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연대, 모든 미래 전염병과 위기에 대한 승리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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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별기고] 우리가 홍수이고, 우리가 방주다 (上)

2021년 새해, 사람들에게는 희망 대신 절박함이 가득하다. 절망적 재앙이 언제 끝날 것인지, ‘뉴 노멀’ 시대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되는지 물음표만이 가득하다. 교회에 가서 예배마저 드릴 수 없게 된 그리스도인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에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철학자/신학자인 김용규 작가에게 2020년에 대한 성찰과 2021년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할 ‘생각’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김용규 작가의 특별기고.

▲김용규 작가는 “홍수가 일어난 원인도, 방주를 지을 책임도 우리에게 있다”고 했다. ⓒ크투 DB

▲김용규 작가는 “홍수가 일어난 원인도, 방주를 지을 책임도 우리에게 있다”고 했다. ⓒ크투 DB

지구 온난화 가져올 극단적 폭염과 한파, 홍수와 산불, 물 부족, 식량 고갈,
전염병 창궐, 이주와 자원 부족 등 재난, 개인이나 개별 국가의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정치·경제·사회적 또는 국제적 문제… 글로벌 연대가 필수

2019년 12월 30일, 중국 보건당국은 우한(武漢)에서 원인 불명의 집단폐렴이 발생했다고 세계보건당국(WHO)에 보고했다. 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라고 이름 붙인 이 질병에 의해, 2020년 한 해 동안 세계에서 대략 8,200만 명이 감염되고 그 중 약 180만 명이 숨졌다. 미국에서만 사망자가 이미 30만 명을 훌쩍 넘겼는데, 이 숫자는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에서 사망한 미군 전사자의 수(29만 1,557명)보다도 많다. 문제는 이 재난이 현재 진행 중이리라는 데에 있다.

다행히 지난 11월 18일 미국의 제약회사 화이자가 백신개발에 성공해 임상시험 결과 95퍼센트의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그리고 12월 8일에 영국의 84세 여성에게 첫 백신접종을 실행함으로써, 마침내 인류가 이 바이러스에 대한 반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도 가만히 앉아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마치 기다리기나 했다는 듯이 변이를 일으켜, 70퍼센트나 더 강한 감염력으로 재공격에 나섰다.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2021년 1월 1일 현재, 20여개국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우리는 마주하고 있는 사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화이자를 선두로 각국 제약사에서 속속 개발되고 있는 백신들이 변종 바이러스에게도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효과가 있다면 그나마 한숨 놓이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효과가 없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코로나 사태는 거대한 재앙의 서막(序幕)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설사 백신이 발견된 변종들을 포함한 모든 코로나 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물리친다 해도, 3-4년을 주기로 또 다른 바이러스들이 공격해 올 것으로 예상한다. 언젠가 만일 코로나보다 더 치사율이 높고 감염력이 강한 바이러스가 공격해 온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지옥문이 열린 것이나 다름없이 변할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주목하는 생태학자들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지도를 바꿀 정도로 빨리 녹아내리는 빙하로 인해 수백만 년 동안 빙하에 갇혀 있어 존재도 몰랐던 수많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출현할 것이다. 인류 역사 이전의 병원균들에 의한 질병들이 얼음 밖으로 나오면, 우리의 면역 체계는 대응 방법조차 모를 것이다.

그러니 코로나 사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재앙이 시작될 것이고, 어쩌면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희생물이 될지도 모른다. 만일 누군가가 이 이야기를 듣고 하늘이 무너질까 침식(寢食)을 잊고 걱정했다는 기(杞)나라 어떤 사람의 우화를 떠올린다면, 그 사람은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J. Rifkin)은 코로나 사태를 지적하며 “우리는 지금 기후 변화와 그것이 일으킨 전염병이 창궐하는 새로운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두 번째 파고는 지금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미 재난은 닥쳐왔고, 미래는 결정되었다.”, “최상의 시나리오마저 참혹하고 고통스럽다.” 이것은 미국 싱크탱크 기관인 ‘뉴아메리카’의 연구원이자 《뉴욕매거진》의 부편집장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D. W. Wells)가 이미 다가온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알리는 《2050 거주불능 지구》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비상경보이다.

▲코로나 초기 봉쇄된 중국의 모습. ⓒ픽사베이

▲코로나 초기 봉쇄된 중국의 모습. ⓒ픽사베이

웰즈의 《2050 거주불능 지구》에 의하면, 2020년 세계를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은 코로나 사태는 이미 시작된 대재앙의 전주곡에 불과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우선 살인적인 폭염과 물 부족, 식량 고갈 그리고 전염병이 점점 심화되어 갈 것이다. 게다가 해마다 산림과 주택들을 삽시에 잿더미로 바꾸는 산불은 ‘불장난’ 수준이 될 것이고, ‘5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각종 재난들이 일상화될 것이다.

