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없는 세계’의 거대한 포문 연 위험한 무신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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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주의 비판] 한국 신학계는 패륜적 성혁명을 막아낼 준비가 되었는가? (1)

본지는 지난 9월 25일 열린 젠더주의기독교대책협의회 출범 기념 학술포럼 ‘젠더주의와 성혁명, 퀴어신학에 대한 신학적 고찰과 신학교육 개혁’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곽혜원 박사의 ‘젠더주의의 도전에 봉착한 21세기 한국 기독교의 과제’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곽혜원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곽혜원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젠더주의의 도전에 봉착한 21세기 한국 기독교의 과제

1. 성규범 해체-가정 해체-기독교 해체의 시대조류 속에서 발흥한 젠더주의

지난 200년 동안 서구 세계의 영적·정신적 기류는 전통적 성규범과 성윤리, 일부일처제 결혼과 가정공동체, 기독교 신앙과 가치체계에 적대적 방향으로 흘러왔다.

서구 근·현대사에서 이 흐름은 첫 번째 성혁명(sexual revolution)이 일어났던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부터 오늘날 두 번째 성혁명에 이르기까지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전개되어 왔다.

성혁명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이들은 서로 다른 동기와 이해관계를 가졌지만, 하나의 핵심 목표를 위해 의기투합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성규범의 해체-가정의 해체-기독교의 해체’였다.

종국적으로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기독교 교리를 파괴하기 위해 전력투구했는데, 이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인류 역사에 고상한 문명과 높은 도덕성을 부여했던 유대-기독교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었다.

당시 상당수 사상가와 지성인들(대표적으로 장 자크 루소, 어거스트 콩트, 샤를 푸리에, 프리드리히 니체, 지그문트 프로이트, 칼 융, 빌헬름 라이히, 알프레드 킨제이, 존 머니 등)은 전통적 결혼과 자녀양육의 요람인 가정을 해체시키는 데 주력하였다.

이들은 세상적 명성을 얻고 사탄의 도움을 받는 듯 보였지만, 결국 성적 혼란과 깨어진 인간관계 속에서 스스로 망가진 인생을 살아간 것으로 보여진다.

이들의 가정사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매우 불행하고 파괴적이기까지 했는데, 일례로 자기 자녀들을 유기했고 술과 마약에 의존했으며 광기와 절망 속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이들은 결혼 및 가족제도 자체를 심각하게 훼손함으로써 자신들의 가정을 파탄 냈을 뿐만 아니라, 동시대인들과 후세대들을 극도의 혼란과 파멸로 이끌었던 것이다.

많은 활동가들 또한 합세하여 성적인 억압을 제거하고 부모와 자녀관계를 단절시키고자 총력을 기울였는데, 특히 20세기 이후 일어났던 성규범 해체-가정 해체-기독교 해체의 모든 기류는 맑시즘(Marxism)에 영적·정신적 기원을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칼 맑스(K. Marx)의 마지막 유지를 담은 저서 『가족, 사적 소유, 국가의 기원(The Origin of the Family, Private Property and the State)』에는 “성스러운 가족(성부·성자·성령을 지칭)의 비밀은 지상의 가족이다. 전자를 사라지게 하려면, 이론과 실제에서 후자가 먼저 파괴되어야 한다. … 일부일처제는 촌충(기생충)과 같다”라는 유명한 어록이 수록되어 있다.

즉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를 파괴하려면 가정을 해체시켜야 하는데, 이 가정은 일부일처제에 견고한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동성애를 장려하고 일부다처나 일처다부, 심지어 다수를 성적으로 편력하는 폴리아모리(복수연애·다중섹스, poly-amory)까지 옹호해서 성규범을 해체시키려는 것이 맑시즘이 감행했던 공산주의 혁명의 의도이자 결론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성규범 해체-가정 해체-기독교 해체 흐름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네오 맑시즘(Neo-Marxism)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면서부터이다.

네오 맑시즘은 정통 맑시즘의 오류를 비판하면서 전략을 수정했는데, 이를 통해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선동한 무력 사용의 폭력혁명을 지양하고 문화혁명을 기획함으로써, 기독교 해체를 위해 전력 질주한 문화 맑시즘(Cultural Marxism)의 성향을 드러내게 되었다.

기존 맑시즘에 한계를 느낀 네오 맑시즘은 공산주의 혁명을 주도면밀하게 완수하기 위해 칼 맑스의 사회과학적 분석(노동력에 대한 자본주의 착취)에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 Freud)의 인간정신적 분석(성충동에 대한 기독교 윤리의 억압)을 융합시킴으로써, 이 사상은 프로이트-맑시즘(Freud-Marxism)으로 명명되기도 한다.

특히 우리가 주목할 것은 네오 맑시즘이 인간의 성욕을 사상적·정치적 도구로 악용하여 ‘성의 정치화-정치의 성애화(섹스의 정치화-정치의 섹스화)’를 추구함으로써, 기독교 문화를 전멸시키고 사회와 국가를 완전히 전복시키려고 획책했다는 사실이다.

