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거리 있는 사람에게도 복음 설명할 수 있는 신학자’ 한스 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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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성 칼럼] 교회론 신학자 한스 큉 별세

교회 향해 비판 목소리 낸 반항아만은 아니다
쇄신 일으키고 자신이 개혁안 실천하고자 해
교회 일치 첫발 내디디고 종교 간 협업 증진도

▲한스 큉 박사. ⓒ유튜브

▲한스 큉 박사. ⓒ유튜브

스위스 로마가톨릭교회 신학자 한스 큉 박사(Hans Kung, 1928-2021)가 4월 6일 독일 튀빙겐 자택에서 향년 93세로 별세했다.

큉은 활발한 저술활동을 해 온 로마가톨릭교회의 비평적 신학자이다. 독일 튀빙겐대학교에서 가톨릭 기초신학을 가르쳤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큉은 활발한 창의적인 지식인답게 교회의 필요를 채우는 저작물들을 내놓았다.

큉은 ‘리포르만다’를 외쳐 온 로마가톨릭교회의 독신 사제이다. 교회가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교황 무오성을 비판하는 책을 펴내고, 사제독신 제도를 비판하고, 가톨릭 교회관에 정면 도전하는 등 로마의 교도권과 마찰을 빚다 1979년 12월 15일 가톨릭 신학 교수직을 박탈당했다.

큉의 사제직은 유효한 상태에서 튀빙겐대학교가 그를 에큐메니칼연구소 책임자로 임명하여 교수직을 유지하게 했다. 튀빙겐대학교는 독일 국가 소속 교육기관이다. 큉은 1996년부터는 명예 교수로 활동해 왔다.

큉은 스위스 루체른에서 태어나 로마 교황청 직영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1954년 가톨릭 사제로 서품을 받았다. 파리대학교(소르본)와 파리가톨릭대학교에서 수학하고 1957년에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칭의론이었다. ‘의화론: 칼 바르트의 교리와 가톨릭적 성찰(La justification: La doctrine de Karl Barth et une reflexion catholique)’. 1959년까지 출생지 스위스 루체른에서 사목 활동을 하다가, 1960년에 독일 튀빙겐대학교 신학 교수로 부름을 받았다. 32세에 전임 교수로 임용되었다.

한스 큉은 2017년 3월 교황청을 향해 1521년 가톨릭교회가 파문한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의 사제직을 복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종교개혁기에 교황청이 프로테스탄트들에게 내린 모든 파면 결정을 취소하고 또 모든 개신교와 영국교회 성직자 직제와 상호 성만찬 참여를 인정하자는 개혁안을 제언했다.

큉은 2003년 5월 방한해 성공회대학교 강연에서 “종교간 평화와 대화 없이는 국가(민족)간 종교간 평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구적 윤리 기준 없이는 종교 간의 대화가 있을 수 없다”, “지구적 윤리기준에 근거한 국제간의 새로운 패러다임·세계윤리 없이는 평화와 정의 가운데 우리 지구의 존속이 없다”고 했다. ‘지구 윤리 없이 인류 생존 없다’, ‘종교 평화 없이 세계 평화 없다’, ‘종교 대화 없이 종교 평화 없다’ 등을 주장했다.

큉은 종교다원주의적 입장을 지닌 로마가톨릭 신학자이지만 그의 저서들 가운데 교회론 관련 저서들, 특히 <교회>, <교회란 무엇인가?>, <가톨릭 교회>, <교황이 무오하다고?> 등은 프로테스탄트 진영에서 많이 읽혀져 왔다.

가톨릭 신학 교수직을 박탈당한 큉은 튀빙겐대학교에서 교의학을 가르치던 동료 요제프 라칭거(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비교된다.

전자는 로마에 비평적이었기에 신학교수 직을 박탈당했고, 후자는 친화적이었기에 교황좌에 등극할 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로마가톨릭교회에 필요한 활동을 해 왔지만, 한 사람은 교회의 개혁에, 다른 한 사람은 전통 계승에 집중해 왔다.

큉은 교회가 전통적 신학의 경직성에서 벗어날 것과 다원화된 사회와 조화할 것을 강조했다. 로마가톨릭교회의 정체성을 다른 종교나 문화에 대하여 배타적인 방식으로 이해해 온 전통적인 신학의 경직성에서 탈피하여, 다원화된 오늘날 사회와의 조화를 추구했다.

큉은 개신교와 로마가톨릭교회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회 재구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큉은 로마가톨릭교회를 향하여 날선 메스를 들이댔다. “내가 보기에 신앙 공동체로서의 가톨릭교회는, 오로지 로마식 통치체제를 내버릴 때만이 보존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1천 년간 이러한 절대왕정 체제 없이도 잘 살아왔다. 이런 문제들이 생겨난 것은 11세기로, 당시 교황들은 평신도에게서 모든 권한을 앗아간 일종의 성직자중심주의를 적용함으로서 자신들에게 절대적인 교회 통제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제독신제 역시 이 시대에서 비롯되었다” (2011 독일 일간지 Spiegel 인터뷰).

큉은 현 교황 프란치스코의 개방적 태도를 지지해 왔다. 프란치스코는 2014년에 한스 큉의 저작들을 ‘아주 꼼꼼히’ 읽었다는 내용이 포함된 서신을 큉에게 보냈다. 큉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학적 개방성’을 높이 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앙교리성이 ‘가톨릭 신학자’가 아니라고 선언한 사람에게 교황이 편지를 보내는 사실이다”라고 평가했다.

큉은 파킨슨병을 앓았다. 로마가톨릭교회가 반대하는 조력자살(assisted suicide)을 지지했으며, 자기는 스위스가 허락하는 안락사를 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큉의 조교로 일한 적이 있고, 로마가톨릭교회 안의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 추기경 발터 캐스퍼(Walter Kasper)는 큉의 서거와 관련하여 그가 “교회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반항아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교회 쇄신을 불러일으키고 자신이 개혁안을 실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신앙과 거리가 있는 사람에게도 복음을 설명할 수 있었던 신학자”였다고 했다.

큉은 “교회일치의 첫 발을 내디딘 인물이며 종교의 긍정적 가치를 한데 모아 세계 평화를 추구하고 종교간 협업을 증진시켰다”고 평가했다.

▲9년 전 WCC의 교회일치 운동을 한스 큉의 논문과 비교해 비판했던 최덕성 박사(가운데). ⓒ크투 DB

▲9년 전 WCC의 교회일치 운동을 한스 큉의 논문과 비교해 비판했던 최덕성 박사(가운데). ⓒ크투 DB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교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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