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0일 코로나19(COVID-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16개월간 11만 명(2021년 4월 8일 현재 107,598명)의 확진자와 1,75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동안 코로나19에 대한 사망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것은 국민의 인내와 협조, 뛰어난 의료수준, 중증환자 치료 병상을 확보한 결과였다. 반면 정부의 연이은 실책은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초기 외부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전문가의 권고를 무시했다. 외부유입을 막지 못한 결과 짧고 강력한 방역을 시행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근시안으로 인해 자중하고 조심해야 할 시기에 공휴일을 지정하고 문화상품권과 여행상품권을 남발하는 해괴한 방역 조치를 시행했다.
결정적으로 백신 물량 확보에 실패했다. 백신 접종 대상선정도 의학적 접근이 아닌 주먹구구식 정치적 판단으로 불신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판단과 공식적인 발표는 신중했어야 했다. 또한 이상 반응으로 인한 보상 약속을 즉시 이행했어야 했다.
2021년 2월 24일 백신 접종을 앞두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한 피해 보상제도를 발표했다. 정부는 접종자 혹은 보호자가 피해 보상을 신청하면 질병청이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예방접종과 인과관계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여 120일 이내에 사망보상금으로 약 4억 3700만 원을 지급하고, 경증 장애 시에는 사망보상금의 55%, 중증은 사망보상금의 100%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2021년 4월 8일 현재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상 반응은 사망 40명,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 111명, 중증 의심 사례 21명이다. 그런데 정부는 사망자가 백신 이상 반응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발표를 계속하고 있다.
접종 대상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혹시라도 백신으로 인한 이상 반응으로 죽거나 부작용 피해를 보더라도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국민의 불안감에 불을 붙였다.
초기에 백신으로 인한 사망원인이 불분명하더라도 백신 접종 후 발생했기에 사망자 전원에게 4억 3천만 원을 전액 지급하고,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했어야 했다. 다른 이상 반응에도 보상을 신속하게 진행하여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었어야 했다. 정치적 결정은 문화 상품권을 주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현재 코로나 19의코로나19의 대응은 국무총리가 대책 본부장으로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하고 있다. 대책본부 내에 행정안전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있지만, 실제적인 상황 판단과 대응은 중앙방역대책본부를 맡고 있는 정은경 질병청장이 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 청장은 다소 미흡하고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으나 전문의료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오고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못한 방역 대책과 국무총리의 비상식적인 발표문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국민의 안전대책본부장이 아닌 민주당의 안전대책본부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가 의학적 판단과 윤리적 판단을 흐리게 하면 안 된다. 이제는 코로나19 대응을 전문가의 손에 맡겨야 한다. 백신도 없는 상황에 허황된 집단면역 달성이니 1차 접종만 하느니 하는 무식하고 위험천만한 정치적 발언은 거두어들이기 바란다.
정치인들은 운전대를 의학전문 관료들의 손에 맡기고, 전문가들이 소신 있게 대처하도록 후방에서 돕는 역할을 할 때다. 엉뚱한 정치적 욕심을 포기하고 정부의 모든 조직과 역량을 동원하여 백신 물량 확보에 전념해야 한다.
국민에게 무관용이라는 겁박을 할 것이 아니라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유행처럼 무관용이라는 언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기 바란다. 이런 말은 코로나로 인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무엇이 잘못한 것이고 무엇이 정확한 정보인지 국민에게 알려주어야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제는 정치적 이득만 따지는 타락한 정치인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
의료전문가에게 코로나19 대응의 운전대를 맡겨야 한다. 이미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의학적 판단이 서 있을 것이다. 의학적 판단과 윤리적 판단을 소신 있게 진행하도록 운전대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의사평론가,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