다.

무얼 위해 뛰는 것일까, 나는 바르게 달리고 있는 것일까, 점검해야 합니다.

7. 처음 2월 말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신천지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는 좌우 진영 가리지 않고 모든 기독교계가 나서서 신천지를 하나님이 드러내신다고 했습니다. 동성애 문제가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거기서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교회들에게로 문제가 번졌습니다. 세상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댔습니다. “뭐가 다른데?”

그러자 좌우가 나뉘기 시작했습니다. 모이는 곳은 모이지 않는 곳을 향해 공격하고, 모이지 않는 곳은 모이는 곳을 향해 힐난합니다.

궁극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하나님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비워야 합니다. 잘 모르니까요. 그냥 무조건 이때가 기회다 싶어 서로를 깎아내리려는 목회자, 성도들, 교회들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8. 교회의 목적은 예수가 머리 되심으로,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는 역할입니다. 즉 세상을 향해,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위한 것입니다.

코로나 확산이 시작되고 세상이 교회를 향해 물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데, 그렇게까지 모이려는 이유는 헌금 때문 아닙니까?”

네, 당연히 아닙니다. 모임에는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이 교회의 일입니다. 그래서 한달간 온라인으로 헌금을 받지 않았습니다. 헌금의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보다 중요한 것이 생명임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9. 생명샘교회는 누구보다 모임을 즐거워했던 교회입니다. 청년들이 북적거렸습니다. 모이면 뜨겁고 서로 사랑합니다. 주일이면 아무리 멀어도 모이기에 힘썼던 교회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시대, 믿지 않는 이들의 생명을 지켜야 했습니다. 그래서 정부 방침보다 앞서서 철저히 규칙을 준수해 왔습니다.

간혹 목사님들이 걱정하십니다. “그러다 성도들 다 떨어져 나가요.” “믿음 다 잃어요.”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누구보다 건물 보지 않고 모였던 성도들의 믿음. 그리고 그 가운데 계신 성령님을 믿었습니다.

이제 다시 생명샘교회는 11월부터 두조로 나뉘어 모이기 시작합니다. 보채지 않을 것입니다.

10. 시간이 흘러 11월이 되어 보니, 오히려 재정은 작년과 다르지 않게 채워졌습니다.

오히려 부서마다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없으니, 본래 예산 계획이 이행되지 않아 절반 정도 남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돈이 남으면, 부서에서 쓰거나 다음 해로 이월시킵니다. 그런데 그때 하나님이 요셉 말씀을 묵상케 하셨습니다. 풍년이 오게 하심은 흉년이 들었을때를 대비케 하심이라고….

그리고 자기의 꿈을 이야기하는 요셉이 총리가 될 때쯤 타인의 꿈을 해석해주는 존재가 되었던 것처럼, 부서 예산을 흘려보내기로 작정했습니다.

다음 세대가 사라져가는 교회, 어려움을 당한 교회들에게 저희 교회 교육부서 예산을 흘려보내는 것은 사실 저희 교회를 위한 일이기도 함을 잘 압니다. 비우면 채워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니까요.

11월, 다음 세대 교육과 온라인 예배 시스템을 갖추기 힘든 교회들과 함께하기 위해 움직이는 교회 운동(AMCM)을 재개하려 합니다. 코로나19라고 해서 못할 것 없습니다. 전 교인이 갈 수 없다면, 두세 사람이 가면 되니까요.

그리고 그곳 교회의 이름으로 온라인 채널을 열고, 저희 교회 성도들이 온라인으로 그 교회 예배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11. 비워내고 덜어냄의 훈련, 멈추는 훈련.

이것이 좀비 현상에 빠진 한국 사회에서 현재 교회가 해야 할 것이 아닐까요?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5단계로 세분화되면서, 모임이 가능해졌습니다. 모든 교회가 “와! 이제 모인다!” 할 것 같네요. 그런데, 그러다 우르르 중심 잃은 예배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럴 때일수록 절제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와 기쁨을 타인에게 흘려보내는 교회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류한승 목사(생명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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