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정에의 저항, 하나님께 받은 권세 남용에 대한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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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칼럼] 개혁주의 전통에서 본 교회의 정치적 책임 (4)

3. 새뮤얼 러터포드, “법과 군주”

칼빈주의 정치사상은 스코틀랜드 청교도를 대표하는 장로교회 목회자이자, 언약신학자요, 교수였던 새뮤얼 러터포드(1600-1661)의 저술 속에서 한층 더 견고한 입장으로 전개되었다. 역사 속에서 어느 지점까지는 교회와 정치에 관련된 기초 작업이 필요했었고, 칼빈, 베자, 부캐년의 중요한 사상들과 주장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이제는 보다 확고한 법률체계로 다져지는 정치사상이 러터포드의 『법과 군주』(1644)에 담기게 되었다. 부캐년이 세속적인 정치사에서 사례들을 인용하면서 저항권의 이론을 체계화하였다면, 러터포드는 주로 구약성경에서 신정통치 하에서 벌어진 사태들을 살펴보면서 절대왕정의 모순과 입헌군주제의 지침들을 살펴보았던 것이다. 또한 러터포드의 저서는 스코틀랜드에서 절대 왕정 통치를 옹호하는 성공회 주교 존 맥스웰의 주장 (John Maxwell, The Sacred and Royal Prerogative of Christian Kings) 을 반박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러터포드의 정치사상과 종교자유에 대한 공헌과 기여는 지금까지도 지속되어오고 있는데,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심대한 저술로 평가를 받고 있다. 국왕 찰스 2세가 이 책에 대해 진노하면서, 군주의 학정에 저항하는 반란군들에게 근거를 제공했다고 하여 응징할 것을 명령함에 따라서, 1660년 11월 에든버러에서 『법과 군주』를 공개적으로 불태웠다. 동시에 러퍼포드는 교수직에서도 면직되었다. 1661년 3월에 사망하기까지 무려 한 세대를 신학교수로 활약한 러터포드는 4천 쪽이나 되는 엄청난 저술을 남겼는데,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진보를 드러내는 개혁주의 사상들이 담겨져 있다. 세속 역사가들도 이 책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한 평생 개혁주의 신학자로 살아가면서, 정치 분야에 기여한 최고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1688년의 명예혁명은 오롯이 러터포드의 영향으로 가능했다는 것이다. 러터포드는 당대 가장 문제가 되는 자들은 두 가지 신학사상과 연결된 자들이라고 지적했는데, 알미니안주의와 반율법주의자들이다. 그는 이들을 최대의 대적들로 배척하였다.

런던에서 모인 장기의회 (1644-45)에서 행한 러터포드의 설교들이야말로, “칼빈주의 교리가 정치적인 태도를 결정하는데 기여한 가장 탁월한 수단들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니엘서 6장을 본문으로 한 그의 설교는 당대 정치적 혼란 중에서 가장 담대한 개혁주의 정치사상이 담겨있는데, 그보다 한 세기 전에 살았던 칼빈의 주석을 참고한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다. 러터포드는 하나님의 주권, 하나님의 섭리, 신적 작정과 선택, 사람의 부패성과 책임 등을 강조했는데, 이러한 교리들은 칼빈주의 신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교리들로 강조되어 온 내용들이다. 러터포드는 의회 앞에나가서 “그리스도는 영국 왕의 진노보다도 더 훨씬 오랜 기간을 통치하십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반드시 승리하실 것입니다. 찰스 국왕을 의지하지 말고, 왕 되신 예수님을 더 신뢰하여야 할 것입니다”고 외쳤다.

세 가지 정부 형태들, 군주제, 귀족제, 민주제 중에서, 러터포드가 분석한 차이점이란, 누구에게 권한을 더 많이 주느냐에 달려있다고 보았다. 그는 가장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권한이 왕이나 귀족보다 더 크고, 의회의 권위가 왕보다 더 높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국민들이 왕의 폭정에 저항하는 권리는 근원적으로 하나님께서 부여한 권세를 남용한 자의 죄에 대한 심판과 같은 것이라고 보았다.

교회와 국가 사이의 이상적인 관계정립을 모색했던 칼빈, 베자, 낙스, 부캐년의 토대를 근거로 하여, 러터포드는 신앙의 자유를 위해서 국왕의 폭정에 맞서는 사건으로 영국에서 꽃을 피웠다. 1640년부터 1643년까지 웨스트민스터 총회에서 선포된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의 설교 안에는 자유를 향한 지침들이 엄청나게 많이 담겨있다. 청교도들은 폭정을 행하는 군주를 무너뜨리는 것이야말로 성경적 소명이라고 확신했다.

법률에 의하여 법정에서 죄를 규정하는 제도가 정립되어가는 과정에서, 청교도 언약도들과 런던에 모인 의회의 대표들이 찰스 1세의 폭정에 맞서서 싸우다가 25만 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칼빈주의 정치사상을 실현하고자 했던 청교도들과 시민들은 올리버 크롬웰의 지휘 하에 왕당파 군대와의 모든 전투에서 승리했다. “시민전쟁”(1642-49)이라고 불리우는 역사적 사건은 사실상 러터포드의 강렬한 저술에서 강조되었던 대로, 국가의 통치영역에서 교회의 윤리와 도덕이 주도적인 힘을 발휘하였던 기간에 벌어졌다.

▲김재성 박사(조직신학,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전 부총장).

▲김재성 박사(조직신학,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전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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