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 남성-여성 새로운 관계 정립할 중요한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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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주의 비판] 한국 신학계는 패륜적 성혁명을 막아낼 준비가 되었는가? (8·끝)

페미니즘 추종 여성들 큰 틀 속 이해하며 진리로 설득을
신학계와 목회현장에서 여성 존엄성 건강하게 뿌리내려
한국 기독교가 젠더 페미니즘 당당하게 비판할 수 있길
남녀 파트너십, 교회 통일성 기본 틀이자 바람직한 관계
주체성 상실하지 않고 서로 다름 존중하며 유기적 통일
동일한 구원과 은사 받고 하나님 나라 향해 가는 동역자

▲페미니즘이 목표로 설정한 남녀평등이란 무엇인가? ⓒ픽사베이

▲페미니즘이 목표로 설정한 남녀평등이란 무엇인가? ⓒ픽사베이

4.5 젠더 페미니즘 주도로 세상을 전복시키는 혁명과 크리스천 여성의 중차대한 사명

인류 역사상 전통적 가정 공동체에 가장 적대적인 젠더주의는 본래 페미니즘에서 파생함으로써, 정확히 말해 이것은 급진적 페미니즘(radical feminism)의 변질된 시대사조이다.

페미니즘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상적으로 변천해왔는데, 이는 크게 제1세대 초기 페미니즘(1789-1914), 제2세대 급진적 페미니즘(1914-1990), 제3세대 젠더주의(1990-)로 구분된다.

19세기 중엽 여권 신장 및 남녀평등 운동으로 태동한 초기 건전한 페미니즘은 68혁명을 결정적 분기점으로 급진적으로 선회했다가, 21세기 들어 인류문명을 위협하는 시대사조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처럼 젠더주의와 급진적 페미니즘과 같은 뿌리에서 연원하므로, 필자는 젠더 페미니즘(gender-feminism) 이라는 시대사조를 주창하였다.

우리는 두 시대사조의 사상적 결합인 젠더 페미니즘을 반드시 논의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양자를 함께 조망하고 분석해야 성정체성이 해체되는 이 시대의 문명사적 위기를 근원적으로 파헤치고 실효성 있는 대처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페미니즘은 젠더주의로 변질되었는가?’, ‘젠더주의를 강행한 중추세력, 결혼 및 가족구조를 해체시키는 성혁명 세력은 누구인가?’, ‘어떤 연유로 이 세력은 생물학적 성인 섹스(sex) 대신 사회·문화·심리적 성인 젠더(gender)를 성정체성의 주류 용어로 보편화시켰는가?’

이 거대한 움직임의 주체는 바로 맑시즘에 사상적·정신적 기반을 둔 젠더 페미니스트 여성들이었던 것이다.

이들을 대내외적으로 선동했던 가장 유력한 동인은, 남녀차별이 도무지 극복되지 않으니 아예 생물학적 성별을 해체시키는 젠더주의로 나아갔을 뿐 아니라, 여성차별의 강고한 질서인 결혼 및 가정을 파괴시키려고 그야말로 격변과 파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들은 성차(性差)가 생물학적 결정이 아닌 사회적 관행의 결과임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의 성별을 의미하는 섹스 대신 젠더를 그토록 종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문제는 종전까지는 맑시즘이 노동자를 선동하여 ‘노동자 vs 자본가’ 대립구도로 계급투쟁을 부르짖었다면, 이제는 여성을 충동하여 ‘여성 vs 남성’의 극심한 대립각도로 몰아가면서 여성을 이용하는 현실이다.

(젠더주의는 성소수자, 특히 동성애자를 부추겨 그들이 서구 세계에서 차별받았던 역사를 리마인드시킴으로써, 이성애자에 대한 투쟁을 감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맑시즘의 투쟁노선이 과거 노동의 영역에서, 오늘날 성의 영역으로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논했듯, 우리는 여성들이 역사의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여성차별의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 기독교 2천년 역사 속에서도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심각하게 훼손당했다.

유력한 교부나 신학자들은 여성이 열등한 존재로 창조되었다고 주장하거나, 인류를 타락시킨 죄인으로 정죄하거나, 생리적 이유로 여성을 불결하다고 혐오하기도 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독교 복음주의 운동의 거장 존 스토트(J. Stott)는 여성 억압이 너무나 장구한 세월 만연되어 왔기 때문에 남성 지배적 사회가 보상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페미니즘 문제는 여성들이 성별 때문에 제도적·사회적 불의로 고통을 받는다는 확신에서 나온 ‘성별에 근거한 불의를 철폐하는 운동’에서 비롯되었으므로, 모든 그리스도인이 여성들의 정의에 대한 외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즉 페미니즘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있어 ‘정의’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나님은 우리가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시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교회에 긴급한 과제를 던진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크리스천 여성들의 책임적 역할과 사명이 문제 해결의 중요한 관건이라는 사실을 직감한다.

