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바위 보’는 공평하다. 윷놀이 규칙도 공평하다. 어른이라고 유리하지도 않고, 아이라고 해서 불리하지도 않다.
이 세상도 공평한 것 같다. 부자는 잣죽을 갖다 놓고도 먹을만한 건강이 없는데, 가난한 사람은 라면 한 그릇을 놓고도 맛있게 먹는다.
뿔 있는 짐승은 윗니가 없다(角者無齒). 날개가 있으면 다리는 두 개뿐이다. 꽃이 좋으면 열매가 시원치 않다(장미는 꽃이 예쁘지만 열매가 없고, 호박꽃은 예쁘지 않아도 열매가 소담스럽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이인로(李仁老, 1152-1220)는 “사람도 다를 게 없다. 재주가 뛰어나면 공명이 함께하지 않는다(파한집)”고 결론을 내렸다. 이를 받아 고상안(高尙顏, 1553-1623)은 “소는 윗니 없고 범은 뿔이 없거니/ 천도는 공평하여 부여함이 마땅하도다(牛無上齒虎無角/ 天道均齊付與宜)”라고 했다.
어떤 사람이 야생 거위를 잡아다 집에서 길렀다. 불에 익힌 음식을 먹이자, 거위가 뚱뚱해져서 날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거위가 음식을 전혀 먹지 않았다. 한 열흘쯤 굶더니 몸이 가벼워져서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이익(李瀷, 1681-1763)이 한마디 더 했다. “참 지혜롭구나, 스스로를 잘 지켰도다.”
먹어선 안 될 음식을 양껏 먹고, 그 맛에 길들여져서 살을 찌우다 과체중이 되어 공중을 날지 못하고 사람 손에 잡혀 먹히고 마는 인간 거위들은 얼마든지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체중이 140kg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그 또한 체중 줄이기에 힘쓰지 않으면, 과체중으로 날아가지 못하는 거위 신세가 될 수 있다.
우리 주변의 사물들에는 많은 이치가 들어있다. 관심을 갖고 보거나 들으면 얼마든지 삶의 원리를 깨우칠 수 있다. 이런 것을 관물(觀物)이라 하고, 사물 속에 내재해 있는 원리를 관리(觀理)라고 한다. 지혜 있는 사람과 배우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은 모든 것에서 배운다.
모든 인간이 공통적으로 갖고 싶어 하는 것으로 셋이 있다. ①돈(財物)과 ②힘(權勢)과 ③경(名譽)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 셋 중 어느 하나를 가졌으면, 나머지 두 가지는 욕심 내지 말아야 한다.
재벌이나 기업인이 돈(재산)을 어느 정도 가졌으면, 권력이나 명예는 갖지 말아야 한다. 국회의원이나,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가 되었으면 그 권력을 절제하며 사용할 일이요. 돈이나 명예는 사양해야 한다. 성직자나 교육자 등은 명예를 가졌으니, 돈이나 권력은 탐내지 말아야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세 가지 중 두 가지 또는 세 가지를 모두 갖게 되면,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도 갖지 못하는 사람이 나오게 된다. 그럼 불공정 사회가 되어 누구는 인삼 뿌리 먹고 누구는 무 뿌리 먹냐고 불평불만, 시기 질투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그런 지경이다. 국회의원이나 장·차관이 된 사람은 임기 중 재산이 늘지 않는 게 정상인데, 대개 몇 배씩 재산을 늘린다. 권세에 재산까지 갖고 있다.
목회자들은 이미 명예를 가졌는데 돈을 밝히고 권력자에게 접근해 은근히 배경(빽)을 자랑하고 싶어한다. 고구마 넝쿨같이 한쪽 끝을 잡아당기면 나머지도 주렁주렁 딸려 나오게 된다.
이런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여야가 비슷한 의석 수로 균형을 이루어 상호 견제헤야 하는데, 지나친 다수당이 돼 버리니까 소수당을 공개적으로 무시하고 물 먹여 버린다. 국민은 불편하다. 너무 교만하고 오만방자한 모습에 속이 상한다.
타협(Compromise)은 “No one gets nothing, no one gets everything, everyone gets something”이어야 한다. 그 누구도 다 가지면 안 되고 그 누구도 아무것도 못 가지면 안 되니, 모든 사람이 조금씩 자기 분깃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지상 사역 중 고아, 과부, 나그네, 장애인, 창녀, 세리 등 당시 사회적 약자를 끝까지 챙겨 긍휼과 자비로 함께했다. 그래야 사회가 밭고랑과 이랑이 평평히 골라지듯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정되고 협력되어 공동선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