네오 맑시스트 중에서 특히 이탈리아 최고의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A. Gramsci)가 주목할 만한데, 그가 바로 수정된 공산주의 혁명의 방법론으로서 문화 맑시즘을 주창한 장본인이다.

그람시는 기독교를 공산주의 혁명의 최대 주적으로 규정하면서, 특히 기독교 문화와 가치체계를 철저히 붕괴시키지 않으면 혁명을 완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통 맑시즘이 프롤레타리아 하부구조에 있어서 계급투쟁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 전복을 획책한 것과 달리, 그는 지식인들을 혁명의 주체세력으로 동원하여 상부구조를 제압함으로 이데올로기 투쟁을 하는 ‘조용한 혁명(silent revolution)’으로 전략을 전환하였다.

(‘조용한 혁명’의 어젠다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지속적 사회변화로 혼란을 조성한다. 2. 학교와 교사의 권위를 약화시킨다. 3. 가족을 해체시킨다. 4. 어린이들에게 성교육 및 동성애 교육을 실시한다. 5. 교회를 해체시킨다. 6. 대량 이주와 이민으로 민족 정체성을 파괴한다. 7. 인종 차별을 범죄로 규정한다. 8.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을 실추시킨다. 9. 복지정책을 강화하여 국가나 기관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사람들을 증가시킨다. 10. 언론을 조종하고 대중 매체의 수준을 저급하게 만든다. 11. 과도한 음주를 홍보한다.)

이를 위해 그람시는 정치·문화·교육·사법·언론·학술·종교 등 상부 권력기관에 침투하여 장기적으로 진지를 구축함으로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hegemony)를 장악한 후(진지전), 기존 체제에 대항하는 헤게모니적 가치관 및 세계관이 대세를 점령하면 기동성있게 체제를 전복시키고자 했다(기동전).

이것이 맑스와 차별적인 그람시만의 독특한 혁명 전략인데, 이후 그람시의 사상은 서구 현대사에서 좌파 세력의 전략지침서로 막강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서구 현대사에서 성규범 해체-가정 해체-기독교 해체와 관련하여 빌헬름 라이히(W. Reich)의 악영향도 대단히 심각하다. 사상사에서 ‘성정치(Sex Pol)’라는 용어를 최초로 창안한 그의 최대 관심사는 사회문화적 차원에서의 성해방이었다.

라이히는 한 사회의 성적 변화 과정이 항상 그 사회의 문화적 변화 과정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간파하면서 성적 억압의 제거에 주력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일부일처제 결혼과 자녀양육의 도구로서의 전통적 가족을 해체시키는 데 강조점을 두었다.

빌헬름 라이히는 성충동 해방이론인 ‘성정치학’을 주창하면서, 정치가 거시적 제도의 차원을 넘어 미시적 생활세계의 차원, 특히 사적인 성관계의 문제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일처제 폐지와 성윤리 해체를 부르짖으면서 진정한 해방이란 성해방을 동반해야 하며, 성혁명을 이루기 위해선 성정치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자신의 저서 『성혁명(Die sexuelle Revolution)』에서 성적 억압을 제거하고 부모-자녀관계를 해체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일단 이것이 동력을 얻으면 체제 전복을 위한 나머지 목표들(기독교교회와 국가공동체 말살)은 저절로 실현된다고 강변하였다.

한때 공산당에 가입하여 성정치 운동을 조직하기도 했던 라이히는 당대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다, 성도덕을 붕괴시키려는 그의 이론이 68혁명의 돌파구를 제공하면서 패륜적 성혁명에 불을 지피게 되었다.

라이히의 어록 중 “너 자신을 억압적인 기독교의 성도덕으로부터 해방시켜라. 너의 성충동을 만족시켜라. 그래서 모든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라는 낙원을 창조하라!”가 특히 68혁명 세력에게 강하게 각인됐다.

▲위부터 허버트 마르쿠제, 안토니오 그람시, 주디스 버틀러.

▲위부터 허버트 마르쿠제, 안토니오 그람시, 주디스 버틀러.

뿐만 아니라 좌파들의 지적인 무장을 위한 핵심 브레인이자 네오 맑시즘과 동일한 사상적 흐름에 속하는 프랑크푸르트 학파(the Frankfurt school)가 지성인들을 사로잡으면서, 성규범 해체-가정 해체-기독교 해체를 정당화하는 이론적·사상적 체계가 구축되었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공산주의의 원칙, 곧 사유재산 철폐와 함께 가족과 기독교의 파괴를 통해 사회를 변혁하려는 목적에서, 앞서 소개한 네오 맑시즘이 맑스의 사회과학적 분석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분석과 융합시킨 방법론을 채택했다.

이로써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현존하는 사회질서를 전복시키는 도구가 되었을 뿐 아니라, 성해방을 통한 가족과 기독교 해체를 정당화하는 이론으로 정착하였다.