인류 역사상 매우 이례적으로 ‘여성 주도의’ 패륜적 성혁명이 이 세대와 이 세상을 전복시키려는 위기의 시대에, 인류의 미래를 거시적으로 내다보는 혜안(慧眼)과 인류의 안녕(安寧)을 최우선적 가치로 생각하는 사려깊은 책임감, 건강한 가정공동체를 구축하려는 깨어있는 여성들의 헌신적 사역이 그 어느 때보다 이 시대에 절실히 요청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크리스천 여성들의 사명을 견고하게 다지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있는데, 이는 다름 아닌 성경으로 돌아가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바로잡고 올바른 여성관을 새롭게 정립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남성 중심적인 위계질서가 공고하게 구축됨에 있어 성경을 왜곡되게 번역하고 편협하게 해석한 기독교 신학자들의 부정적 영향을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우 의아한 것은,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의 죄를 모두 사하시고 구원을 이루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을 원죄(原罪)의 근원으로 보는 관점이 유효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는 진정 남성과 여성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기를 원하시는가? 성서에 입각하여 남녀의 바람직한 관계를 위한 지향점은 무엇인가?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복음을 분별할 수 있는 기준, 특히 남녀의 바람직한 관계 정립을 위한 올바른 성서해석의 틀은 바로 ‘하나님 나라(마 4:17; 막 1:15)’이다.

예수님의 모든 말씀과 사역의 핵심인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는 세계,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이 실현되는 세계인데, 이것이 모든 것을 해석하는 기준, 올바른 남녀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나님 나라’ 안에서 남녀는 성별에 따라 명백히 구별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의 영 안에서 ‘하나’이다(갈 3:28).

이런 연유에서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성의 가치와 존엄성을 훼손할 권리를 갖지 않으며, 어떤 성도 다른 성에 의해 그의 가치와 존엄성을 침해당할 수 없다.

남녀는 서로를 차별하거나 멸시할 수 없고, 억압하거나 착취할 수 없다. 이를 침해하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창 1:27)’을 남성과 여성에게 부여하신 하나님에 대한 모독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곽혜원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크투 DB

▲곽혜원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크투 DB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한국 기독교 안에서 여성의 존엄성이 훼손당하는 현실을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

기독교 복음 전래 덕분에 여성의 인권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여성의 권리와 위상이 크게 진일보한 일반 사회와 대비되면서, 양성평등 사안은 한국 기독교에 대한 뼈아픈 질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젠더 페미니즘 세력이 한국 기독교 안에서 여성은 예나 지금이나 양성평등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신랄하게 비난하면서 교회 여성을 충동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신도는 남신도보다 수적으로 월등히 많음에도 교회의 중심적 리더십에서 배제된 가운데 주로 교회의 부수적인 일을 맡고 있다.

소수 교단에서만이 여성의 목사 안수와 장로 임직이 허용되지만, 남성 중심적 위계구조 속에서 여성 사역자는 여전히 남성 사역자를 보조하는 역할로 제한된다.

안타까운 일은 남신도가 여신도를 하대하는 것도 유감스럽지만, 여신도 스스로 자신을 비하하는 현실이다.

현재 한국 기독교 안에서 지적으로 우수한 여성도들이 남녀차별의 장벽 때문에 하나님께 받은 사명을 감당할 수 없어 절망하거나, 심지어 교회를 떠나는 불상사도 일어나고 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적극적으로 순종하겠다는 교회 여성들의 헌신이 너무나 아깝게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문제는, 남성 목회자들에 의해 일어나는 성범죄가 한국 기독교 차원에서 근본적 성찰과 쇄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일이다.

