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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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재촉하는 끝자락 가을비가 여명을 깨운다.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한 자락이 가슴 울렁이는 삶의 요동을 달래주는 듯하다.

고요의 평안을 숨 쉰 호흡은 어느새 천사의 숨결로 잠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울림으로 다가가고, 깊은 기도 끝에 우산을 들고 선 앞서간 양치기 목자의 그림자를 품는다.

이른 비와 늦은 비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긍휼 앞에 모진 풍파 설움 통곡하고 일어선 무릎 걸음은, 오늘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상을 항해해야 한다.

어쩌겠는가. 맛난 음식, 멋진 의복, 편리의 둥지, 사랑 찾는 생명의 세레나데가 감동의 울림을 쏟아내는 세상이니, 오늘을 후회 없이 살아가야 하잖는가.

많이 모자라는 머저리 왕자의 열정적 사랑과 생뚱맞은 멍청이 공주의 일편단심을 그린 소설 같은 사랑과, 서로를 의지하고 새로운 미래를 소망하는 사랑의 소나타가 세상에 가득하니, 개똥밭에 굴러도 이 세상이 좋다 하잖는가.

사랑이 존재함으로 아름다운 세상이다. 아무리 가슴 아프고, 고달프고 먹장 가슴 쿵쿵 치는 인생일지라도 한번 가면 다시는 못 올 저 세상이기에 이 세상이 좋다.

사흘을 굶고 있는 처절한 환경일지라도 언젠가 하루 세 끼 챙겨 먹을 날을 소망하기에, 이 세상의 생명 호흡이 좋다. 더군다나 사랑하는 사람과 동행하는 인생 여정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소망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지금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세상살이가 곧 천국 평안 아니겠는가.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약속의 기다림, 순서의 기다림. 질서와 윤리의 기다림, 계절 변화의 기다림, 질병 쾌유의 기다림, 환경 변화의 기다림, 사랑의 기다림, 기도 응답의 기다림, 그리스도 재림의 기다림…. 인생은 생명을 영위하고 있는 동안 기다림의 시간을 수용하며 생존한다.

곧 함박눈 내릴 한 해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혹한의 겨울이 성큼성큼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와 사투를 벌여야 하는 혹독한 겨울을 예감한다. 어려워진 경제난으로 오그라드는 육신과 움츠러드는 정신을 추슬러야 할 엄동설한이다.

백척간두 같은 위기의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할 인생의 최선은 무엇인가. 인생은 지혜를 모으고 진땀을 흘리고 있지만, 과연 하나님을 외면한 인생의 우매한 욕망이 바벨탑을 쌓은 말세지말(末世之末)의 환경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눈에 보이는 세상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광활한 우주 만물의 주인 되시는 창조주 하나님 앞에 자복하고 회개하는, 순결한 눈물의 기도만이 대안이다.

그리고 기다림이다.

기다림은 초조한 마음을 누그러뜨려야 하는 인고를 수반한다. 조바심 나는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인고를 동반한다.

실의에 빠질 수 있는 유혹을 견뎌야 할 절개로 무장해야 한다. 자칫 조급한 마음으로 이스마엘을 낳은 아브라함의 우매함으로 하나님 응답을 놓칠 수 있다.

그리스도 언약의 하나님께 통곡의 회개를 기도했다면, 사랑의 결실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
기다림은, 사랑의 기약을 마침내 이루는 등불이다.

웨민총회 신학장 하민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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