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똑똑히 보고 있다!
강이 이리저리 흘러가지만, 크게 보면 결국 산에서 출발해 바다로 흘러간다.
모든 학교에는 평가 즉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고 형성평가와 총괄평가가 있다. 출제와 채점도 힘든 일이지만, 시험(평가)에 임하는 수험생도 고달픈 일이다. 그러나 필요하니까 있는 것이다.
평가에 옥석을 가리지 않고 다 잘했다고 하는 교수는 없을 것이다. 평가 근거를 제시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이다.
민주 국가에서의 각종 선거가 곧 평가 시간이다. 국민(시민)이 공직자와 소속정당을 평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선거 한 번 잘못하면 4-5년을 죽게 고생해야 한다.
투표용지를 들고 있을 때까진 내가 주인이지만, 일단 투표함에 넣고 나면 당선인의 노예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경에도 심판이 있었다. 죄가 극심하여 노아 때는 홍수심판(물심판), 소돔 고모라 성은 불심판으로 대청소를 했다.
모든 인간은 반드시 죽게 돼 있고(生者必滅, 會者定離), 한 번 죽은 뒤에는 반드시 심판을 받게 돼있다(히 9:27). 생명책에 기록된 자는 영생으로 가고, 행적기록부에 기록된 자는 살아온 것에 따라 판별을 받아 지옥으로 내동댕이쳐질 수 있다. 그러니까 지옥 가기 싫으면 함부로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해선 안 되는 것이다.
정당과 공직자들은 국민으로부터 일정 기간 권력을 위임받는 것이다. 여기엔 책임이 따른다. 위임해준 국민에게 최선을 다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도모하라는 책임이 전제돼 있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하거나 국민을 불편하고 고생스럽게 만들면, 빨리 교체해야 하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운전자가 자꾸 졸면서 난폭운전을 하면, 빨리 내리든지 운전자를 바꿔야 한다.
독일 본회퍼 목사도 히틀러 독재 앞에 서서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고 외쳤다. 지금 우리들의 심정도 그와 비슷하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지키라고 맡길 순 없다.
한문 속담에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흐리다(上濁下不淨)”는 말이 있다. “물 근원이 맑아야 강물도 깨끗하게 흐르고, 본체가 똑바로 서야 그림자도 반듯해진다(源潔則流淸, 形端則影直)”는 말이 그냥 생겼겠는가?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개발 예정지에다 땅을 사놓고 지적하니까 “우리만 투자하지 말라는 말이냐?”고 항변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여당과 야당이 한판 씨름을 하고 있을 때, 여당은 야당만 보고 야당은 여당만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둘이 하는 말과 행동을 언론이 보고 있고 국민들이 바라보는 것은 모르는 것 같다. 마지막 평가는 관객(국민)이 한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몰래카메라가 아니라 공개카메라가 찍고 있는데도 말이다.
현대 사회는 공짜도 없고 비밀도 없다. 이제 시험(심판)의 결과만 남았다. 뿌린 대로 거두게 될 것이다.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 나고 안 심은데 안 나는 것이다. 아니 곡식을 심어야 할 때 잡초나 가라지를 심은 자는 가라지를 거두게 되고, 그것은 곳간 대신 쓰레기장에서 불태워질 것이다.
악을 행하고서야 안전할 수 없다(사 56:7). 안전할 거라고 방심하고 있을 때 도적 같이 심판이 이루어질 것이다(살전 5:1-5). 칼라일은 이런 현상을 얼음판 위에 집 짓는 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집을 다 지어놓고 멋지게 살려고 할 때 밑의 얼음판이 녹아버리니, 풍덩 하고 더 이상 모이지 않게 돼 버리는 장면으로 비유했다.
국민은 물과 같고, 공직자는 배와 같다. 물이 배를 띄운다. 그러나 그 물이 배를 침몰시킬 수도 있다. 물을 무시하고 불법을 저지르거나 교만하고 오만하고 방자하게 처신한 사람이나 정당은 국민의 맛을 겪어봐야 한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배워야 한다. 초달(매, 꾸중)을 아끼면 자식을 버린다. 사랑의 매를 맞아야 한다.
“현명한 훈계는 지혜를 주지만 버릇없이 자란 자식은 부모를 난처하게 만든다. 타락한 자들이 권력을 잡으면 범죄가 활개를 치지만 결국에는 의인이 그들의 몰락을 지켜보게 된다. 하나님이 행하시는 일을 보지 못하는 백성은 서로 뒤엉켜 고꾸라지고 말지만 하나님의 계시에 주목하는 백성은 큰복을 받는다. 일꾼들이 규칙(법)을 지키게 하려면 말만으로 안 된다. 그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기 때문이다(잠 29:15-17).”
“훌륭한 지도력은 하나님이 조절하는 수로와 같아 그분의 뜻에 따라 물길을 돌리신다. 우리는 겉만 살펴서 자기를 정당화하지만 하나님은 그 내면과 동기를 살피신다. 하나님은 깨끗하게 살고, 이웃에게 정의롭게 행하는 것을 종교의식보다 더 중시하신다. 오만과 교만은 악인의 두드러진 특징이며 명백한 죄악이다. 거짓과 속임수로 정상에 오른자는 부질없이 높은자리 하나 얻고는 곧 죽음으로 내몰린다. 악인은 가진 것으로 남을 도울줄 모르니 약탈한 재산에 깔려 생매장을 당한다(잠 21:1-7).”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