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코 월권(鼻 越權)
코는 코딱지가 생성되는 지저분한 이미지다. 그러나 코는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한 산소를 정화시켜 양질의 산소를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냄새를 인지하고 상한 것을 구분해 냄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얼굴의 정중앙에 위치해 인상을 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코는 육신적인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코는 뇌의 명령을 수행하여 희로애락을 느끼고 표현함으로 정신 건강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기쁨의 코는 먹이를 먹는 물개처럼 벌렁거리고, 슬플 때는 눈물과 어울려 진한 콧물을 늘어뜨린다. 그리고 정도(正道)를 벗어나거나 마음 상한 상황을 표현할 때는 입과 공조하여 어이없는 웃음을 흘린다. 코웃음이다.
2020년이 저물었다. 모두가 어려운 시국이다. 지구촌 전역에 퍼진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인고로 지나온 시간이다.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우리는 지금 숨 가쁘게 달려온 일상의 시간을 접고, 고난의 환경이 도래한 신본주의적 원인을 찾는, 깊은 성찰의 시간 앞에 서야 한다.
2020년 우리의 코는 짓무르도록 끊임없이 코웃음쳤고, 2021년이 된 지금도 쉼 없이 코웃음을 치고 있다. 입에 단 음식만 먹어서 충치가 생긴 어린아이처럼, 권력에 빌붙어 아첨 떠는 소인배들이 득세한 하류 정권을 코웃음쳤다.
패거리들만 등용하는 인사 정책의 실패는 모든 분야에서 악화 일로를 걷게 된 원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집권 4년 차가 되도록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하여 쓴소리 한번 내뱉지 못하고 다수의 패거리가 된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애곡을 바로 들을 귀가 막혀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교훈을 업신여긴 결과, 여러 분야에서 갈등하고 대립하는 악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문제를 만드는 문재인, 조국을 시끄럽게 한 조국, 법을 추하게 만든 추미애, 세균이 판치는 정세균’이라는 조롱이 떠다니는 세밑에서, 코밑은 코웃음 후유증으로 피멍의 혹이 붉어진 모습이다.
코웃음보다 더 큰 문제는 코 월권이다.
코 월권은 독선과 독재를 뜻한다. 어느 장로, 권사 부부 이야기에서 발췌한 합성어다.
밤늦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남편 장로의 습관이 못마땅한 권사가 말했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새벽 예배를 거르지 않지요.’ 권사의 채근이 반복되자, 스스로 잠 잘 권리에 대한 ‘월권’이라고 장로는 반박하였다.
어느 날 코를 심하게 고는 장로에게 ‘코 월권 피해보상 청구’라는 종이 문서를 내밀었다. 장로의 코골이 ‘코 월권’ 때문에 잠을 설친 데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한 것이다.
누구나 일생을 살아가면서 자의적이건 타의적이건 많은 부분에서 월권을 행사하여 갈등하고 대립한다. 타인의 크고 작은 자주적 권리를 침해하고도 나몰라라 하며 뻔뻔하게 살아갈 때가 부지기수다.
월권은 범죄다. 개인의 소중한 주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이기주의, 개인주의를 조장하고 무서운 독선과 독재를 방관한다.
권력을 쥔 자들의 월권이 멈추기를 바란다. 독재 정권에 항거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투쟁하던 순수한 열정을 되찾기를 바란다.
용서의 덕목을 발휘하여 지난 정권의 과오를 포용하고 분열된 국론을 모으는데 열정을 쏟기를 바란다. 코웃음 정도로 지나칠 만사를 코 월권으로 해결하려 든다면, 몇 날 안 돼서 코웃음거리가 됨을 양심에 음각하기를 바란다.
2021년.
우직하게 일을 마치고 내뿜는 소의 콧김처럼 정직한 정의가 보장되는, 국민 모두의 코가 벌렁거리는 새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하민국 목사
웨민총회신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