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말씀에 근거해 세속정부의 허상들 파헤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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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칼럼] 개혁주의 전통에서 본 교회의 정치적 책임 (8·끝)

▲김재성 박사(조직신학,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전 부총장).

▲김재성 박사(조직신학,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전 부총장).

5. 한국교회의 실천적 과제들

현대 한국 사회에서 교회의 정치적 책임을 과연 어떻게 실천하고, 성취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날, 종교개혁자들과 개혁주의 전통을 형성해 왔던 분들이 분투노력했던 것과 같이, 지금까지 한국교회에서도 현실 정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남겼다. 단순히 교회를 위한 신학으로만 그치지 않고, 개혁주의 교회는 문화의 전 영역에 확장되는 하나님의 나라를 구현하기 위해서 청지기 사명을 놀라우리만큼 탁월하게 감당하여 왔다. 그러한 유산과 업적들이 지속되기 위해서 부단히 우리의 신학적인 감각을 새롭게 해야만 한다.

첫째로, 교회는 세속정부의 허상들을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여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특히 인간에 대한 신뢰성을 지나치게 극대화 시키는 정치적 공약들과 그 허상들과 속성들을 철저히 비판해야만 한다. 현 정부는 “사람이 먼저다”는 국가적 표어를 내세우고 있으나, 사람의 본질적 요소에 잠재하고 있는 허망하고 가식적인 성격을 분명히 직시하여야 한다. 모든 인간은 자기 사랑과 자아집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칼빈은 우리의 자아가 “자기 사랑으로 눈이 멀고, 취해버렸다”고 지적했다. 기독교는 인간 본성의 내적인 선을 낙관적으로 강조하는 인본주의 정치학을 근원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성경은 결코 낙관적인 인간론을 인정한 적이 없다. “만물보다 심히 부패한 것이 인간의 마음이라 누가 능히 이를 알리요마는 나 여호와는 심장을 살피며 폐부를 시험하고 각각 그 행위와 그 행실대로 보응한다” (렘 17:9-10).

마르크스는 인류평등주의 실현을 주장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모든 개인들이 타인을 향해서 배려하고 보호하며, 개인적인 재산에 대해서 책임성을 가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1917년부터 1989년까지 비인간적인 공산주의를 강요해온 소련 사회가 결코 승리하지 못한 것도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교회는 인간 본성의 어두움에 대해서 직시하기 때문에, 정치선동가들이 말하는 허황된 낙관주의를 따라갈 수 없다.

둘째로, 교회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행되는 탈선과 부패를 똑바로 직시하고, 그 안에 하나님의 나라가 실현되도록 참여해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제도 안에서도 얼마든지 불의와 불법이 자행되고 있음을 경고하고, 고발해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마 6:33) 항상 먼저 강조하여서, 오직 세상에서의 물질적 풍요와 문명 발전에 빠져있는 국가의 계획과 방침들을 고쳐주도록 해야만 한다.

개혁주의 전통에 선 칼빈주의 교회가 현대 민주주의 국가를 향해서 가장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바른 안목을 열어주는 것이다. 교회는 그 어떤 정부에 대해서든지 유토피안적인 이상을 선전하는 자들의 헛된 우상숭배를 비판하고 그 허상을 완전히 밝혀주는 일에 힘써야 한다. 정당이나 정부를 과신하는 자들에 의한 통치는 민주적인 사회라고 하더라도 혼란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크다. 민주주의 자체만으로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단정 할 수 없다. 성경은 사람의 자유가 궁극적 가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자유는 반드시 제한을 받아야만 한다. 모든 인간은 이미 죄의 종이 되어서 사망에 이르고 말았다 (롬 6:16-20). 진정으로 자유하신 분은 하나님 한 분 뿐이다.

교회는 다수결제도로 정당성을 주장하는 민주주의라 하더라도, 그 정치적 결론이라는 것이 반드시 진리가 되는 것도 아니며, 하나님의 음성도 아니라는 점을 깨우쳐야 한다. 인간의 주권 위에 하나님의 주권이 있음을 인정할 때에, 대의 민주주의라는 세속장치가 윤리와 정의의 기초를 세울 수 있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흐룬 반 프린스터가 민주주의 정치제도라고 하더라도 정치적 만병통치가 될 수 없음을 지적하였다. 일찍이 리챠드 백스터는 하나님의 주권과 순수한 민주주의가 상호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감지하였다.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높이 세우는 신학적인 차원이 없으면, 현실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궁극적인 근거를 바르게 제시할 수 없다. 역사가 보여주듯이, 가치체계가 분명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권력을 사유화하면서 가면을 쓴 전체주의가 되고 만다.

셋째로, 교회는 세상에 세워져 있는 국가의 앞날에 대해서 정확하게 종말론적인 희망과 심판의 복음을 제시해야 한다. 교회가 품고 있는 종말론적 교훈들을 소개하고 강조하면서, 이 땅 위에서 이뤄져 나가는 하나님의 나라를 깨우쳐 주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관심은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 위에서 “의와 진리와 평강”(롬 14:13)으로 임하는 것이었다. 죄악에 물든 통치자들의 시대는 결코 영원하지 못하며, 더구나 정부조직을 지도해 나가는 정권의 이념이나 정당의 강령들도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교회가 기대하는 종말론을 잘못 이해하고, 변질시킨 사상들이 성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진화론자들은 자동적으로 인간의 진보가 진행되어서 마침내 유토피아를 향해서 나갈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든다. 교회는 현실 역사를 부정하고 회피하는 종말론주의에 빠져서는 안된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이나 히틀러 나치즘처럼, 어떤 이들이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면 사회 구성원들이 나눔과 평등을 공유하게 된다는 허망한 공약들에 속아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

교회는, 특히 교회를 대표하는 연합단체는, 국가와 인류의 미래에 대하여 성경의 종말론적 교훈을 끊임없이 제공하여야 한다. 국가에서 발표되는 정책들과 정치적인 사항들에 대해서 선지자적인 안목에서 성경적으로 평가하고, 종말론적인 관점에서 지적해야 한다. 선지자들은 국왕의 정책과 불신앙에 대해서 주저함 없이 비판했고, 현실 정치에 대해 지적했다. 솔로몬은 정치에는 실패했지만, 그가 남긴 금언은 돈으로는 살 수 없이 귀중한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한 것이었다. 정말로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그의 일생에 전개되었다. 다윗 왕국의 역사는 인간이 경영하는 국가의 허점을 그대로 노출하였고,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지혜를 깨닫게 해 주었다. 즉, 인간은 과거의 실수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받지 않는다. 교회는 국가와 정부 안에서 분명히 반복되는 인간역사의 오류를 지적하고, 가르쳐야만 한다.

넷째, 교회는 국가 안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오직 성령의 충만하심으로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완전케 하는 은혜를 받으며, 섭리 가운데서 보전된다. 성령은 세상의 모든 사건들과 사람들 가운데서도 역사하셔서 양심을 밝혀서 인류의 죄악을 저지하신다. 창조의 세계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은 성자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성경 안에서 말씀하심으로서 성령의 은사로 조명을 받도록 하신다. 모든 인류를 향하신 하나님의 일반적인 은혜도 역시 성령을 통해서 주어진다. 성령께서는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이 창조하신 선한 피조물 가운데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능력을 불어넣어 주신다. 성령의 권능으로 인해서, 모든 사람들은 세상의 문화와 국가 사회를 위해서 놀라운 일들을 감당할 수 있다 (행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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