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으로 일상 회복 중 이스라엘, 비결은 ‘레위기 정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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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원 칼럼] 코로나 백신과 나병의 역설

피부 일부에 나병 증상 나타나면 ‘부정’하지만,
몸 전체에 나병 퍼지면 오히려 정결하다 간주
온 피부 죽은 자처럼 되면 정결? ‘나병의 역설’
레위기 정결과 부정법, 질서의 개념으로 환원
집단 면역, 결국 전 인구가 몸에 항체 갖는 것
‘백신 적극 접종’ 이스라엘인들, 레위기 덕분?

▲지난 18일부터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가 해제된 이스라엘 청년들이 대화하는 모습. ⓒYTN 캡처

▲지난 18일부터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가 해제된 이스라엘 청년들이 대화하는 모습. ⓒYTN 캡처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요즘 가장 돋보이는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초기에 방역 실패국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가장 먼저 일상으로 복귀하게 된 나라가 되었다.

이런 이스라엘의 성공에는 정부의 빠른 백신의 확보와 접종이 크게 기여했다. 또한 백신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이스라엘 국민들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이스라엘의 방역 성공을 폄하하려 한다. 그들은 개발 초기 이스라엘 정부가 백신 개발사에 임상 정보 제공을 약속했을 뿐 아니라, 아직 개발 중인 백신을 계약하는데 기꺼이 비싼 돈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초기 방역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백신의 안전성이 검증되기도 전에 백신에 올인했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방역 성공을 방역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이스라엘 정부의 백신 도박의 성공으로 치부하기에는 이스라엘인들의 백신 접종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일찍이 충분한 백신을 확보한 나라들도 이스라엘만큼의 접종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백신 접종률이 올라간 배경에는 이스라엘의 방역 성공이 있다.

이스라엘인들은 어느 민족보다 먼저 백신을 통해서만 일상을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에 도달했던 것 같다. 이런 확신은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했다.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이동 제한 등은 어디까지나 전염병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이지, 일상을 회복시키는 것은 결국 백신이라는 확신이 이스라엘인들 사이에 일찍이 공유된 듯하다.

필자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 어느 민족보다 먼저 이런 깨달음을 실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레위기의 정결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결법은 정결과 부정에 관한 규범인데, 그 내용이 우리의 상식에 위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율법 중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으로 여겨진다.

그 중 레위기 13-14장은 나병에 대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데, 나병과 관련된 다양한 증상과 상황들을 설명하고, 나병이 의심될 때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피부의 일부에 나병 증상이 나타나면 ‘부정’하지만, 몸 전체에 나병 증상이 나타나면 정결하다고 간주되는 것이다.

“제사장은 그 피부의 병을 진찰할지니 환부의 털이 희어졌고 환부가 피부보다 우묵하여졌으면 이는 나병의 환부라 제사장이 그를 진찰하여 그를 부정하다 할 것이요(레 13:3)”.

“제사장이 보기에 나병이 그 피부에 크게 발생하였으되 그 환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퍼졌으면 그가 진찰할 것이요 나병이 과연 그의 전신에 퍼졌으면 그 환자를 정하다 할지니 다 희어진 자인즉 정하거니와(레 13:12-13)”.

나병이 피부의 일부에만 발생해도 그 사람은 부정한데, 부정한 나병이 전신에 퍼진 환자를 정결하다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학자들은 레위기의 정결과 부정의 개념을 도덕, 위생, 건강 개념으로 설명하려 했다. 즉 부도덕하거나, 위생적으로 불결하거나, 병든 것은 부정하고, 도덕적이고, 위생적으로 깨끗하고, 병이 없는 상태를 정결하다고 이해했다.

하지만 최근 학자들은 레위기의 정결과 부정의 개념을 질서의 개념으로 환원해 생각한다. 질서는 경계를 기본으로 하므로, 경계를 넘어가는 것(혹은 섞인 것)은 부정한 것이고, 경계를 넘지 않는 것(섞이지 않는 것)은 정결한 것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똑같은 것이라도 어느 위치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내 컵에 담긴 주스는 음료수(정결)이지만, 땅바닥에 위에 있는 주스는 쓰레기(부정)일 뿐이다.

이를 나병과 관련된 부정과 정결의 문제에 적용해 보자. 정결과 부정을 결정하는 것은 나병이라는 병 자체가 아니다. 그 병이 사람의 몸에 어떤 상태를 유발시켰는지가 중요하다.

피부의 일부에 나병이 발생한 몸은 산 자의 피부와 죽은 자의 피부가 섞여 있는 상태이다. 이것은 부정하다. 반면 나병이 온 몸에 퍼져 온 피부가 죽은 자의 피부처럼 되면, 그는 정결하다. 이스라엘 바르 일란 대학의 바움가르텐 교수는 이것을 ‘나병의 역설’이라 부른다.

중세 유대인들은 이 역설을 메시아가 언제 오는지에 대한 대답으로 사용했다. 중세 유대인들은 기독교인들을 나병 환자에 비유하며 “이 세상이 나병 환자들로 가득하게 되면 메시아가 올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이것이 레위기상의 의미는 아니지만, 나병과 관련된 역설이 현대인에게 의미를 가지는 지점일 수 있다.

온 세계가 코로나라는 역병으로 신음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에는 미지의 병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의 반응(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등)을 지배했다면, 그 병이 어떤 병인지를 자세히 알게 된 지금, 온 세계는 그 병을 이기고 일상을 되찾는 전략(백신 접종)에 집중하고 있다.

처음에 코로나에 안 걸리는 것 혹은 최소한의 인구만 코로나에 걸리는 것이 코로나 사태에서 살아남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결국 집단 면역, 전 인구가 코로나에 대한 항체를 몸에 가지는 것이 일상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임이 명백해졌다. 코로나 걸려 항체를 가지든, 코로나 항체를 백신을 통해 인공적으로 보유하든 말이다.

필자는 이스라엘인들이 어느 민족보다 적극적으로 백신을 받아들인 먼 배경에는 부정한 나병이 온 몸에 퍼졌을 때 정결하게 된다는 레위기 말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스라엘 정부가 바움가르텐 교수가 말한 ‘나병의 역설’을 염두에 두고 백신 정책을 펼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온 국민이 몸 속에 코로나 항체를 보유할 때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나병의 역설’을 상기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구원 박사. ⓒ크투 DB

▲김구원 박사. ⓒ크투 DB

김구원 박사
서울대 철학과를 거쳐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 학위를, 시카고대학 고대근동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개신대학원대학교에서 가르쳤다. 일반인과 평신도에게 구약 성경과 고대 근동 문화를 가르치고 소개하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에 관련된 영문 및 우리말 단행본과 논문도 다수 출간했다. 저서로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통독 주석 시리즈 《사무엘상》, 《사무엘하》, 《김구원 교수의 구약 꿀팁》, 《가장 아름다운 노래: 아가서 이야기》, 《쉬운 구약 개론(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맥스 디몬트의 《책의 민족》, 요람 하조니의 《구약 성서로 철학하기》, 프리처드의 《고대 근동 문학 선집(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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