특히 빌헬름 라이히의 성정치를 계승한 헤르베르트 마르쿠제(H. Markuse)의 저서 『에로스와 문명(Eros and Civilization)』은 성규범 해체-가정 해체-기독교 해체를 위한 결정적 동력을 제공했다. 여기서 마르쿠제는 성욕이 억압되지 않는 사회가 모든 이들이 추구해야 할 유토피아라고 역설한다.

두 번째 성혁명의 포문을 연 68혁명은 빛나는 종교개혁의 유산을 통해 탄생한 프로테스탄티즘(protestantism)에 정면으로 도전함으로써, 반(反) 체제-반(反) 문화-반(反) 기독교 운동을 하나로 결집시키게 되었다.

이를 통해 서구 기독교 문명의 지지기반을 파괴할 거센 시대 조류가 만들어졌다. 사실 68혁명은 체제를 전복시켜 정권을 찬탈했다기보다, 서구 세계의 사상과 사고방식, 나아가 세계 정신을 완전히 파행적으로 뒤바꿔놓은 문화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 세계는 패륜적 성혁명을 감행한 68혁명을 결정적 분기점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로 양분될 만큼 문명사적으로 대전환을 겪었는데, 그 폐해와 악영향이 대단히 심각하다.

이로써 68혁명은 유럽에 살았던 한 세대 지성인들의 사유체계를 혁명적으로 전복시켰는데, 타락과 패륜의 길을 걸었던 이들 중에서 최고교육을 받은 핵심그룹이 오늘날 글로벌 정치·경제·사회·문화·학술·예술·언론·법조계, 심지어 종교계 전반에 주도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이제는 유럽을 넘어 글로벌 세계를 또다시 뒤집어놓게 된 것이다.

마침내 지난 200년간 이어졌던 지성인들과 활동가들의 집요하고 패역한 작업이 젠더주의의 발흥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

맑시즘은 구소련과 동유럽에서 패망으로 한동안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듯했지만, 북미와 서유럽에서 젠더주의를 통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기사회생(起死回生)함으로써, 인류 문명을 가공할 만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젠더주의를 탄생시킨 토양이자 21세기를 대표하는 문명코드인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은 문화의 가면을 쓴 맑시즘으로서, 공산주의보다 더 심각하게 글로벌 사회 전체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의 전통 기독교 사상을 전면 부정하고 절대적 진리를 거부하는 후기 구조주의(post-structuralism)와 인식을 같은 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무신론 철학으로 일컬어지는 프리드리히 니체가 전개했던 절대적 가치 및 진리의 해체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젠더주의의 영적·사상적 기반은 ‘기독교의 쇠퇴-무신론의 확산-성혁명의 발흥’과 긴밀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즉 젠더주의가 세력을 확장해가는 이 시대의 영적·사상적 분위기는 하나님을 존중하지 않고 인간이 자기 마음대로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려는 비성서적·반기독교적 근·현대 시대사조의 부활과 무신론의 재논의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하나님 없는 세계’의 거대한 포문을 연 유물론적 무신론자 루트비히 포이에르바하(R. Feuerbach)를 기점으로 등장한 19세기 태생 가장 위험한 무신론자들이 20세기에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했는데, 이들은 앞서 언급했던 칼 맑스와 지그문트 프로이트, 프리드리히 니체이다.

21세기에 이르러 사후 영향력이 더욱 강력해진 3대 무신론자들은 성규범의 해체와 가정의 해체를 통해 종국적으로 기독교의 절대적 진리는 물론, 인간이라면 마땅히 따라야 할 가치 체계(권위·질서·도덕·양심 등)를 해체시키는 ‘아노미적 디스토피아’(=무법천지, anomic dystopia)의 시대 문명을 구축해가고 있다. <계속>

▲지난 9월 학술포럼 기념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크투 DB

▲지난 9월 학술포럼 기념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크투 DB

곽혜원 박사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한세대와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며, 독일 튀빙엔(Tübingen) 대학에서 조직신학 박사학위(Dr. theol.)를 받았다. 현재 21세기 교회와 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연구공동체 <21세기교회와신학포럼>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Das Todesverständnis der koreanischen Kultur(한국문화의 죽음이해), 『현대세계의 위기와 하나님의 나라』, 『삼위일체론 전통과 실천적 삶』(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자살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존엄한 삶, 존엄한 죽음』(한국출판문화진흥원 우수저작), 『제2종교개혁이 필요한 한국교회』(공저), 『관계 속에 계신 삼위일체 하나님』(공저), 『죽음 목회』(공저), 『과학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가』(공저), 『우리는 죽음을 왜 두려워하는가』(공저)가 있다.

역서로는 위르겐 몰트만(J. Moltmann)의 저서들 『절망의 끝에 숨어있는 새로운 시작』, 『세계 속에 있는 하나님』, 『하나님의 이름은 정의이다』, 『희망의 윤리』를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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