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칼빈주의 정치사상과 열매들 -아브라함 카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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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칼럼] 개혁주의 전통에서 본 교회의 정치적 책임 (6)

2) 아브라함 카이퍼

네델란드 수상을 역임한 아브라함 카이퍼 (1837-1920)는 칼빈주의 신학과 흐룬의 사상을 계승하면서, 한층 더 뛰어난 신칼빈주의 운동을 전개하여 기독교 행동주의를 실현했다. 카이퍼는 일생동안 다양한 직업에서 은사를 발휘했는데, 혁명주의자들의 자유주의와 대립했고, 경건주의적인 침체를 일깨우는데 혼신의 힘을 쏟았다.

칼빈주의자로서 카이퍼는, 앞에서 흐룬이 지적한 바와 같이, 프랑스 혁명의 우상 앞에 무릎을 꿇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인본주의 사상이 하나님을 대적하기 때문이며, 하나님을 완전히 무시하기 때문이다. 카이퍼는 흐룬 반 프린스터와 같이, 로크와 마르크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카이퍼의 사상에서 정치와 관련된 핵심적인 부분이자, 가장 뛰어난 개념은 영적주권 사상(Sphere Sovereignty)이다. 1880년 10월 20일, 자유대학교 교수 취임식 강연에서 발표된 것인데, 가장 절정에 도달한 부분에서 특히 감동적이었다: “모든 분야를 다스리는 주권을 가진 그리스도가 통치하지 않는 부분이란 단 한 인치도 없다. ‘이것은 오직 나만의 것이다’고 소리를 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카이퍼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주 되심을 인식하라고 강조했다. “우리들의 정신세계의 그 어느 부분들이라도 밀봉을 해서 따로 나머지 부분들로부터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세속의 영역에서도 기독교인의 문화적 행동에 최선을 다할 것을 카이퍼는 주문했다. 과학,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문의 분야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고자 언약백성들이 중심역할을 감당하라는 것이다.

1898년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원 강좌에서, 카이퍼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발표했다. 이 강좌의 주선과 통역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분은 당시 프린스턴 신학대학원 성경신학 교수로 있던 게할더스 보스였다. 이 강연 후에, 프린스턴 대학교에서는 카이퍼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카이퍼의 강의는 “죄가 없었다면, 이 세상에 군주나 국가조직도 필요가 없었을 것이요, 정치적인 생활이라는 것은 총체적으로 가정의 삶에서 시작해서 족장적인 형식으로 발전해 갔을 것이다”고 시작하였다. 근본적으로 국가의 필요성이 주어진 이유는 죄라고 보았다. 죄 때문에 하나님께서 지상에 있는 정권들에게 모든 권세를 부여하신 것이요, 따라서 모든 권세는 하나님 한 분의 주권에서부터 기인한 것이다. 시민 정부의 합당한 역할은 일반은총의 수단으로서, 악에 맞서서 선을 보호하는 일이다. 지상의 권세는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사역을 위해서 마련된 것이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곳이란 없으며, 모든 삶의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청지기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죄의 파멸을 이겨내는 유일한 비결이다.

칼빈주의 사상이 정치의 영역에 대해 기여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로는 국가 생활의 참된 근원에 자리하고 있는 죄의 문제에 대해서 깊은 개념을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전적으로 타락한 인간이기에, 사람을 보호하는 수단으로서 군주들과 함께 국가라는 제도를 하나님의 손으로부터 은혜로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국가의 권세 안에서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은사를 발휘하고, 적극적인 행동주의를 실현하여서 항상 위험에 대처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둘째로, 칼빈주의가 정치영역에 기여한 더 큰 부분은 국가를 이끌어가는 본질적인 요소가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였다는 점이다. 사람들이라고 하는 것은 세상의 본질적인 주체가 아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모든 국가들이 다함께 조화와 균형을 이루기 위한 가장 작은 티끌로서, 그리고 양동이 속에 있는 한 방울의 물처럼 취급되어진다는 것과 하나님은 모든 나라의 이목 앞에서 자신의 영광 가운데서 불꽃처럼 나타난다.” 카이퍼는 역사의 모든 장마다 사람들의 다수가 아니라, 오히려 거의 대부분이 소수가 더 옳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카이퍼는 국가의 영역에서도 반드시 제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당시 유럽 전체주의 국가들의 통치권한이 지나치게 극대화 되는 것에 반대하면서, 네 가지 영역에서 각각의 주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개인과 사회 사이의 상호작용, 2) 개인사업, 협동조직들, 협의체들, 대학들, 3)가정, 4) 교회와 같은 사회기관들. 이들에 대한 판결은 국가의 영역 밖에 있음을 강조하면서, 오직 하나님의 말씀 안에 명백히 표현된 기준에 의해서만 판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성 박사(조직신학,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전 부총장).

▲김재성 박사(조직신학,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전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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