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칼럼] 짐승들의 세계에는 면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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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의사평론가, 의사).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의사평론가, 의사).

무면허 의료나 운전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간다. 면허는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사회제도로 특정한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국민을 대신하여 행정 기관이 허가하는 일이다. 일종의 사회계약이다. 면허가 없는 자가 허가되지 않은 행위를 할 때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자유가 파괴된다. 면허가 있어도 허용되지 않은 행위나 비윤리적인 행위를 할 때에는 면허를 정지시키거나 박탈한다. 면허는 인간사회와 생명을 지켜주는 안전장치다. 면허 제도를 파괴하거나 잘못 사용하는 행위는 반인륜적 행위로 이어지기에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면허는 인간사회에서만 존재하는 문화다. 짐승들의 세계에는 면허가 없다. 양육강식의 짐승의 세계에는 윤리기준이 없다. 오로지 힘이 센 놈이 정의이고 질서다. 짐승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욕망을 욕망하는 삶을 산다. 그와 달리 인간 세상은 힘이 센 자가 하는 일들을 정의나 질서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윤리적 기준을 벗어난 욕망을 욕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인격에서 벗어난 행위이기 때문이다. 폭력으로 규정하고 도덕적 판단을 받거나, 법적인 제재를 받게 된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권리와 삶을 지켜줄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국회의원 당선증은 국민이 준 입법 면허와 같은 것이다. 국민의 명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자들은 국민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가도록 좋은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감시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보호하는 가장 근간이 되는 기준이 헌법이다. 헌법에는 수 천 년 간 지켜온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질서를 담고 있다. 모든 법은 헌법에 기초하여 만들어져야 한다. 인간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가정도 헌법에 기초한 혼인 제도를 법으로 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한 남자와 여자가 가정을 이루고 살아갈 권리를 보장해 주는 사회질서다. 인격체인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룰 때 혼인신고를 한다. 짐승들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다. 인간과 짐승이 같은 생명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이 짐승과 달리 존중받는 것은 인격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의원이 발의한 건강가정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의 권리와 재산을 지켜주는 법을 만들어야 할 자들이 힘으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위험한 이념을 주입하고 가정해체를 부추키는 법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가정을 건강하게 세우고 돕는 내용이 없다. 오히려 기본적인 울타리가 되어 온 가정을 위협하는 건강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가정의 개념을 뒤흔들고 욕망을 욕망하는 일탈된 행위를 고착시키는 위험한 내용이 곳곳에 숨어있다. 이런 법을 악법이라고 한다. 악법은 만들 필요가 없다.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잘못된 법을 만들어 법치를 파괴하고 사회질서를 망가트리는 면허를 받은 줄로 착각하면 안 된다.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부정하는 법을 창조할 권한을 받은 것이 아니다. 입법행위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인격과 인격체로서 누려야 할 권리와 질서를 보호하는데 있다. 가정과 질서를 위협하는 법 개정은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약육강식의 잔인한 폭력과 피해만 남길 뿐이다.

지난 수십 년 사이에 일부 서구국가들이 젠더이데올로기를 담은 법으로 만들어냈다. 욕망을 욕망하기 위해 다양한 가정이라는 위험천만한 개념을 도입했다. 그 결과 가정이 해체되고 혼인제도가 무너졌다. 혼인과 가족제도를 훼손하면 피해는 자신들과 어린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인간이 지켜온 존엄성과 가정의 가치를 짐승의 수준으로 떨어뜨리면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깨어지고 무너지는 가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정의 가치를 고양하고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 가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물에 떠내려가는 죽은 물고기처럼 위험한 시류에 편승하면 안 된다. 동물의 세계에는 면허가 없다. 동물의 세계에는 혼인신고가 없다. 인간을 동물의 수준으로 추락시키려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에 반대한다.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의사평론가,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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