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소중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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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마다 한 해의 끝을 알리는 낙엽이 쌓인다. 봄꽃의 전령을 만나고, 짙푸른 숲 향기의 쉼을 마치고, 만산홍엽마저 홍조를 잃어가는, 추수한 들판의 황량함을 지나왔다.

숨가쁘게 달려온 미완의 미지는, 재연할 수 없는 세월의 뒤안길이 되었다. 세월은 오늘을 재연하거나 수정할 수 없도록, 돌이킬 수 없도록 먹어버리는 대식가(大食家)이고 독식가(獨食家)이다.

그래서 오늘을 호흡하는 생명들은 모두 하루를 의미로 채워야 한다.

선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인내, 이웃을 돕기 위한 희생,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성찰,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몸부림, 어질러진 과거의 청산, 이별의 울림과 사랑의 서곡은 모두 소중한 일생을 행복하게 존립하려는 희망의 의미들이다.

인생길 걷다 보면 이정표 없는 거리도 만나고, 갈림길이 나타나면 어느 길로 걸어야 할까 결단해야 할 시간 앞에 서게 된다. 표준이 없는 인생길이다. 일정하게 정해진 방식이 없는 인생길이다.

작은 목선(木船)으로 풍랑의 바다를 건널 때면 귀중하게 여기던 기물들을 내버려야 하고, 때로는 고정관념적인 세상의 모든 인과관계를 끊을 때 비로소 희망의 새 둥지를 짓게 되는, 결연한 시간 앞에 서게 되는 것이 필연의 인생길이다.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엡 2:10)”.

어두운 밤길 같은 인생길을 인도하는 가로등불은 하나님 말씀이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생명을 조성하신 그의 창조와 선한 목적을 추구하도록 지으신 그의 섭리와 그리스도 안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영위케 하신 그의 무한한 도량을 인식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곧 바른 길을 걷는 인생길의 지표이다.

하나님께서는 인생들이 생명의 길을 걸을 때, 기꺼이 남녀가 동행하기를 원하신다. 자칫 외롭고 두려울 수 있는 인생길 걸을 때, 즐겁고 행복한 인생길이 되도록 남녀의 동행을 허락하신 섭리는 하나님의 선하신 사랑의 광대하심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가라사대 사람의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창 2:18)”.

그래서 인생은 누구나 창조 섭리대로 사랑을 추구한다. 숙명적인 동행을 만나는 축복의 주인공이 되기를 원한다. 생존의 영역은 모두 사랑을 추구하는 소리들로 가득하다. 사랑은 곧 모든 인생의 생존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인생이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만나고 헤어진다. 폭언과 폭행에 길들여진 자신을 관대한 사람인 양 위장한 채 우울감에 빠져 살아가는, 상처가 가득한 세상이 되었다.

이별의 결단을 수용하지 못하는 인생은 불우한 환경을 벗어날 수 없다. 이별은 아프고 쓰라린 상처만은 아니다. 당장은 마음 아픈 이별 같아도 지나고 나면 이별 또한 숙명의 동행을 만나기 위한 여정일 수 있다.

“아담이 이르되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라 부르리라 하니라(창 2:23)”.

안타깝게도 많은 여성이 가정이라는 허울의 울타리 안에 갇혀 고통받고 있다. 자식 때문에, 경제 때문에, 익숙한 환경 때문에, 불확실한 미래의 두려움 때문에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폭언과 욕설의 난폭함 앞에 무감각,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제 살을 때리고 멍들게 하는 허울들의 가부장적 행태는 사랑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죄악일 뿐이다. 숭고한 사랑을 퇴색시키는 허울들은 반드시 소멸되어야 할 악행이다. 숙명의 동행이라면, 어찌 제 뼈를 때리고 제 살을 욕되게 하겠는가.

악습의 반복은 물론 공감하지 못하는 문화적 소통 부재, 들통난 외도는 이별의 시간을 알리는 종 울림이다. 한날 결단한 이별이 여생을 평안케 한다면 기꺼이 그 길을 걸어야 한다. 사랑은 언제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삶의 영역은 매우 치열하고 다중적인 에너지를 발산함으로 복잡한 듯 여겨지지만, 한발 물러서서 작은 여유로움으로 둘러보면 평소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들리고, 무심코 지나친 풍경들이 새롭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감성에 이끌리게 된다.

지금 돌아보고 낙심하면 안 된다. 인생길 조금 더 걷다가 다시 돌아보면 된다. 조금 더 걷다가 돌아보면 환희일 수 있는 인생길이다.

사랑.

사랑은 인생 여로의 지표이다. 사랑 따라 걸으면 후회 없는 인생길이다. 사랑은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감성이다. 사랑의 감성은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을 찾는 숙명의 등불이다.

사랑은, 소중한 사람과 동행할 때 비로소 사랑이다.

웨민총회신학장 하민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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