목회자들의 성폭력은 대부분의 경우 은폐·축소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징계 규정조차 마련되지 않은 현실인데, 이것이 얼마나 한국 기독교의 전도 및 선교사역을 후퇴시키고 얼마나 많은 영혼을 실족시키는지 모른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 기독교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함으로써 점점 더 거세게 교회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젠더 페미니즘에 응답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한국 기독교가 이에 대한 올바른 해결 방안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남녀차별 장벽에 상심한 교회 여성들 중에 변종 페미니스트들이 양산되는 현 사태를 결코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크리스천 여성들의 사명을 일깨울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상당수 교회 여성들이 젠더 페미니즘에 영합하여 남성 중심적 위계질서와 여성 차별적인 교회 문화를 강하게 성토하고 있는데, 이 추세는 나날이 심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최근에 한 여성신학자는 “교회에서 주입하는 것이 기독교적 가치관이 아닌 남성 중심적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폭로하면서, “목사님의 성차별적 설교도 기독교 가치관이 아닌 자기 가치관에 따라 말하는구나”라고 생각하라고 냉소적으로 말하고 있다.

페미니즘 논의를 마무리하면서 필자의 개인적 입장을 토로하고자 한다. 필자가 페미니즘을 추종하는 여성들을 대하는 기본적 태도는 큰 틀에서 설득하려는 입장이다.

이들을 불필요하게 공격하면 영영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이 일단 여성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나님 진리를 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연민의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물론 맑시즘에 기반하여 계급투쟁의 일환으로 급진적 페미니즘을 전개하면서 가족제도를 붕괴시키는 불순한 세력에 대해선 강도 높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필자가 포용하려는 여성들은 여성차별 때문에 좌절감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이다.

기독교 신학자로서 필자가 주장하는 바는, 신학계와 목회현장에 여성의 존엄성이 뿌리내려야 한국 기독교가 젠더 페미니즘을 향해 당당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21세기 한국 기독교는 남녀가 공존·상생하면서 서로를 존귀하게 여기는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질서로 패러다임을 개혁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예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한국 기독교가 여성들의 존엄성을 존중한다면, 초대교회에서 그러했듯 여성들은 다시금 생명을 다해 하나님 사역에 헌신할 것이다. 그러면 일명 ‘악(惡)의 연합’을 이룬 안티기독교 세력이 교회의 몰락과 그리스도인의 배교를 획책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흥왕하고 교회가 든든히 서게 될 것이다.

이제 한국 기독교는 남성과 여성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할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필자는 남녀 파트너십의 관점이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의 통일성을 이루는 기본 틀일 뿐 아니라, 바람직한 남녀관계를 위한 올바른 접근이라고 확신한다.

남녀는 모두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영적 존재로서 서로 함께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서로 협력하여 창조세계를 돌보고 섬기는 청지기적 사명을 감당하며, 자신의 주체성을 상실하지 않고 상호 간에 인격적 관계를 맺으며,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 유기적 통일성을 이루는 동반자이자 서로 나란히 코이노니아(koinonia)를 나누면서 살아가는 파트너이다.

특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마지막 시대에 “내 영을 내 남종과 여종에게 부어 주겠으니 그들도 예언을 할 것이요(행 2:18; cf. 욜 2:29)”라고 말씀하듯, 하나님께서는 남녀 모두에게 동일한 계명을 주셨고, 예수님의 구원과 성령의 은사를 주셨으며, ‘하나님 나라’의 상속을 위해 부르셨다.

그러므로 남성과 여성은 주 안에서 서로의 존재로 인해 지음을 받고 결국 모두 하나님에게서 생겨남으로써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구축해가는 동역자인 것이다.

“주 안에는 남자 없이 여자만 있지 않고 여자 없이 남자만 있지 아니하니라. 이는 여자가 남자에게서 난 것 같이 남자도 여자로 말미암아 났음이라. 그리고 모든 것은 하나님에게서 났느니라(고전 11:12)”. <끝>

곽혜원 박사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한세대와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며, 독일 튀빙엔(Tübingen) 대학에서 조직신학 박사학위(Dr. theol.)를 받았다. 현재 21세기 교회와 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연구공동체 <21세기교회와신학포럼>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Das Todesverständnis der koreanischen Kultur(한국문화의 죽음이해), 『현대세계의 위기와 하나님의 나라』, 『삼위일체론 전통과 실천적 삶』(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자살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존엄한 삶, 존엄한 죽음』(한국출판문화진흥원 우수저작), 『제2종교개혁이 필요한 한국교회』(공저), 『관계 속에 계신 삼위일체 하나님』(공저), 『죽음 목회』(공저), 『과학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가』(공저), 『우리는 죽음을 왜 두려워하는가』(공저)가 있다.

역서로는 위르겐 몰트만(J. Moltmann)의 『절망의 끝에 숨어있는 새로운 시작』, 『세계 속에 있는 하나님』, 『하나님의 이름은 정의이다』, 『희망의 윤리』를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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