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4월의 송가(頌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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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 한 학교 앞에 붙어있는 선거 후보자들 소개 벽보를 바라보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 한 학교 앞에 붙어있는 선거 후보자들 소개 벽보를 바라보고 있다. ⓒ이대웅 기자

2021년의 1/4분기를 마치고 2/4분기를 시작하는 4월은 공부하는 학생도 농사짓는 농부도 매우 바쁜 달이다.

향토예비군의 날(4.2), 4.3 희생자 추모일(4.3), 부활절(4.4), 식목일과 한식(4.5), 보건의 날(4.7),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기념일(4.11), 4.19 혁명 기념일(4.19), 곡우·장애인의 날(4.20), 과학의 날(4.21), 정보통신의 날(4.22), 법의 날(4.25),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생일(4.28)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별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의 날(4.7)이 중요한 날이다. 주권재민(主權在民) 정신에 따라 유권자 시민이 주인임을 확인하는 귀중한 날이다.

“투표용지를 손에 들고 있는 동안은 내가 주인이지만, 일단 투표함에 넣고 나면 나는 당선자의 노예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사후에 손가락을 찍어내고 싶다는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선거에 참여하고 투표를 올바르게 해야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했으니 정말 주인 노릇 한번 잘 해보자. 학창시절엔 4월마다 T. S. Eliot의 <황무지>를 거론했었다.

①“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은 자라나고/ 추억과 욕정이 뒤섞이고/ 잠든 뿌리가 봄비로 깨우쳐지고/ 겨울이 차라리 따스했거니/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고/메마른 구근으로 작은 목숨을 이어줬거니…”(T. S. Eliot/ 황무지 중에서).

②“꽃이 피어 한잎 한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이호우/ 개화).

③“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 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④“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둔다/ 빛나는 꿈의 계절과/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과/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준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박목월/ 4월의 詩).

⑤“언제 우레소리 그쳤던가/ 문득 내다보면/ 4월이 거기있어라/ 우르르/ 우르르/ 빈가슴 울리던 격정은 가고/ 언제 먹구름 개었던가?/ 문득 내다 보면/ 푸르게 빛나는 강물/ 4월은 거기있어라/ 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열병의 뜨거운 입술이/ 꽃잎으로 벙그는 4월/ 눈뜨면 문득/ 너는 한송이 목련인 것을/ 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 우르르 우르르 빈가슴 울리던 격정은 지고/ 돌아보면 문득/ 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오세영/ 4월).

⑥“4월… 복사꽃 피고/ 살구꽃 피는곳/ 너와 함께 뛰놀며 자라난/ 푸른 보리밭에 남풍은 불고/ 젖빛 구름/ 보오얀 구름속에 종달새는 운다/ 기름진 냉이꽃, 향기로운 언덕/ 여기 푸른 밭에 누워서 철이야/ 너는 늴늴늴 가락 맞춰 풀피리나 불고/ 나는/ 나는/ 두둥실, 두둥실 붕새 춤추며/ 먹쇠와 돌이와 복술이랑 함께/ 우리 우리 옛날을/ 옛날을 뒹굴어 보자”(박두진/ 어서 너는 오너라).

지금은 덤덤하게, 아니 진하게 시 귀절을 읊조려 보지만, 옛날 그러니까 50-60년 전에는 이 시절이 배고프고 답답하고 피곤한 시절이었다. 오히려 진성 씨의 <보릿고개> 노랫말이 더 공감되는 상황이었다.

배 꺼진다고 어린아이들을 뛰놀지도 못하게 했다. 절량 농가가 많아 하루에 두 끼니만 먹고 긴긴 하루를 논밭에서 일해야 살 수 있었던 초근목피(草根木皮)의 고달픈 4월이었다.

들판에 무진장 자라나는 각종 풀나물을 뜯어다 끓여 먹으며 모진 생명 살아온 그 어머니들을 다시 한 번 추억해 본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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