또한 해빙에 의해 해수면이 높아져 세계 주요 도시들이 물에 잠길 것이며, 집을 잃은 채 새로운 거처를 찾아 황량한 땅을 떠도는 난민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헐벗은 지구 위에서 빽빽한 인구가 벌일 식량과 자원 전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설마?’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아니다! 웰즈가 광범위하고 상세한 주석과 통계자료들을 곁들여 펼친 《2050 거주불능 지구》에는 기후 변화에 대해 우리가 이미 들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해-마치 묵시록(Apocalypse)을 보는 것처럼-섬뜩한 내용들이 들어 있다.

그럼에도 웰즈는 “여기에 새로운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열두 장을 채우는 학술 자료는 모두 수십 명의 전문가와 인터뷰한 자료, 최근 10여 년 동안 명망 있는 학술지에 실렸던 수백 편의 논문 자료에서 발췌한 내용이다”라고 증언한다.

우리가 외면하든 부인하든, 드러난 사실이 그렇고, 나타난 연구 결과가 그렇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비상경보가 어디 웰즈에게서만 울리겠는가.

오늘날에는 기존의 환경운동가나 생태주의자들뿐 아니라 내로라하는 과학자와 언론인, 그리고 유명 작가들까지 발 벗고 나서 기후 변화가 가져올 재앙에 대해 나름의 방법으로 경고하고 있다.

그 가운데 2015년 6월 18일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를 미리 막자면서 총 6장 246항, 181쪽 분량의 회칙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표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부제가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회칙’인데, 교황은 “기후 변화가 강제 이주의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세상의 가난한 자들은 기후 변화에 책임이 거의 없지만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며 “가난한 사람과 지구의 울음소리에 동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결론은 한 가지로 모아진다. 우리가 지금 코로나 사태를 통해 경험하고 있듯이, 지구 온난화가 가져올 극단적인 폭염과 한파, 홍수와 산불, 물 부족, 식량 고갈, 전염병 창궐, 이주와 자원 부족 등의 재난들은 개인이나 개별 국가의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정치·경제·사회적 또는 국제적 문제다.

그것은 일찍이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 Beck, 1944-2015)이 예고한 이른바 ‘글로벌 위험(global risk)’이다.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글로벌 연대’가 필수적이다.

《사피엔스》 저자인 유발 하라리(Y. Harari)도 같은 맥락에서 “인류는 선택해야 한다. 분열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 연대의 길을 갈 것인가? 만약 우리가 세계적인 연대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승리일 뿐 아니라, 21세기에 인류를 공격할지도 모르는 모든 미래의 전염병과 위기에 대한 승리일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펜데믹 패닉》의 저자 슬라보예 지젝(S. Zizek)도 인터뷰에서 “취약한 이들에 대한 돌봄과 관련하여서는 ‘로컬 공동체’들의 도움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적 의료 체계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 반면 자원의 생산과 공유와 관련해서는 효과적인 ‘국제적 공조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한 국가의 개별적 노력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계층 간의 대립이 심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난에 취약한 이들에 대한 돌봄을 위한 제도적 의료 체계의 정비가 말처럼 쉬울까?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있는 지구촌에서 자원의 생산과 공유가 과연 가능할까? 언젠가 설령 이뤄진다 해도 그것은 지엽적 또는 일시적인 것일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발등에 떨어진 불조차 끄기 어렵다.

세계기상기구(WMO)의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 사무총장은 “2020년 한 해의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2도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는 불행하게도 기후 역사에서 최악으로 기록될 또 다른 특별한 해”라고 다시 경종을 울렸다. 재난에 대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계속>

김용규 작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과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몰두했고, 튀빙겐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위르겐 몰트만과 에버하르트 융엘의 강의를 들었다.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깊이 있는 성찰, 생동감 있는 일상적 문체로 다양한 대중 철학서와 인문 교양서를 집필해 왔다.

대표작으로 <신: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 이야기>와 기독 인문학 입문서라 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이상 IVP)>, 십계명을 다룬 <데칼로그(포이에마)>, 故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마지막 질문 에 답하는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휴머니스트)>, 메타포라(은유), 아르케(원리), 로고스(문장), 아리스모스(수), 레토리케(수사) 등 인류 문명을 만든 5가지 생각의 도구를 소개하는 <생각의 시대(김영사)>, 말과 글을 단련하는 10가지 논리 도구를 알려주는 <설득의 논리학>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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